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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코치 Nov 10. 2020

상급자를 설득하는 현명한 방법

괘씸하지 않게 설득하기



 직장인이라면 상사와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회사에 이것만 없다면 행복할 텐데’라는 질문에서 “직장 상사”가 선택지에 있다면 단연 1등으로 꼽히지 않을까.


 나를 통제하고 지시하는데 일단 거부감이 생기고, 나와 생각이 다름에 이질감과 거리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I 직장 상사라는 존재


 상사는 나와 연을 잇고 있는 주변인 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꽤 중요한 관계인이다. 가족을 제외하고 가장 자주 마주치는 사람이며, 나를 평가하는 위치에 있기에 영향력이 큰 존재이기도 하다. 따라서 상사와 갈등을 겪지 않는 것이 직장 생활의 평온과 안정, 나아가 직업적 성취에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상사의 의견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설득이 필요할 땐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기본적으로 직장 상사의 의견은 존중해야 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조직에서 직책과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조직에 몸담고 있는 이상 조직에서 정한 규율을 따라야 한다. 다음은 상사의 말이 맞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다 맞는 건 아니지만, 연륜과 경험, 지식, 넓은 시야 등을 통해 나와 이견이 생긴 경우 상사의 의견이 옳은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이견을 제시해야 하는 경우는 생긴다. 상사라고 해서 모두 맞는 것도 아니고 변화된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지시를 할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상사를 설득할 수 있을까? 네 단계로 구분해서 대응해보자.


I 상사를 설득하는 기술


 첫째, 일단 물러선다. 지시를 받자마자 이견을 밝히지 않는 것이 좋다. 상급자도 생각을 하고 말했을 텐데, 면전에서 바로 반박을 듣는다면 유쾌할 리 없다. ‘니가 그렇게 잘 알아?’, ‘방법도 찾아보지 않고 안된다니, 하기 싫은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경험상 상급자의 잘못된 지시에 바로 이견을 제시했을 때, 분위기가 냉랭해진 경우가 많았다. 일단 물러서라.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또는 ‘확인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도가 좋겠다.


 둘째, 이틀을 기다린다고심했다는 것을 말없이 표현한다. 여러 방안을 검토했음을 암시한다. 10분 만에 결론을 내렸더라도, 이틀 정도를 흘려보낸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사도 처음 지시했을 때보다 좀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것이다. 자신의 지시에 문제가 있음을 스스로 알게 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까먹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더 편하다.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해 고집을 피우지 않을 것이기에.


 셋째, 판단의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한다. 지시를 이행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파급을 수치화해서 제시한다. 뜬구름을 지상으로 끌어내려 시험관에 담아 액체로 보여주는 것이다. 상사도 지시 이행이 불가함을 공감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넷째, 대안을 제시한다. 대안이 없다면 보완책이라도 내놓는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냥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고민했고,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다. 


<<예를 들어보자>>

최근 코로나 유입 차단을 위해 외부인의 부대 내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업무 목적을 위해 부대에 출입하더라도, 우리 부대 근무자가 아니면 모두 인적 사항을 기재한 후 출입토록 한다. 카페나 음식점에서 출입자 명부 기록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런데 부대 내부에 지휘관 관사가 위치해 있다. 따라서 관사에 출입하는 사람들도 모두 인적 사항을 기재하고 출입해야 한다.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만약 지휘관이 ‘관사에 들어간다고 하면 인적 사항을 기재하지 말도록 하라’는 지시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출입자에 해당되는데, 지휘관 관사에 간다고 하는 사람에게만 적용하지 않는다면 특혜다. 요즘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는 ‘불공정’과 ‘특혜’다. 지휘관에게도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지휘관의 잘못된 지시를 따르는 사람에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위의 단계를 적용해 설득해보자.


첫째, 대놓고 안된다고 하지 않고,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답한다.


둘째, 이틀을 묵힌다.


셋째, 합리적 이유를 수치화해서 제시한다. ‘출입하는 분들의 불편을 알고 있지만, 지금 하루에 50여 명의 외부 인원들이 인적 사항을 기재하고 있습니다. 종교시설에 가거나, 공사를 하거나, 남편이나 아내 출퇴근을 시켜줄 때도 우리 부대 사람이 아니면 인적 사항을 기재하고 있는데, 관사로 간다고 말하는 사람만 예외로 한다는 것은 그 지시를 현장에서 이행해야 하는 정문 근무자들에게 부당한 지시로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지휘관이 업무를 공정하게 처리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줄 수도 있습니다. 굳이 그런 부담을 안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넷째, 대안과 보완책을 제시한다. ‘개인 정보를 기재하는 것이 부담이라면, 기록되는 인적 사항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코로나 유입 차단이 목적인 만큼 14일이 지나면 폐기하겠습니다. 카페나 음식점에 가도 인적 사항을 기재하는데, 부대 출입자의 인적 사항을 기재하는 게 크게 불합리하거나 무리한 요구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I 그러함에도..


 이렇게 한다고 해도, 상급자가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기분 나빠할 수도 있다. 설득력 있게 말하기에 반박은 못하겠지만, 불쾌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불쾌해할까 봐 부당하거나 조직에 손해가 뻔히 예상되는 지시를 이행할 수는 없다. 상급자를 현명하게 설득해, 갈등을 줄여나가도록 해보자.


 치열한 업무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숱한 직장인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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