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반야심경]-공(空)이란 ‘없음’이 아니다

『반야심경, 공의 지혜로 삶을 비추다』

by 이안

1편. – 존재를 다시 보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이 짧은 한 문장은 불교 사상 전체를 꿰뚫는 칼날 같은 진리이자,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오해받는 구절이기도 합니다.


공(空), 즉 ‘비어 있다’는 말은 종종 이렇게 이해됩니다.

“모든 게 허무해. 다 무의미해. 결국 아무것도 없어.”


하지만 반야심경이 말하고자 하는 공은

그런 허무주의와는 전혀 다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공은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바라보는 방식의 전환입니다.


우리는 매일같이 ‘있다’와 ‘없다’, ‘좋다’와 ‘나쁘다’라는 분별 속에서 세상을 봅니다.
컵은 컵이고, 나는 나고, 고통은 고통이다.
하지만 이 단단해 보이는 ‘실체’라는 것은
사실은 인연 따라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관계의 결과물일 뿐입니다.


당신 앞에 있는 커피잔을 생각해 보세요.
그 잔은 도공의 손을 거쳐, 흙과 불, 물과 시간의 인연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것을 당신이 ‘커피잔’으로 인식하는 것도,
지금 여기서 마시고 있기 때문이지요.


만약 이 커피잔이 사막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면,
누군가는 그것을 ‘물 담는 용기’, 혹은 ‘장식품’으로 인식할 수도 있습니다.


즉, 그 물건 자체는 어떤 본질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와 맥락 속에서 ‘그것’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첫 번째 뜻입니다.


공이란 ‘텅 비어 있음’이 아니라,
고정된 실체가 없음을 말합니다.
‘나는 이래야 해’, ‘사람들은 나를 이렇게 봐야 해’,
‘내가 가진 건 내가 평생 지켜야 할 것들이야’
이런 생각들이 우리를 힘들게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것이

영원히 존재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의 지혜는 말합니다.


그 모든 것들은 인연 따라왔다가 인연 따라 사라진다고.

그렇다면, 우리는 그 ‘없어짐’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모든 것은 오고 감이 있고, 피고 지는 것입니다.


꽃이 피었다가 지는 것을 우리는 비극이라 부르지 않듯,
관계가 변하고, 상황이 흘러가고,

나 자신이 바뀌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공을 이해한다는 것은
세상의 모든 것이 일시적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고,
그 깨달음은 곧 자유로 가는 문입니다.


우리가 어떤 일에 너무 매달리거나,
지나간 일에 괴로워하고,
오지 않은 미래에 불안해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고정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의 시선으로 보면,
그 모든 것도 그냥 하나의 구름처럼 흘러가는 현상입니다.
구름은 생기고 사라지지만,
하늘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당신의 마음도 본래는 고요하고 넓은 자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반야심경』이 말하는 공은
그 하늘 같은 마음을 다시 회복하라는 초대입니다.


형상에 속지 말고,
고정된 생각에 사로잡히지 말며,
모든 존재가 다만 ‘관계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그래서 공을 이해한 사람은
세상과 싸우지 않습니다.
변화 앞에 절망하지도 않고,
소유에 집착하지도 않습니다.


공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그것은 실체가 없다.
그러니, 집착할 필요도 없다.
그러니, 두려워할 것도 없다.”


삶 속에서 실천하는 ‘공’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공’은 어떻게 다가올까요?
그것은 매일의 삶 속에서 이런 식으로 실천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 나를 오해해도,
‘그것은 고정된 나가 아니다’라고 바라보는 것.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이 또한 인연 따라오는 흐름’이라 받아들이는 것.



물건을 살 때에도, 관계를 맺을 때에도,
‘이것은 잠정적인 것’이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



공은 비워냄이자, 내려놓음입니다.
그렇다고 무책임하거나 무감각한 태도가 아니라,
오히려 모든 존재에 더 깊이 관찰하고 연결되는 태도입니다.


이제 반야심경의 첫 문장을 이렇게 마음속에 되새겨 봅시다.

“관자재보살이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오온이 모두 공한 것을 비추어 모든 고통을 건너셨다.”


그 ‘비추어 본다’는 말속에는,
우리의 삶도 그렇게 깨어 있는 눈으로 다시 바라보라는 깊은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2편에서는 ‘오온도 공하다’는 말의 뜻,
곧 ‘나’라는 존재는 무엇으로 이루어졌고
왜 실체가 없는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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