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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코치 Nov 09. 2020

서로에게 일을 미루지 않는 방법

대안은 있다. 찾지 못할 뿐.


I 교육과 평가의 늪


 부대는 교육과 평가가 많다. 늘 그렇듯 일이 늘어나는 건 쉽지만 줄어드는 건 흔치 않다. 1년에 받아야 할 교육과 평가가 10개도 넘는다. 성폭력예방교육, 청렴교육, 보안평가, 성인지력평가, 양성평등교육, 안전교육, 청탁금지법교육, 군인복무기본법평가, 최근에는 아동학대예방교육과 다문화이해교육까지 추가되었다. 여기에 수시로 인권교육, 사고예방교육, 상부 지침 교육 등등.. 대부분의 장병이 교육 피로감을 호소한다.


 상황이 이러한데, 나에게 위에서 언급한 교육 외에 별도의 교육을 실시하라는 임무가 부여되었다. 부서장급 간부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었는데, 다들 교육 피로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추가 교육을 받는데 불편한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기에, 핵심 위주로 짧게 준비했다. 지휘관을 포함해 부서장급 간부 교육을 마치자, 지휘관이 부대 내 전 장병을 대상으로 이 교육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교육내용이 좋았다는 것이다.


 날벼락이다.


I 누구의 일인가


 업무 주관부서가 모호해 묘한 기운이 피어오른다. 교육 관련 업무는 인사부서에서 총괄한다. 필수 교육의 경우 참석인원에게 출석증을 제출받아 공식적인 참석 여부를 확인한다. 이 자료를 취합해 부서별 업무실적과 개인 평가에도 활용한다.


 그런데 참석증을 준비하고, 제출받고, 부서별 인원을 확인하고, 공식적인 불참 사유도 검토해야 하는 등 일이 많다. 인원과 시간 소요가 많은 작업이기에, 인사부서에서는 자신들에게 부과될 추가 업무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그렇다고 내가 할 수도 없다. 나 혼자 교육도 하고, 참석증도 제출받아 참석 여부를 확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지휘관의 지시 이후 눈치보기가 시작되었다. 인사부서에서는 먼저 어떻게 하겠다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 손을 놓고 있다. 나는 인사 부서장에게 찾아갔다. 상황이 이러한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운을 떼니, 지금 일이 얼마나 많고 바쁜지를 이야기한다. 직접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말은 안 했지만, 요지는 그러했다. 얘기를 더 하면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보였다.


 업무 주관을 꺼리는 이유에는, 필수 교육이 아니어서 참석률 저조가 예상되기에, 총원에게 교육을 하라는 지휘관의 지시가 실행되기 어려움에 대한 부담도 포함되어 있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I 해법을 찾아라


 총원에 대해 교육하라는 지휘관의 지시를 이행하면서, 특정 부서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방법을 고민했다. 대안을 찾아내기 위해 상황을 세부적으로 분석했다.


1. 각 부서의 특성에 따라 일정이 다르기에 총원이 참석 가능한 일정을 잡기 어렵다.

2. 교육을 3회 하더라도 총원의 참석은 제한될 것이고, 교육 횟수가 많아질수록 참석인원 확인하는 부서의 업무 소요가 늘어난다.

3. 필수 교육이 아니기에 참석률 저조가 예상된다. 각 부서장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4. 나는 교육을 여러 번 할 의향이 있다. 교육시간도 15분으로 짧은 편이다.

5. 나는 어디든 찾아갈 준비가 되어있다.


 찾아낸 해법은 이렇다. 예하 5개 부서에 각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제출하라고 공지하고, 내가 찾아가며 교육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부서마다 2회씩 지원해 부서원들이 참석 가능한 날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대신 참석인원 확인은 각 부서에서 맡도록 요청했다. 나는 같은 내용으로 10번의 교육을 해야 하지만, 감당할 수 있는 정도였다. 소규모로 하면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고, 마주치기 어려웠던 부서의 사람들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I 뜻밖의 소득


 그렇게 10번의 교육을 통해 총원 교육을 완료했다. 다섯 번이 넘어가고부터는 교수안과 화면을 보지 않고도 교육할 수 있게 되었고,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고 재미있어하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강의 스킬이 발전되고 있음이 느껴졌고, 나중에 하는 교육일수록 분위기가 더 좋았다.


 인사부서에 부담을 주지 않고 나도 성장하면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각 부서에서도 자신들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교육이 지원되니 만족도가 높았다.


 서로 네가 하라고 주장하면 갈등만 쌓인다. 누군가가 억지로 하고 나면 불만과 앙금이 남는다.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해 조금씩 양보하면 대안을 찾아낼 수 있고, 그 안에서 각자의 발전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갈등이 고조되고 다툼이 예상되는 상황인가? 대안을 고민해 보라. 사람도 잃지 않고 일도 지키는 묘안이 숨어있을 것이다.


 아직 찾지 못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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