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위로 날아오른 사랑과 고향의 기억
1918년 어느 날,
샤갈은 사랑하는 아내 벨라의 손을 잡고 하늘을 날고 있는 자신을 그렸습니다.
《비테프스크 마을 위에서》는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라, 두 연인의 삶과 역사가 교차하는 서사시입니다. 초록빛 들판과 낮은 목조 가옥 위로 두 사람의 몸이 공중에 부드럽게 떠올라 있습니다. 현실로는 불가능한 장면이지만, 화면 속에서는 너무도 자연스럽습니다.
마치 사랑이 곧 물리법칙을 넘어서는 힘임을 증언하듯,
그들의 포옹은 고향 마을 위에 무한한 날개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샤갈이 벨라와 결혼한 직후, 러시아 혁명 직후의 격동기 속에서 그려졌습니다. 그는 고향 비테프스크로 돌아와 결혼식을 올렸고, 그 무렵 혁명 정부로부터 문화국장으로 임명되었습니다. 고향 마을에는 새로운 시대의 열망과 혼란이 동시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러나 샤갈에게 가장 큰 현실은 혁명보다 사랑이었습니다. 그는 아내 벨라와 함께 걷는 고향의 길을, 단순한 산책이 아닌 하늘을 나는 경험으로 바꾸었습니다. 그의 편지에는 이런 구절이 남아 있습니다.
“나는 벨라와 함께라면, 어떤 무거운 땅도 내 발을 붙잡을 수 없소.
우리는 공중에 집을 짓고, 구름 위에 마을을 세울 것이오.”
화면 하단에는 비테프스크 마을이 기하학적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교회의 첨탑, 경사진 지붕, 작은 집들이 서로 다른 각도로 배열되어 있어, 마치 땅 자체가 흔들리는 듯합니다. 그 위로 두 사람의 모습이 길게 떠 있습니다. 샤갈과 벨라는 손을 잡고 하늘을 날아가며, 몸의 길이가 과장되게 늘어나 있어 하늘과 땅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처럼 보입니다. 색채는 검은 윤곽과 함께 초록과 붉은 원색이 강렬하게 대비됩니다. 특히 하늘을 향해 부드럽게 나아가는 연인의 얼굴은, 현실적 묘사보다도 상징적 표현에 더 가깝습니다.
그들의 날아오름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인간 영혼의 해방을 그린 듯한 장면입니다.
《비테프스크 마을 위에서》는 단순한 연인의 초상화를 넘어, 존재론적 선언을 품고 있습니다.
인간은 땅에 묶여 살아가지만,
사랑은 그 구속을 끊어내는 힘이 된다는 것입니다.
샤갈은 혁명의 한가운데서도 정치적 구호 대신 사랑의 비행을 택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낭만적 선택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근원에 대한 철학적 응답이었습니다. 혁명은 제도와 사회를 바꾸었지만, 샤갈은 사랑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바꾸고자 했습니다.
그에게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국가도 체제도 아닌, 벨라와 함께 서 있는 자리였습니다.
이 그림을 바라보면, 관람자는 자신도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감각을 느낍니다. 마을은 기울어져 있고, 지붕은 비현실적으로 배열되어 있어 안정된 원근법을 거부합니다. 그 사이에서 연인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부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꿈속에서 경험하는 공간감과 비슷합니다.
눈앞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세계.
샤갈은 이 불가능한 풍경을 색채와 선율로 풀어냈습니다. 그의 색은 차갑지 않고, 리듬은 음악처럼 이어집니다. 마치 한 곡의 왈츠처럼, 연인의 몸짓과 마을의 기울기가 어우러져 부드러운 춤을 추는 듯합니다.
오늘날 《비테프스크 마을 위에서》는 단순히 두 연인의 개인사를 넘어, 사랑과 정체성, 그리고 고향의 기억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읽힙니다. 전쟁과 혁명, 망명의 세기를 건너온 20세기에서, 이 그림은
“사랑은 삶의 폭력적 격변을 넘어설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처럼 다가옵니다.
고향은 사라질 수도 있고, 국가는 변할 수도 있지만, 사랑의 경험은 시간과 체제를 넘어 영원의 언어가 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유대인 이주자의 운명뿐 아니라, 모든 인간이 공유하는 보편적 조건을 담고 있습니다.
《비테프스크 마을 위에서》는 샤갈 예술의 중심을 명확히 드러냅니다. 그는 정치적 혁명가도, 냉철한 모더니스트도 아니었습니다.
대신 그는 고향과 사랑,
꿈과 기억을 화폭 위에서 결혼시키는 시인이었습니다.
연인과 함께 날아오르는 이 장면은 단순히 두 사람의 행복이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삶의 무게를 넘어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입니다. 하늘 위의 두 사람은 지금도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사랑이 있을 때, 우리는 땅을 넘어설 수 있다고.
《비테프스크 마을 위에서》는 러시아 트레티야코프 미술관(State Tretyakov Gallery, Moscow)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1918년 제작, 유화, 크기 141 × 197cm. 샤갈이 고향 비테프스크에서 벨라와의 결혼 직후 완성한 작품입니다. 경매 시장에서는 공개 거래가 없지만, 전문가들은 만약 이 작품이 시장에 나온다면 1억 달러 이상을 호가할 것이라 평가합니다.
《산책》(1917)은 땅 위에서의 공중부양을 그린 작품입니다. 벨라는 손을 잡힌 채 공중으로 부드럽게 떠오르고, 샤갈은 땅 위에 서서 그녀를 끌어안고 있습니다. 이는 결혼의 기쁨과 사랑의 가벼움을 상징합니다.
반면 《비테프스크 마을 위에서》(1918)는 두 사람이 나란히 하늘을 날고 있으며, 마을 전체가 기울어져 있습니다. 이는 사랑이 단순한 순간의 환희를 넘어, 삶 전체와 고향의 풍경까지 변형시키는 힘임을 보여줍니다.
《산책》이 개인적 행복의 비유라면,
《비테프스크 마을 위에서》는 존재론적 선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