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첫눈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나직한 눈의 음색에 취해
조금씩 젖어든 외투처럼
어느덧 그렇게
첫눈에 반했다
12월 어느 날 불현듯 내려와
전부가 되어버린
그 해의 첫눈이자
나의 모든 순간들의 첫눈이었다
움켜쥔 손에 하릴없이 바스라지는 결정은
늑골을 분지르는 아픔이었고
으깨진 심장을 눈 속에 파묻자
붉은 성에꽃이 피어났다
지독히도 따듯했기에
눈물은 녹아내려 색을 잃고
이따금 슬픈 눈물과 섞이며
대신 나는 은하수를 한 줌 떠다
소복한 눈 위에 흩뿌렸다
오늘처럼 아픈 하늘
몇 번이고 내리는 눈을 보며
한 번쯤 너를 그리고 싶다
모네가 카미유를 사랑한 딱 그 정도의 온기
만큼
너를 그리워한다
영면하는 카미유의 색채는
첫눈을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