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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코치 Nov 17. 2020

잔소리를 줄이는 방법

그만하자 그만하자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널 위한 소리, 니가 싫다 해도 안 할 수가 없는 이야기


 - 아이유 '잔소리' 中


 아이유가 귀여운 목소리로 잔소리를 정의했다. 잔소리의 목적과 성질을 명확하게 짚어냈다. 니가 싫어 해도 널 위해 안 할 수가 없는 이야기다. 아이유가 계속 같은 잔소리를 한다면 어떨까? 아이유의 상큼한 목소리라고 해도 별 수 없다. 결국 듣기 싫은 목소리가 될 것이다. 물론 참을 만할 수도 있겠지만.. 논외로 하자


 잔소리는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있다. 보통 우월적 지위를 가진 사람이 하는 입장이 된다. 가정에서는 부모이거나, 형 또는 누나이거나, 직장에서는 사장이거나 상사 또는 선배이거나. 


 잔소리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인식이나 행동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생각해보자. 새해 첫날 떠오르는 해를 보며 우주의 기운을 모아 빚어낸 결심도 삼일을 채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환골탈태를 꿈꾸며 ‘이제 바뀔 거야’라고 외친 내부 결의와 외부 공표도 흐지부지되어 머쓱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스스로 각오와 결심을 하더라도 지켜내기 어려운 것이 인식과 행동의 변화인데, 누가 말한다고 쉽게 바뀌겠는가?


 하여, 잔소리는 태생적으로 그 목적 달성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한계를 지닌다.


 이런 잔소리의 태생적 한계로 말미암아, 잔소리를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간의 갈등은 필연적이다. 하는 사람에겐 ‘다 널 위한 소리, 싫다 해도 안 할 수가 없는 이야기’ 임에도 듣는 사람은 ‘뭘 날 위한 소리, 너 편하자고 하는 소리, 안 해도 되는 이야기’로 간주한다.


 갈등을 줄이기 위해선 될 수 있으면 잔소리를 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양보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꼭 해야 하는 일인데, 안 하면 문제가 되는 일인데.. 어떻게 하면 잔소리 없이 목적을 달성 할 수 있을까?


 나의 말 한마디로 타인의 인식과 행동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방법론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19로 해야 할 일들이 늘었다. 그중 하나가 하루에 2번 체온을 측정해 기록하는 것이다. 지침은 각 부서에서 체온 기록 일지를 유지하고 부서장 책임하에 출근 후와 퇴근 전 체온을 측정해 기록하라는 것이다. 처음 시행했을 때에는 모두 관심을 갖고 잘 유지되었다. 늘 그렇듯 시간이 지날수록 관심이 떨어지고 빈칸이 늘어났다. 나조차도 ‘몸에 열이 나는 건 내가 알 수 있는데, 그때 체온을 측정하면 되는 것 아닌가? 뻔한 체온을 매일 이렇게 적어야 하나’는 의구심이 드는데, 부서원들이라고 다를까.


 열흘 정도 지나니 기록된 칸보다 빈칸이 더 많아지고, 급기야 다음날 체온을 미리 적어놓기까지 한다. 내일 내 몸의 체온을 알 수 있는 예지력이 생긴 것인가? 깊은 빡침이 올라온다.


 누구도 하기 싫지만 우리는 해야 한다. 잔소리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리 사무실은 5층으로, 출퇴근할 때 대부분이 엘리베이터를 탄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는 벽면에 5층 전 직원의 명부와 일주일 치 오전/오후 체온 기록표를 붙여놓고 체온계를 비치해 두었다. 5층을 사용하는 다른 부서장님들께 건의해 5층 전체 인원의 명부를 게시해 놓은 것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기에 눈을 감고 다니지 않는 이상 까먹을 수 없고, 다른 사람의 빈칸이 있으면 알려준다.


 모두가 보고 있으니 자연 감시 효과도 있고, 휴가나 출장을 가면 사정을 아는 동료들이 빈칸에 부재 사유를 기재해 주기도 한다. 그렇게 5층은 몇 개월째 잔소리 없이 체온 측정 지침이 잘 유지되고 있다.


 ‘목적 달성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거나 ‘목적을 달성할 수밖에 없는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잔소리를 줄이는 방법이다.




* 아이들을 키우면 잔소리할 일이 많다. 시스템을 구축해보려 시도하지만 쉽지 않음을 느낀다. ‘자연스러운 유도’는 요원하고, ‘달성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결국 초콜릿과 핸드폰 허용시간을 조건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좋은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육아 팁으로 공유하고자 한다. 선한 목적으로 공유하려는 것이니, 신박한 시스템이 착착 생각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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