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 위에 그린 제국의 꿈
런던 영국박물관 지하 전시실. 회색 석회암 판들이 복도 양쪽 벽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다. 높이 두어 미터의 돌판 위에서 시간은 멈추고, 왕은 활시위를 당긴 채 사자에게 마지막 화살을 꽂으려 한다.
근육이 뒤틀린 사자의 앞발, 끊어질 듯 팽팽한 시위,
창을 든 수행원들의 체취까지 돌결에 살아 있다.
우리는 묻는다. 이토록 정교한 이미지의 제국은 왜 모래처럼 무너졌는가?
그리고 이 ‘정지된 영화’는 무엇을 위해 제작되었는가?
(앗수르바니팔의 ‘사자사냥 부조’는 영국박물관 10a실 핵심 소장품이다.)
앗시리아는 티그리스 강 상류에서 태어나 기원전 9~7세기에 전성기를 맞는다. 수도는 아슈르에서 님루드, 니네베로 옮겨가며 팽창했고, 철제 무기·전차·도로망·주민 이주와 같은 ‘제국의 기술’을 가장 먼저 체계화했다. 대규모 정복과 조공 체제는 거대한 궁정과 관개 시스템을 가능하게 했지만, 그 폭력의 속도만큼 피로도도 누적되었다. 반란과 내분, 새로 부상한 세력의 동맹 앞에서, 니네베는 기원전 612년 함락되었다. 후대가 기억한 앗시리아는 잔혹한 제국이면서 동시에 ‘이미지로 통치한’ 최초의 제국이었다.
앗시리아 왕궁의 벽은 책이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