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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안 May 02. 2022

쉰네 살에 재취업을 하게 되었다.

-수제 맥주 CAFE의 매니저 시급은, 9,610원 -

나의 재취업 도전의 역사는 비록 2년으로 짧았지만, 지원했던 회사수는 100여 개가 넘었던 것 같다.

2021년 가을부터 겨울까지는 공기업에 무던히도 원서를 넣고 필기시험도 보고 일부 면접까지 올라갔지만 100% 낙방.      


공기업이 연령과 학력을 입사 요건에서 배제하기로 했다는 건, '다 새빨간 거짓말~" 인가보다 포기를 하고, 2022년 초에 [DH엔터테인먼트]라는 1인 기업을 세우고, 나름 야심 차게 유튜브 채널 제작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것 역시 2달 만에 폐업. 자본금이 바닥났기 때문이었다.      


사실 2020년 12월에, 25년 동안 근속했던 MBC 라디오 PD직을 그만두기로 했던 건, 느닷없이 훅 불어온 영하의 겨울바람처럼 아내가 결별을 선언했기 때문이었다. 절망 속에서 울며 불며 서울에서 혼자 사느니, 차라리 직장을 때려치우고 제주도에 내려가서 평생 수도승처럼 홀아비로 살아가리라 작정했었다.     


하지만 실업자 생활이 2년이 넘어가자 생활비는 거의 다 떨어져 갔고, 그 와중에 '가상화폐 투자의 귀재'라는 지인의 말만 믿고, 명퇴금을 꼴랑 다 맡겼는데, 결론은 평가액이 거의 '0원'(으악!!!)에 가까울 정도로 폭락을 해서, 당장 끼니 걱정에 잠을 설쳐야만 하는 목구멍이 포도청인 신세가 되었다.      


그래서 다시 재취업에 도전! 하리라 마음을 단단히 먹고, 2022년 4월부터 인크루트, 잡코리아, 사람인 등 취업포털사이트에 하루에 적어도 10개가 넘는 이력서를 들이밀었다. 하지만, 몇몇 회사의 이력서에는 생년월일을 표기하는 란에 나의 출생연도 '1969년도'를 표기할 수 있는 칸은 아예 없기도 했다.    


<어제 오후에도 입사 이력서를 10곳이 넘게 넣어봤지만....>



50대 그것도 우리 나이로 54세인 나의 나이는, 일반적인 회사에서는 충분히 명퇴를 하고도 남을 나이인데, 어느 기업이 날 다시 채용해주겠는가?


어디서 돈을 마련할 수 있을까?
아니, 돈을 버는 것보다 줄이는 걸 먼저 하는 게 맞다면,
당장 5월 1일부터 생활비가 빠듯하니까, 하루에 한 끼만 먹을까?      


이혼 전에 아내가, 내가 부장이 된 선물로 사줬던 차를 팔면 중고차 시세로 2,000만 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는데, 이걸로 1년을 더 버텨 볼까?


이런저런 궁리를 해봤지만 재취업이 되지 않는다면 딱히 지금의 빈곤한 상황을 탈출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오늘은 서울시내에서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연등회 축제가 있는 날이라서, 서울 종로구 수송동에 위치한 조계사에 가보았다. '조계사 경내 땅만 한 번 밟아도, 자자손손 3대가 잘 산다'는데, 부처님 오시는 날을 앞두고 조계사의 하늘을 가득 덮은 연등 아래서 기도를 드리면 '혹시 또 아나? 부처님의 은덕을 받아서 취업이 될 수 있을지도' 하는 마음에.     


코로나 여파로 3년 만에 개최한다는 연등회의 행렬은 푸른 밤하늘 아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등을 수놓으면서 봄의 밤하늘을 밝히고 있었다.


'지금 연등회 행렬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가 아니다! 어서 조계사 대웅전에 들어가서 부처님께 3배를 올리고 제발 취업이 되게 해 주세요~~라고 빌어야지! 그런데 나 가톨릭 모태 신자인데 이렇데 마음속에 2가지 종교를 동시에 받아들여도 될까? 그래도 당장 내일부터 끼니를 줄여야 할 판인데, 부처님, 하느님, 알라, 성황당의 동자신한테라도 빌어야 할 형편이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조계사의 정문 앞을 아름답게 수놓은 부처님 오시는 날을 밝히는 연등들>


조계사에서 삼배를 아주 지극 정성으로 올리고 나와 쓸쓸히 걸어가다가 우연히 인사동에 위치한 관훈갤러리 앞을 지나게 되었다. 평소에 미술에 조예가 매우(?) 깊은 문화인이자, 전직 MBC PD이다 보니(나를 말하는 것임) 갤러리와 박물관을 자주 들르는데, 올해 초에 열렸던 관훈 갤러리의 <1970~80년 뉴욕 소호의 아티스트> 전시회에 큰 감명을 받아서 관훈 갤러리 초대 이사장님과 많은 얘기를 나눈 기억이 났다.      


