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안 Nov 24. 2020

평창동 홀아비의 친절한,
[당근마켓] 사용 후기(1)

제주도와 순천에서 9개월 동안 타지를 떠도는 홀아비로 살았던 이안 작가가, 서울 평창동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나서, 일상에 큰 기쁨이 하나 생겼어요. 그건 바로! 바로!~바로!~~~~~~~~~~~~


뭘까요~~~?? ㅋㅋㅋ    

바로 [당근 마켓]이에요. (팡파르~~ 빵 빠바 빵 빠 빰 빠바~~~)


당근을 처음 시작한 건 제주도에서였어요. 물건을 산 건 아니었지만, 제주도에서 혼자 사는 삶이 무료해서, 종종 [당근 마켓] 어플에 들어가서, 표선면 동네 소식을 접했는데, 그 재미가 제법 쏠쏠했어요.    


그런데 그동안 제주도와 순천에서는, 한달살이 혹은, 1년 살이 민박집에 웬만한 살림살이와 가구는 다 구비되어 있어서, 당근마켓에서 물건을 거래할 필요가 없었죠. 하지만 서울 평창동의 6,000만 원에, 월세 60만 원을 내는 전셋집은, 그야말로 방과 마루, 그리고 싱크대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그렇다고 언제 또, 서울살이가 싫증이 나서, 제주도나 통영 혹은, 울릉도로 떠날지도 모르는데, 가전제품과 가구를 다 새 걸로 구입할 수도 없으니, 당근 마켓을 열심히 두드리기 시작한 거예요. 지난 목요일 저녁에 서울 평창동에 도착해서, 이안 작가가 [당근 마켓]을 통해서 구입하거나 무료 나눔 받은 목록은 아래와 같아요.              

  

1. 빌트인 한샘 가스레인지 : 한 번도 안 쓴 새 것. 성북구 길음동 동부센트레빌에서 100,000만 원에 구입 (정가 199,000) 

2. 삼성 전자레인지 중고 : 은평교회 주차장에서 30,000원에 구매 

3. 밥상용 접이식 좌식 테이블 : 무악 청구 아파트에서 무료 나눔 받음.  

4. 전자레인지 테이블  : 북아현동 두산 아파트에서 무료 나눔 받음. 
  (감사합니다~~~. 무료 나눔 해주신 주인 분들! 사랑합니다~^^)

5. 침대와 매트리스 : 다음 주 수요일에 은평구 녹번동에서 무료 나눔 받을 예정 (운반 용달비 4만 원가량 )(

6. (당근 마켓 아님) 세탁기& 냉장고 : 중고 가전 매매 홈페이지에서 1년 렌털 (렌털 비용 270,000원 + 운반비 60,000원)

7. TV용 선반 : 독립문 극동아파트에서 무료 나눔 (엄청 무거워서 고생함)

8. 책꽂이가 있는 2단 책상 : 성북구 서경로 빌라에서 90,000원에 구입  

9. 주방 도구 (국자 뒤지게) : 효자동 효자 초등학교 앞에서 7종 세트 10,000원에 구입

10. (당근 아님) 중고 숟가락, 젓가락 : 동네 주민 아주머니한테 1,000원에 구입.

11. 쿠쿠 밥솥 :  6번밖에 안 쓴 쿠쿠. 미아동 래미안 트리베라 2차에서, 6만 원에 구입 (날씨가 매우 추웠는데 주인분이 늦게 나오셔서 고생함)

12. 밥솥 받침 테이블 : 종로구 평창동에서 마음씨 아주머니 한 테, 15,000원에 구입

13. 순천에서 사 온 무화과나무 심을 중고 토분 : (위 12번) 아주머니 한 데서 10,000원 구입   

14. SK 매직 진공청소기 : 강북구 미아동 주택가 골목에서 15,000원에 구입 (쓰레기통도 5,000원에 같이 구입)

15. 켄우드 전기 포트 : 은평구 불광동 래미안 아파트에서 2,000원에 구입.(추운 날씨라서, 1회용 액상 홍삼 1포와, 홍삼 티백 몇 개를 선물로 주심)

16. 도자기 화분에 심은 7년생 정도의 다육이 : 서대문구 홍제역 오일뱅크 앞에서 5,000원에 구입  

17. 아직 더 필요한 것 : 도마, 접시 3개, 반찬 그릇 3개, 옷걸이, 옷장, 여름에 쓸 선풍기, (어쩌면 에어컨도). 화분 몇 개 더. 


