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말고 경험주의자가 되라.
오늘이 몇일인지, 무슨요일인지 핸드폰을 보지 않고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내일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울부짖음과 2020년의 토요일이 이제 두번 남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흐른 시간을 가늠한다.
평일과 주말의 경계를 헤아리지 않아도 되는 하루들과, 알람이 울리지 않는 아침과, 밤이 긴 계절은 나를 평온하게 만들고 눌러 앉게 만든다.
오늘 하루를 생각해보면 하는것 없이 집에서만 보낸 시간들이 많다. 느즈막히 일어나 아침을 먹고, 하루종일 다시 취업을 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취업사이트에 가입도 하고, 이력서를 썼다.
뜨뜻한 아랫목에서 팔자좋은 이젤이를 보며, 다음생에는 팔자좋은 고양이로 태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하하하. 너도 너 나름대로 고민이 있을텐데, 지금은 좀 많이 부럽다.
그리고 11월부터 만든 캐롤 플레이리스트를 하루종일 듣고, 바라나시 책골목에서 사왔던 모조리 씹어먹어버리고 싶은 책을 읽었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를 하나 적어본다.
<초보자에게 주는 조언>
시작하라. 다시 또다시 시작하라.
모든 것을 한 입씩 물어 뜯어 보라.
또 가끔 보도 여행을 떠나라.
자신에게 휘파람 부는 법을 가르치라. 거짓말도 배우고.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너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만들라.
돌들에게도 말을 걸고
달빛 아래 바다에서 헤엄도 쳐라.
죽는 법을 배워 둬라.
빗속을 나체로 달려보라.
일어나야 할 모든 일은 일어날 것이고
그 일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흐르는 물 위에 가만히 누워 있어 보라.
그리고 아침에는 빵 대신 시를 먹으라.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되라.
류시화 <지금 알고 있는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중에서
오늘의 우당탕탕 제주도
엘리스그림호텔에서 뒹굴거리고, 포트폴리오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