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야 Feb 05. 2021

그 해 첫눈은

그 해 첫눈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나직한 눈의 음색에 취해

조금씩 젖어든 외투처럼

어느덧 그렇게


첫눈에 반했다


12월 어느 날 불현듯 내려와 

전부가 되어버린

그 해의 첫눈이자 

나의 모든 순간들의 첫눈이었다


움켜쥔 손에 하릴없이 바스라지는 결정은 

늑골을 분지르는 아픔이었고


으깨진 심장을 눈 속에 파묻자

붉은 성에꽃이 피어났다


지독히도 따듯했기에

눈물은 녹아내려 색을 잃고

이따금 슬픈 눈물과 섞이며


대신 나는 은하수를 한 줌 떠다

소복한 눈 위에 흩뿌렸다


오늘처럼 아픈 하늘

몇 번이고 내리는 눈을 보며

한 번쯤 너를 그리고 싶다


모네가 카미유를 사랑한 딱 그 정도의 온기

만큼 

너를 그리워한다


영면하는 카미유의 색채는 

첫눈을 닮았다

작가의 이전글 색을 잃어버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