그럼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을 시작할게요. 

먼저 당근 마켓이 뭔지 도통 모르겠다 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말씀드리면, [당근 마켓]은 당근을 파는 시장이.... 아니고요(ㅋㅋ), 예전에 우리 사회에서 크게 유행했던,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 같은 거예요.    


<2019년부터 승승장구하고 있는 [당근마켓]의, 월간 순 방문자수(MAU)는 1,200만 명이다. 

종합 쇼핑앱 쿠팡(1,400만)을 따라잡을 기세다. 11번가, 위메프, 지마켓, 티몬을 이미 뛰어넘었다.>


아나바다 운동을 스마트폰 시대에 맞게, 어플 속으로 옮겨놓은 거 같은 거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당근 마켓은 훨씬 더 진보된 형태에, 무척이나 사용자 친화적이죠. 과거의 중고마켓과 가장 큰 차이점은, 같은 생활권 내에 있는 동네 사람들끼리 거래를 한다는 점이에요. 무료 나눔도 있지만, 중고 거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요.   

   

동네 사람들끼리 거래하기 때문에, 친밀도 높은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또 상대방이 사는 곳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사기를 치거나 먹튀를 할 위험이 줄어들어서, 신뢰도가 훨씬 더 높다는 거예요. 그리고 어플이라는 진화된 형태에 걸맞게 무료 나눔, 별점주기, 후기 남기기, 동네 소식 등의 메뉴들도 흥미롭답니다.

 

쉽게 예를 들어서, 이안 작가에게 오래된 TV가 하나 있었는데, 새로운 TV를 새로 구입하게 되었다면, 오래된 TV를 [당근 마켓] 어플에 올리는 거예요. 제가 10년 전에 그 TV를 40만 원에 샀다면, 한 7만 원 정도에 올리면 어떨까요? 너무 비싸서 거래가 안 될까요? 그럼 가격을 대폭 낮춰서 3만 원 정도면 거래가 될까요? 아니면 새 TV가 생긴 사람은 굳이 헌 TV는 안 써도 되니까, 무료 나눔을 하는 거죠. 대신 필요한 분이 와서 가져가는 조건으로요.


이안 작가는 지금 종로구 평창동에 살고 있으니까, 근처 강북구 미아동, 은평구 불광동, 성북구 길음동 등 인접한 동네에 사는 주민과 거래를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리고 상대 주민분에 대한 후기와 별점 등이 어플에 남아 있어서, 거래의 신뢰도를 미리 확인해 볼 수도 있고요.      


그럼 이안 작가 지난 5일 동안 사거나, 무료로 받은 물건들에 대해서, 위에 적은 번호 순서대로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이안 작가가 당근마켓에서 구입한 물건들. 위에서부터 한샘 가스레인지(10만), 쿠쿠 밥솥(6만 원), 그리고 밥솥 테이블(1만 오천). 밥솥 테이블은 아무리 봐도 너무 커서, 조만간 다른 용도로 쓰일 거 같다. 그리고 가스레인지 위에 놓인 고가(?)의 냄비는, 노란색 양은냄비에 요리를 계속하다 보니까, '은하계 최고의 세프의 폼'이, 안 나서 새로 구입했다> 


1번) 가스레인지 : 평창동 전셋집으로 이사 오고 나서, 순천에서처럼 한 달 살이 민박이 아니고, 최소 1년은 살 테니까, 앞으로 취사를 할 일이 많아질 거 같았죠. 하지만 가스 불은 여름에 더울 거 같아서, 처음에는 1구짜리 인덕션을 5만 원에 거래했어요. 하지만, 다음날 바로, 주인분에게 부탁을 해서 교환을 요청했어요. 대신 제가 4만 원만 되돌려 받기로 했어요.      


