편집실에 있는 걸 끔찍하게 지겨워하던 조연출 시절 나는 편집실에서 폰으로 드라마를 켜놓고 딴짓하는 게 취미이자 특기였다.
한번씩 내 방(편집실)에 들이닥치는 남자선배들이 하는 말이, "우리 마누라도 대리만족한답시고 이 드라마 보던데 재밌냐? " 요즘도 가끔 결혼한 친구들이 "이건 대리만족이야" 하며 드라마 얘길 꺼내는데
문든 이런 생각
결혼을 했기때문에(?) 대리만족인가, 반대로 결혼을 안한 자유의 몸이라면 저런 연애가 가능한가? 현실에서 있을 법하지 않은 멋진 남자가 현실에서 할 법하지 않은 멋지다 못해 오글거리는 말을 해주는 그런 연애, 그게 비단 내가 결혼을 했기때문에 일어나지 않는 일이란 말인가.(너무 꼬였지?)
그냥 드라마는 누구한테든 판타지의 대상이고, 대리만족의 산물아니냔 말이지. 가끔 '결혼'을 했기때문에 대리만족으로 드라마를 본다는 얘기를 들으면 이렇게 비꼬고 싶은건 내가 너무 꼬였기 때문이다. 맞다!
그런 의미로 나도 아줌마이자, 더이상 연애시장에 나갈 수 없는 당당한 법적 지위를 가졌으므로 합법적 대리만족을 해볼 겸 새로 시작한 달달한 연애 드라마, 그게 바로 기상청 사람들이다. (앞뒤말이 너무 안맞지....감기약을 먹은 탓이겠지....)
이 드라마 시작할때쯤, 그렇지 기상청과 사람들 얘기는 양념이고, 기상청에서 사내연애를 하다가 배신당하고(똥차떠나면 벤츠온다더니) 어리고 귀여운 남자와 달콤한 연애를 하는 얘기겠지. 내가 찾던 그 얘기야, 육퇴 후 맥주 한캔과 함께 넷플을 켰다(두둥)
3회까지 제목에 어울리는 사내연애 잔혹사와, 연하남의 직진과, 배신남의 몰락과 모든 것이 다 버무려져서 꿀잼있었는데 4회부터 갑자기 궁금하지 않은 연하남의 도박꾼 아버지와, 기상청사람들이라는 제목에 맞게 너무도 기상청사람들 얘기들을 많이 등장하면서 둘의 연애가 옅어지기 시작한다(그러지마 그러지말라고!!! 육퇴후 한두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냐 이것들아!)
더불어 꽤 스타라는데 나는 송강이라는 배우 작품을 한번도 보지 못해서, 이번에 처음 본건데(이건 철저히 내 개인의 취향이자 아줌마 취향이니까...)
왜 남자의 냄새가 나지 않는가 왜지? 잘생겼는데 왜지? 내가 좋아하는 정해인이나 박서준이나 송중기처럼 반듯한 느낌인데 왜지? 도대체 왜지?(누가 좀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