관훈 갤러리 초대 이사장님은 지금은 은퇴하시고, 갤러리 옆에서 제법 큰 <피자&수제 BEER&카페>(관훈 카페)를 운영하시는데 내가 가끔 찾아뵈면 고맙게도 나를 아주 많이 반겨주셨기 때문에, 오늘은 실업자 홀아비의 신세한탄이나 할까 들른 거였다.  


그런데 마침 이사장님께서, "코로나 제한이 풀려서 <피자&수제 BEER 펍>(관훈카페 )의 영업시간을 자정까지 연장해야 하는데, 밤에 일할 매니저를 구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주저하지 않고 바로, ‘아 부처님께 기도드리고 5분도 안되어 응답을 받는구나!' 생각되어,


”그거 저에게 맡겨주시면 안 될까요? 저 잘해볼게요~“      


라며, 떼를 썼는데 이사장님은 흔쾌히 동의해주셨다.

단 급료는 시급을 적용해서 <밤 7시 출근, 자정 퇴근>. 하루 5만 원이 채 안 되는 보수를 받게 된다.      


’그럼 한 달에 30일을 일한다면, 월 150만 원,,,
이 금액이면 끼니를 줄이지는 않아도 될듯한데...!
그래! 3년 만에 개최한 연등회 날 부처님이 맺어준 고마운 인연임이 분명하겠지? 잘해보자! 또 아는가? 이 구역 최고의 카페 매니저로 국제적 명성을 얻게 되어,
뉴욕이나 런던 혹은 파리 최고의 카페 매너지로,
연봉 10억에 스카우트될 날이 올지도...‘

라는 말도 안 되는 상상에 피식거리도 하면서.     


사실 올해 시작했던 유튜브 사업[미녀들의 식사, 탑모델의 메이크업]을 급하게 접기로 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일단 앞서 한번 언급한 대로, 가상화폐에 잘못 투자해서 자본금이 바닥났다. 이후 어렵게 약간의 투자금을 재차 빌리기도 했지만, 창업을 한 이후 지난 2달여 동안 올렸던 20편의 유튜브 클립들에 대해서 지인들의 반응이 영 신통치 않았다. "이렇게 재미도 없는 걸 도대체 왜 하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고... 그러니까 나도 점점 의기소침해져서 더 이상 하고 싶지가 않았다.     

 

”남들 다하는 유튜브라서 나도 한번 해봤는데, 정말로 쉽지 않구나.
방송국 라디오 PD 업무와는 시장도/ 업계 생리도/ 수요층도/ 전혀 다르니...
적응하기도 어렵고... “     


그리고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 이혼한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 올해 대학에 입학한 큰 아들이, 할머니 할아버지 댁을 들를 때마다, ”아빠는 새 직장을 구하셔야 할 텐데... 그래야 마음잡고 사실 텐데 걱정입니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아들에게 걱정 끼치는 아비가 되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인지라,

나도 '적더라도 고정적으로 월급을 받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자꾸 흔들리게 되었다.



이제 저도 다음 주 화요일 저녁 7시부터 새 직장에 출근을 합니다.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관훈 갤러리>와 이어져 있는 <관훈 카페>의 매니저입니다.

단, 저는 19시부터 자정까지 밤에만 근무합니다.     

 

혹시 퇴근 후에,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피자에 수제 맥주로 회포를 푸실 분들은 찾아오세요~ ",

"제가 맥주 한잔씩은 쏩..... 니....",,,,,라고 호기롭게 말하고 싶지만,...


나의 하루 일당이 5만 원이 채 넘지 않는지라,,,,

그런 건 꿈도 꾸지 마시고, 다만 맛있는 음식과 즐거운 분위기를 즐기기위해서 꼭 찾아 주세요 ^^


제 지인분들이 많이 찾아주신다면,

또 압니까? 위대하시고 자비로우신 사장님이 시급을 올려주실 수도 있고,

그럼 제가 여러분께 공짜술을 대접할 날이 올지도.....



<대한민국 최고의 수제맥주와 피자는, 모니 모니 해도 역시!!!,  피터팬작가가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관훈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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