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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코치 Nov 15. 2020

후배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

결국은 내가 편해진다.


 직장에서 상급자, 선배와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하급자, 후배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업무의 면면이 부딪힐 수밖에 없는 하급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상급자도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급자, 후배와 관계를 좋게 유지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해본다.


 첫째, 적절한 긴장과 칭찬이다. 너무 쉬워 시시하지도, 너무 어려워 포기하지도 않을 적정한 수준의 업무를 제한 기간을 주고 부여해 준다. 후배는 부여된 기간 안에 지시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결과물을 본 후 적정한 피드백을 해주고, 노력을 칭찬해 주면 후배는 성취감을 얻을 수 있고, 노력에 개선을 더해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대위 때 일이다. 대대에서 참모 직위로 새로운 업무를 맡아 적응하고 있을 무렵, 대대장님이 내게 3주의 시간을 주고, 소장(투스타) 지휘관께 보고할 문서 작성을 지시했다. 대대장님은 얼핏 ‘이건 테스트야’라는 메시지를 주면서 긴장감을 끌어올렸고, 나는 3주간 보고서에 몰입했다. 식상하지 않으면서 알찬 내용을 넣기 위해 고심했다. 구상하고, 짐작해보고, 들여다보고, 찾아보고, 되돌아보며 문서를 작성했다. ‘작성했다’보다는 ‘빚어나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로 다듬고 또 다듬었다. 꿈에도 나왔던 것 같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보고서를 내밀었을 때, 찬찬히 읽어보던 대대장님의 한마디. ‘수정할 게 없네. 그대로 보고하자’. 그때의 희열을 아직 간직하고 있다. 성취감과 자존감이 벚꽃처럼 흩날렸다. 그리고 ‘앞으로 네 업무에 관해서는 지시하지 않을 테니, 하고 싶은 대로 알아서 하고 결과만 보고해라’ 했고, 이후 신바람 나게 일했다. 권한과 믿음을 주는 대대장님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했고, 결과적으로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로 나도 대대장님의 방식을 활용하곤 한다. 적정한 수준의 업무를 긴장감 있게 부여해 주고, 잘하면 칭찬과 권한 위임을, 잘 못하면 보완과 적절한 피드백을 준다. 대부분 잘 해냈다. 그리고 깨달았다. 부서원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도 되지만, 알아서 잘해나가기에 내가 가장 편해진다는 사실을.


 둘째, 적정한 보상과 격려다. 적절한 보상에 어떤 것이 있을까? 예전엔 회식을 보상과 격려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요즘은 업무시간 외에는 부르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격려이고, 보상이다. 회식을 넘어서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


 기억에 남는 격려를 받은 적이 있다. 2주간 해외 출장이 예정되어 있었다. 바쁜 업무 중에 해외 출장까지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쉽게 오지 않는 기회였기에 기쁜 마음으로 준비하는 한편, 자리를 비우는 기간 동안 내 몫을 해야 하는 부서원과 부서장에게 미안한 마음도 가지고 있었다. 출장 출발 전 부서장에게 신고하는데, 봉투를 하나 주신다. 열어보니 100달러가 들어있다. 가서 좋은 거 먹고 재미있는 구경도 하고 오라는 짧은 메모와 함께. 어떤 격려나 칭찬보다 더한 감동이 느껴졌다. 미리 달러로 바꾸는 수고를 하면서 준비해 준 것에 감사했다. 출장 내내 기분이 좋았던 것은 물론 다녀와서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그분은 또, 내가 소령으로 진급할 때에도 그간 고생했다는 편지와 함께 가족들과 맛있는 거 사 먹으라며 봉투에 10만원을 넣어주셨다. 집에 가서 아내에게 자랑했다. 이렇게 격려받았다고. 맛있는 거 먹자고. 큰돈이 아니어도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지금은 나도 이 방법을 종종 활용한다.


 부서원이 진급하거나 좋은 일이 있으면 봉투와 함께 편지나 덕담을 해준다. 눈이 커지고 만면에 웃음을 띠는 얼굴을 볼 수 있다. 부서원이 크게 기쁠 때, 활짝 웃는 표정이 어떨지 궁금하다면 봉투를 내밀어라. 이렇게 밝은 표정을 가진 사람이었구나 하고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또 하나의 효과 좋은 격려 방법은 가족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다. 가족이 기분 좋으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윗사람이 가족에게까지 신경 써주는 배려 깊은 조직에 몸담고 있다는 자긍심도 생기며, 나의 고마운 마음을 가족에게 대신 표현해 주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회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내와 아이들과 먹으라며 내 손에 케이크를 쥐여주던 선배로부터 배웠고,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지나가는 말에 메뉴 하나를 포장해 주던 또 다른 선배로부터 배웠다.


 얼마 전 임관 30년을 맞이하는 부서원에게 여권지갑 2개를 선물했다. 하나는 부서원에게, 하나는 부서원의 아내에게 건네며 오랜 군 생활 동안 해외여행 자주 못 가셨을 텐데, 앞으로 여권 닳을 걱정 없이 여행 많이 다니시라고 말씀드렸고, 활짝 웃는 부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관계는 노력이다. 하급자라고 해서 나에게 잘할 것을 기대하지 말고 먼저 관심 가져보자. 적절한 임무부여, 적정한 격려와 보상을 활용한다면 부서원들과 관계가 돈독해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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