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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Jun 21. 2021

아!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

- 음악이 흐르는 풍경 / [되돌아와] by 타이거 DK -

주말에 대학 동기와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에 들렀다. 

인천에 사는 친구 '박'은, 주말이면 종종 돌싱남 혼자 사는 서울 평창동 피터팬의 집에 들르는데, 친구가 와서 하는 일이라곤 담배를 한 갑 정도 피워대다가, 건너편 손님방으로 가서 새벽까지 유튜브를 보면서 킥킥대다가 우렁차게 코를 골면서 잠이 드는 거다.  

   

피터팬 : 야,, 박가야! 너 문화의 변방 지방도시에서 한양도성까지 올라왔으니까, 맨날 자빠져 자지 말고 우리 선조의 얼과 혼을 함께 느끼러 가자~

친구 박 : 싫어! 난 박물관 안 갈래~ 난 유튜브 보면서 뒹굴거릴 거야!

피터팬 : 우리 한양 사람들은 조선이 건국되었던 600년 전부터, 문화와 예술을 사랑했거든~ 그러니까 너도 서울 오면 서울 법을 따라야 해!!

친구 박 : (시무룩...) 그래? 서울 사람들은 그러니? 그럼 알았어...     


외모는 영락없이 영화배우 공유를 똑 닮은 내가, 목소리까지 준엄하고 품위 있게 말하니까 친구도 거절하지 못하고 나를 따라나섰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국립박물관에 가려면 인터넷을 통해서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경복궁 바로 옆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은 지하철 5호선이나 3호선을 타고도 갈 수 있어 상대적으로 접근이 더 용이하다 보니, 예약을 서두르지 않으면 매진이 되기 일쑤이다. 하지만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은 예약 자리가 좀 여유 있는 편이라서, 하루 전날 예약을 했지만 오후 4시 30분 관람 티켓을 2장 확보할 수 있었다.      


피터팬이 용산에 있는 우리의 [국립중앙박물관]을 자주 찾는 이유는, 그곳에 가면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우리나라의 선사시대 유적부터, 조선 후기의 회화 도자기는 물론 고서적까지 30만 점 이상의 방대한 문화유산을 보관하고 있고, 해외 문화재까지 15,000여 점 이상을 상설 전시하고 있지만, 전시된 작품 중에서 피터팬에게 가장 의미 있는 작품은 단연 ‘금동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이다.(국보 83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금동미륵보살 반가 사유상(국보 83호) : 왼쪽 다리 무릎 위에 오른쪽 다리를 올린 이른바 반가(半跏)한 자세에, 오른뺨에 오른쪽 손가락을 살짝 대어 마치 사유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형식의 불상은 인간의 생로병사를 고민하여 명상에 잠긴 싯다르타 태자의 모습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도의 간다라나 중국 남북조 시대의 불전(佛傳) 부조 중에서 종종 등장한다.(설명 : 국립중앙박물관 >  


“... 단순하지만 균형 잡힌 신체, 자연스러우면서도 입체적으로 처리된 옷 주름,
분명하게 표현된 이목구비, 정교하고 완벽한 주조기술, 여기에 더해
얼굴의 잔잔한 미소는 종교의 예배 대상이 주는 숭고미를 더해준다...”   
- [국립중앙박물관 선정 우리 유물 100선] / 권강미-     


굳이 국립중앙박물관 권강미 학예연구사의 설명을 접하지 않더라도, 이곳 건물 3층 불교미술관에 들어서면, 크기가 93.5cm로 금동으로 만든 반가사유상 중에서 가장 클 뿐만 아니라, 최상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이 기적 같은 예술작품에 압도되고 만다.      


필자가 우리 불교문화재 최상의 작품 중 하나인 이 반가사유상의 실물을 본 것은, 이미 중국과 인도에 각각 3개월씩 머무르면서 불교미술과 관련된 박물관들은 거의 관람을 한 이후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국보 83호와, 국보 78호 반가사유상과 같은 '미(美)의 결정체'는 이전까지는 마주 하지 못했었다. 지금은 국보 78호가 [국립 중앙박물관]에서 잠시 자리를 비우고 있지만, 10여 년 반가사유상 둘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던 그날의 충격은 아직도 잊지 못하고 생생히 기억난다. 


“... 슬픈 얼굴인가 하고 보면 그리 슬픈 것 같이 보이지도 않고, 미소 짓고 계신가 하고 바라보면 준엄한 기운이 입가에 간신히 흐르는 미소를 누르고 있어서
무엇이라고 형언할 수 없는 거룩함을 뼈저리게 해 주는 것이 이 부처님의 미덕이다. 인자스럽다, 슬프다, 너그럽다, 슬기롭다 하는 어휘들이 모두 하나의 화음으로 빚어진 듯 머릿속이 저절로 맑아 오는 것 같은 심정을 일으키는 것은...” -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 최순우(학고재)      


1974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으로 취임하셨던 우리나라 문화계의 거목 최순우 선생의 글을 읽었던 대학 시절만 해도 조각상 하나가 주는 울림이 이토록 크고 또 이렇게 많은 의미와 감동을 불러일으킬 줄을 짐작도 못했었다.   

