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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코치 Mar 07. 2024

장교의 단점 5가지

   브런치에 올린 100여 개의 글 중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글은 직업군인의 장점과 단점에 관한 글이다.


직업군인의 장점 12가지 (brunch.co.kr)


직업군인의 단점 11가지 (brunch.co.kr)


 접근하기 어려운 정보를 잘 정리한 글이 가장 유익하고 찾고 싶은 글일 테다. 그런 면에서 이번엔 직업군인 의 한 계층인 장교의 단점이다. 


* 온전한 개인의 의견임을 서두에 밝힌다.


     1. 직업적 불안정

 

  직업군인의 대표적 단점인 짧은 정년은 장교에게 가장 엄격하다. 계급과 나이에 대한 정년이 촘촘하다. 초임 장교들에게 심적 부담과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정년은 세 가지로, 계급정년과 근속정년, 연령정년이 있다. 계급정년 장성에게 적용되는 정년이고, 근속정년은 실질적으로 연령정년에 종속되기에 여기서는 연령정년을 기준으로 살펴보자. 연령정년은 해당 연령까지 다음 계급으로 진급하지 못하면 전역해야 하는 나이로, 장교의 연령정년은 다음과 같다.


  - 소위·중위·대위(43세), 소령(50세), 중령(53세), 대령(56세)

  - 준장(58세), 소장(59세), 중장(61세), 대장(63세)


  장교의 정년이 짧다는 이야기는 대표적으로 소령 계급을 두고 하는 말이었고, 2023. 6월 군인사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소령의 정년은 45세였다. 중령 진급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까지 많은 장교들이 45세에 소령으로 전역했다. 


  이제 소령정년이 50세로 연장되어 불안정성이 조금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일반 공무원의 60세에 비하면 정년이 짧은 편이다. 조직을 젊고 활력 있게 유지해야 하는 군의 특성에 따른 장교의 숙명이다.      


    2. 거주 불안정


  장교들은 짧게는 1~2년, 길어도 3~4년에 한 번씩 근무지를 옮긴다. 어쩌면 1년마다 전국을 떠돌 수도 있다. 전국의 범주에는 산간 지역뿐만 아니라 섬까지 포함된다. 나도 17년 동안 11번의 지역이동을 했고, 결혼 후 10년간 7번의 이사를 했다. 신혼살림으로 샀던 가구들은 멀쩡한 것이 없다. 조림과 분해를 거치며 나사는 사라져 가고 모서리에는 생채기가 늘었다. 몇 번의 이사를 거친 후 좋은 가구를 살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섰고, 이제 한 곳에 정착할 때까지 옮겨 다니며 부서지는 것들은 그때그때 처분하고 있다.


  그런데 잦은 이사에도 좋은 점이 있다. 2년만 살아도 집안에 이런 것이 있었나 싶은 물건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2년 동안 한 번도 쓰지 않은 물건은 과감한 처분을 고려한다. 자연스럽게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게 된다. 물건을 살 때에도 사용할 기간을 대략적으로 계산한다. 물건이 사라지거나, 부서지거나, 고장나는데 큰 미련이 없다. 


  잦은 지역이동에 대한 부담은 자녀들의 성장과 비례해 점점 더 커진다. 예전엔 고등학생 자녀들도 같이 이사 다녔다지만, 지금은 환경적응과 심적안정을 고려해 초등학교 고학년 즈음에 한 곳을 정해 정착하는 경우가 많다. 쾌활하게 잘 지냈던 자녀가 성인이 되고 나서, 성장기의 잦은 이사가 큰 부담이자 어려움이었다는 속마음을 털어놓는 경우가 더러 있다.       


  요즘 장교들은 어느 순간부터는 혼자 이사 다니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말부부가 좋다며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고, 혼자 지낼 때의 장점도 여럿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성장을 곁에서 지켜보고 가족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큰 대부분의 장교들은 정착의 지역과 시기를 치열하게 가늠하고 있다.      


    3. 조직관리


   혼자 하는 업무는 통제가 수월하다. 통제변수가 나와 일, 보고받는 상급자 정도다. 장교는 크든 작든 한 조직의 리더로서 임무를 수행하기에 조직 구성원들이라는 통제 변인이 추가된다. 나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해야 한다.     


  문제는 조직 구성원들이 내 마음 같지 않다는 데 있다. 맡은 임무를 잘 수행하는 인원도 있지만 어느 조직이나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있다. 한 명이 문제를 일으키고 조직의 화합을 저해하면 전체의 분위기가 흐려지고,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노력이 낭비된다.     