이유는 인덕션을 쓰기 위해서는, 인덕션용 냄비가 따로 있어야 하는데, 이안 작가에는 다이소에서 산 3,000원짜리 양은 냄비밖에 없었거든요. 그리고 1인용 휴대용 인덕션은 전기를 꽂으면 팬이 돌아가는데, 생각보다 소리가 커서, 대작가(?^^)의 위대한 창작활동에 상당히 거슬렸어요. 그래서 죄송하지만 원래 주인분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다시 돌려드린 거예요.     

 

대신 구입한 한샘 가스레인지는 3구짜리인데, 완전 새 것이기도 했고, 소음 없이 불이 활활 타오르니까, 더 좋았어요. 조용히 맛있는 1회용 포장 갈비탕을 끓이거나, 감자를 삶아 먹을 수 있었죠. 원래 주인분은 더 좋은, 한샘 빌트인 가스레인지가 생겨서 반값에 내놓으신 거였어요.      


여기서 한 가지! 당근 마켓에서는, 거의 구입자가 판매자의 집 앞으로 가서 거래를 해요. 덕북에 종로구 근처의 동네 곳곳을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했고, 서울 이곳저곳의 동네 정보와, 아파트 시세와 품평 등을 공짜로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물건을 파시는 주부분들에게(대개 어머님들), 이런저런 홀아비의 수다를 떨면서, 동네 정보를 여쭤봤거든요. 평창동에서 1년을 살다가, 내년에 집을 옮기게 된다면 다음에 살 곳의 정보를 미리 듣는 거예요. 


그동안 들렀던 동네 중에서는, 이화여대에서 북아현동의 꼭대기로 올라가는 길에 자리 잡은 두산 아파트가 좋아 보였어요. 그동안 이안 작가는 북아현동 꼭대기로 올라는 길이 그렇게 운치 있는 곳인지 미처 몰랐었어요. 그리고 불광동 래미안 아파트도 마음에 들었는데, 주민분들이 너무나 친절하셨고, 아파트 단지 앞에 위치한 슈퍼마켓 아주머니는, 용변이 급한 이안 작가에서 화장실을 쓰라고 친절히 안내해주셨어요.       


친절한 주민들이 사는 동네가 따로 있는 걸까요? 그 동네에서 구입했던 전기포트의 주인분은, 쇼핑 백안에 깜짝 선물로, 힘내라! 홍삼 1포와 인삼차도 넣으주셨다니까요!!!      


지름신이 내린 이안 작가가, 물건 구입하는 얘길 시작하니까 신이 나서, [당근 마켓]을 통해서 이미 구입한 16개 중 1개밖에 설명을 안 했는데, 글의 분량이 벌써 3,500자를 넘어가고 있어요. 나머지 물건에 대한 설명은, 이번 글에 대한 독자분들의 반응이 좋으면 내일 이어갈게요 ~~      


당근 마켓 거래의 한 가지 단점은, 불법주차 단속에 걸릴 수도 있다는 거예요. 잠시의 거래이지만, 혹시라도 딱지를 끊게 된다면, 물건값보다 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니까요. 그래도 혼자 사는 홀아비가, 중고 물품 거래를 통해서 이렇게 이웃 동네 주민분들과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건, '신세계의 발견'이고, 상당히 즐거운 흥미진진한 일이기도 하답니다~~^^ 독자 여러분도 당근마켓의 지름신에 한 번 빠져 보실래요? ^^

<당근 마켓에서 무료 나눔으로 얻을 수 있었던 접이식 좌식 탁자. 매우 추운 날이었는데 주인 분께서 아파트 입구까지 나와서 물건을 전해주셨다. 감사합니다~~^^>

이전 12화 서울의 평창동에서, 한양 도성의 거리를 걷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