   

피터팬 : 태헌아. 이 불상을 보렴. 아빠가 보기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이란다. 

전 세계의 금을 다 갖다 준다 해도 바꿀 수 없는 금동불상이지. 

아들 : 음... 왜? 왜 그렇게 소중한 거야?      

     

< 국보 78호 반가사유상. 국보 83호 반가사유상과 쌍벽을 이루는 삼국시대에 제작된 대표적인 반가사유상이다. 그러나 두 상은 조형적인 면에서 뚜렷한 차이점을 지니고 있다. 가장 큰 차이는 머리에 쓴 보관의 형태이다. 국보 83호 상은 머리에 낮은 관을 쓰고 있는데, 이는 삼산관(三山冠) 또는 연화관(蓮花冠)이라고 한다. 또한 국보 78호 상과 달리 상반신에는 옷을 전혀 걸치지 않았으며, 단순한 목걸이만 착용하였다. 단순하지만 균형 잡힌 신체, 자연스러우면서도 입체적으로 표현된 옷 주름, 분명하게 표현된 이목구비로 보아 6세기 후반에 제작된 국보 78호보다 조금 뒷 시기인 7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대체적으로 보고 있다. 또한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은 크기가 93.5cm로 금동으로 만든 반가사유상 중에서 가장 클 뿐만 아니라, 일본 교토[京都] 고류지[廣隆寺] 목조 반가사유상과 매우 닮아, 우리나라 불상의 고대 일본 전래와 관련하여 주목을 받고 있는 중요한 작품이다. (설명 : 국립중앙박물관) >


필자는 타고난 재능이 부족하여 고 최순우 선생님이나, 권강미 학예연구사처럼 "왜 이 불상이 이토록 귀중하고 큰 감동을 주는지?" 큰 아들에게 설명할 수 없었다. 다만 눈물을 왈칵 쏟을 듯한 아름다움의 충격에 휩싸여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수밖에 없었고, 첫 충격으로부터 10여 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매월 용산을 찾는 건 바로 반가사유상을 보기 위해서라는 것 밖에.     


그래도 한 가지, 스스로에게 위안을 삼을 있는 건 우리의 선조들이 반가사유상과 같은 위대한 선물을 후손들에게 주었던 것처럼, 필자 역시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 보존과 관련해서 후손들에게 조금은 의미 있는 역할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거다. 피터팬 PD는 MBC 재직 시절에, '우리나라 힙합의 대부 타이거 JK'와 함께 

‘우리의 소리’의 대중화와 관련해서 노력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 MBC 라디오에서는 지난 30여 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에서 채록한 향토민요의 음원 2만여 곡을 보관하고 있었다. 매일 하루에 3번씩 MBC 라디오를 통해서 환인제약 협찬으로,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캠페인으로 방송이 되기는 하지만, 이 곡의 음원들이 한국 대중음악과 콜라보를 할 수 있는 기회는 당시까지만 해도 전혀 없었다.       


필자는 MBC 라디오 보직 부장으로  근무하던 2018년에, MBC 라디오가 저작권을 갖고 있는 우리 향토민요 2만여 곡을 전부 무상으로 서울시 ‘우리 소리 박물관’에 기증하는 일을 담당했고, 또 이후 우리 향토민요의 대중화를 위해서 타이거 JK와 오랜 기간 협의를 통해서, MBC 라디오가 채록한 ‘우리 향토민요’의 음원을 샘플링한 [되돌아와]라는 멋진 곡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했었다. MBC 라디오에서 일했던 지난 25년의 재직 시절을 돌아볼 때 가장 보람 있었다고 필자가 생각하는 일이다. 


'우리의 것'을 통한 문화운동에 대한 열망으로 뜨거웠던 80년대 후반의 대학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와, 

[국립중앙박물관]의 반가사유상을 보며 다시 한번 큰 감동을 느꼈던 자리에서 듣고 싶은 노래는 단연, 

[되돌아와] / 타이거 DJ(FEAT. 윤미래, Bizzy) [MBC 라디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30주년 기념 음반]이다. 


선조들의 귀중한 선물이 전해준 벅찬 아름다움에 취해, 

윤미래의 후렴구가 특히 멋들어진 [되돌아와]를, 

독자 여러분들과도 함께 들으면서 귀한 감동의 기억을 되돌리고 싶은 2021년의 여름밤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LBxLLo8Bj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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