  문제가 발생치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본다면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다른 사람의 관념과 행동을 바꾸고,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기면 안 된다.(만약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속고 있을 확률이 높다.)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하되, 잘하는 인원에게는 혜택을 주고, 소외받는 인원이 없도록 관심 갖고, 어려움을 겪는 이에게는 도움을 주어 이끌어가야 한다. 하다 보면 노하우가 생기고 경험도 쌓이지만, 매번 새로운 문제가 파도처럼 밀려오고 해법은 일률적이지 않다. 시간과 고민을 들여야 실마리가 풀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리의 난이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인권의 향상과 조직의 투명화는 시대적 흐름이면서 건전한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자기중심적 사고가 많아졌고, 호소와 비방이 늘었다. 이해는 옅어지고 불평과 단절은 심화된다. 득이 될 것은 줄어들고 실이 될 위험은 곳곳에 도사린다. 


  그냥 내 일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조직을 관리하는 것이 장교의 일이다. 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들, 마음 맞는 구성원들과 함께 헤쳐나가야 한다. 왕관까지는 아니지만, 계급장을 달려면 무게를 견뎌야 한다.       


   4. 비상대기


  작은 식당을 운영한다고 생각해 보자. 식당에 불이 났다. 누가 먼저 달려올까? 사장이다. 피해를 확인 후 보험을 접수하고, 어떻게 복구할지, 언제 다시 운영할지 판단하는 것도 사장이다. 


  진상 손님이 나타났다. 매니저나 아르바이트생 선에서 정리가 안되면 사장을 부른다.(보통은 이미 사장 나오라고 소리치고 있다) 사장이 현장에서 대응하고 필요하다면 공권력에 도움을 구하고 피해를 구제해야 한다.

 

  아르바이트생이 잠수를 탔다. 급하게 대체 인원을 투입하고 때에 따라선 직접 나선다. 떠난 자리를 정리하고, 새로운 사람을 뽑을지 판단한 후에 공고를 내고 면접을 거쳐 고용한다.  


  식당의 예처럼, 장교는 사장의 역할을 한다. 규모가 작은 부대는 작은 식당, 큰 부대은 기업의 개념으로 조직을 운영하다 보면, 불이 나기도 하고 진상을 만나기도, 직원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돌발상황을 확인하고, 주도적으로 처리하려면 야간이나 주말에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막히는 지점에서 판단을 해줘야 다음 일이 진행되기에, 장교들은 비상대기가 숙명이다.      


  워라벨, 일과 휴식의 조화가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지만 아르바이트로 만족할 것인지, 사장으로서 책임과 권한을 가질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5. 지휘책임


  지휘관은 책임지는 사람이다. 지휘하는 조직이 임무를 달성하지 못하면 지휘관의 책임이 가장 크다.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면 지휘관의 역량이 녹아든 결과일 테다. 특별히 저조하다면 지휘관의 역량 부족이다. 축구에서 감독에게 기대하고, 열광하고, 비판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휘책임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하나는 업무성과이고, 업무 외 지휘책임이 또 다른 하나다. 먼저 업무성과는 이견이 크지 않다. 방향을 잘못 설정했거나, 구성원들의 노력을 한데 모으지 못했다면 지휘관으로서 결과에 책임진다. 치명적인 것은 아니고 연말 성과상여금이라는 금전적 보상의 차이, 다음 계급으로 진급하는 평가의 차이 정도다. 이견이 생기고, 때론 치명적일 수 있는 책임은 업무 외 지휘책임 영역이다.


  축구 감독으로 보면,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업무성과에 해당한다. 여기에는 결과뿐만 아니라 중간과정에 대한 평가를 포함해 종합적으로 책임진다. 그런데 선수 개인이 캠프를 이탈해 음주, 폭행을 하거나 선수간 불화가 발생하는 경우, 감독의 책임이라 볼 수 없지만 전혀 상관없다고도 할 수 없다. 업무 외 지휘책임이다.     

 

  이 경우 감독이 책임져야 할까? 그렇다고 답하는 비율이 예전보다 줄었고, 앞으로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잘못은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대책임은 불합리하다는 인식이 상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예전엔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지휘관에게 책임을 물었다. 소속 부대원이 개인적 문제로 휴가 중 사고를 쳐도 지휘관 책임이고, 외출 나가 술 먹고 행패를 부려도 지휘관 책임이다. 면밀하게 관찰하지 못한 책임, 사고예방을 하지 못한 책임, 교육을 잘 시키지 못한 책임. 그러다 보니 휴가 나간 병사에게 저녁 9시 되면 집으로 귀가해 유선전화로 보고하도록 지시하거나, 사고예방 교육을 받았다는 서명을 일일이 기록하는 것과 같은 부적절한 지시와 불필요한 행정낭비가 생겨났다. 다 큰 성인에게 남의 물건을 훔치면 안 되고, 다른 사람을 때리면 안 된다고 교육할 필요는 없다는데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연대책임이 정당성을 상실해 가듯, 업무 외 지휘책임도 옅어지고 있다. 불합리한 지휘책임이 개선되고 있기에, 장교로서 지휘책임에 대한 부담은 차츰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이상 장교의 단점을 살펴보았다. 주변을 둘러보면 단점을 잘 극복하고, 장점을 살려 즐겁고 보람 있게 근무하는 장교들이 대부분이다. 단점을 두려워하기보다 장점을 활용하는 현명한 선택을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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