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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해요? 세입자가 안 구해져요

<눈물의 전단지 돌리기 대작전>

by 시크릿져니

"사장님, 혹시 오늘은 보러 오는 사람 없을까요?"

"이상하네... 요즘 사람이 없네요."

잔금일은 다가오는데, 집 보러 오는 사람은 없었다.


처음부터 쉽지 않을 거란 건 알고 있었다.

갭투자를 할 때에는 잔금일을 최대한 늦추고, 그 안에 세입자를 구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왜 그걸 흘려들었을까. 매도자가 급매로 내놓은 물건이라 잔금일 협의도 하지 못한 채 계약을 진행했다.


잔금일까지는 겨우 두 달.


설상가상으로 중간에 설 연휴가 끼어버렸다. 전세 시장이 한동안 조용해질 게 뻔했다. 올수리를 할 계획이긴 했지만, 허름한 그대로를 손님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상황.


부동산 사장님은 설 연휴 끝나면 움직임이 있을 거라고 했다. ...잠깐, 설 연휴 끝나면 한달 남은거잖아? 최악의 상황을 떠올려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주변 전세 매물을 검색하고, 내 아파트와 비교해봤다.


그제야 문제가 보였다. 비슷한 조건인데도 더 저렴한 전세 매물들이 수두룩했다. 더군다나 이 동네는 3개월 뒤 대규모 입주장이 열리는 곳이었다. 생각해 보니 내 임장 보고서에 "위험! 공급 과잉!"이라고 빨간색으로 적어놨었다. 급매라는 말에 정신 팔려 그걸 무시하고 계약해 버렸다.


'아, 이래서 부동산 리스크 분석할 때 공급량 체크하라고 했구나…'


강의에서 줄 쳐가며 배웠던 내용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다.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완공도 안 된 집을 계약하기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입자를 빨리 구할 방법을 고민했다.



최후의 수단, 전단지를 만들기로 했다.


포토샵을 열어 이번에 진행할 인테리어 사진을 넣고 내 물건의 장점을 어필했다.


bu_tu.png


"1급 브랜드 샷시, 화이트톤 인테리어, 베이지톤 포세린 타일 화장실, 중문 설치..."

큰 글씨로 "특올수리 첫 입주!!!"를 넣었다. 완성된 전단지를 보니, 신장개업하는 사장님이 된 듯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단지 50장을 들고 동네 부동산을 한 바퀴 돌기 시작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저희 집 전세 내놓을 건데 손님 오시면 이거 꼭 보여주세요~"
"오, 깔끔하네요! 특올수리 들어가는 거예요?"
"네! 공사 중이에요. 적극적으로 추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단지를 돌리기 전까지는 요즘 세입자 찾기 힘들다며 고개를 저었던 부동산 사장님들. 그런데 직접 돌리고 나니 의외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요즘 전세 물건은 많은데, 이렇게 인테리어까지 하는 집은 없어서 좋아할 것 같아요."



오호...느낌이 좋은데?


다시 긍정회로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틀 뒤.


"한 손님이 계약하고 싶다네요. 계좌번호 불러주세요."


그 한마디에 숨이 턱 내려앉았다.

진짜… 구해졌네?


그날 밤, 침대에 누워 오늘의 극적인 순간을 떠올렸다.

살면서 이렇게 나자신이 기특한 순간이 있었을까?


거봐, 역시 하면 된다니깐?


자꾸만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전세 빨리 놓기 노하우>

- 급매라도 계약 전, 잔금일을 최대한 길게 협상하라

- 입주장, 설 연휴 같은 변수는 꼭 체크할 것

- 세입자의 입장에서 매력적인 매물인지 확인하자

- 부동산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홍보하기(사진 있으면 더 좋음)

- 이렇게까지 해야해? 라고 생각할 때까지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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