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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이의 시간

 저는 늘 제 이름 석자를 마음에 품고 사는 엄마였어요.

하지만 내 아이와의 시간을 그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아 전업주부를 선택하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소망도 많은 여자이지만 내게 가장 소중한 시간을 위해 나의 길을 향한 많은 시간을 내려놓았던 엄마였지요.


 아이들을 키우는 시간 남편은 아이가 한 명씩 늘어남에 따라 가족을 부양하는 책임이 커지고 그와 함께 일도 더 많아지며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덕분에 눈물겨운 독박 육아의 시간도 많았지만 제게 다시 선택의 시간이 주어진다해도 저는 아이들의 아가 시기, 유아 시기, 유치 과정, 초등과정을 함께 하며 눈을 맞추는 엄마의 자리를 선택할 것 같아요. 다시 못 올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입니다.



 하지만 제게도 가끔씩 참을 수 없을 만큼 두 날개를 활짝 펴고 싶어 겨드랑이 밑이 간질간질하고 마음에 아지랑이가 피어 며칠씩 마음의 몸살을 앓아야 하는 시간들도 있었지요. 그때마다 아이들이 초등 고학년만 되면 그땐 육아 끝, '아이들의 인생 아이들이 책임져야 해. 그때가 되면 동지애를 불태우며 함께 성장하자'라고 생각했지요.

  가장 소중한 것을 선택하기 위해 다른 것들을 뒤로 미뤄야했지만 큰 고민없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선택했어요. 내 길은 더욱 더디고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 또한 제게 가장 좋은 길을 선택한 것이기에 꾹꾹 접어놓은 날개를 토닥이며 지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며 가만히 있지는 못했어요.

 관심분야가 같은 엄마들을 모아 독서모임을 만들어 꾸준히 해오기도 하고(6년 차 현재 진행형) 배우고 싶은 것들을 배우거나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 아이들에게 안나는 시간 간헐적 일을 하기도 했지요. 아이들이 교육기관에 가 있는 동안을 이용해서요. 하지만 아이들의 귀가시간이 빨라 이마저도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가 없었지요.


 저희 아이들은 유치원도 정규수업 후 기타 등등 다양한 수업을 하며 늦게 귀가하는 친구들이 아니었어요. 집에 꿀단지가 있는지 정규과정이 끝나는 시간 2시가 되면 집으로 왔지요.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영어 학원이나 기타 보습학원을 다닌 적이 없어 비교적 친구들에 비해 늘 하교 시간이 빠른 딸들이었습니다. 놀이터를 저희 아이들이 전세 내놓곤 했어요.

 감사하게도 딸 셋을 키우는 복을 누리고 있어 함께 모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기도 하고 자기들만의 놀이를 만들어 놀며 잘 자라는 딸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큰다고 생각하는 엄마이기에 가정에 있는 엄마라고 큰 것을 해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같은 시간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었던 것 같습니다. '정서적 안정과 건강한 자존감을 선물하는 시간 엄마의 세월을 낭비하자. 그리고 엄마의 시간이 더 이상 필요치 않을 시간이 되면 난 날아다닐 거야.'라고 마음의 소리를 외쳤지요. 그 사이 아이들도 이제 중학생 초등학생이 되었어요. 막내가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이지만 언니들이 있어 생각보다 엄마의 엄마의 시간 찾기가 빨라졌지요.





엄마도 아이들이 한 해 한 해 성장하는 동안 하나씩 하나씩 준비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아주 오랜 소망이었던 육아서를 출간했지요. <아이를 믿어 주는 엄마의 힘>이라는 책을 출간 한지 곧 일년이 되어가네요.


미혼 때 유아교육, 교육학을 전공했어요. 결혼 후 첫아이를 기다리며 대학원을 다니고 임신과 출산, 공부를 병행하게 되었지요. 빈 강의실에서 모유를 유축하며 대학원 과정을 공부했던 시간 내가 하고 싶었던 교육학. 상담 공부를 하는 것도, 기다리던 아이를 키우는 일도 마냥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엄마 모드로 하루를 살고 아기가 잠든 10시가 돼서야 공부와 과제를 하며 날도 자주 샜지만 늘 가슴에 "아이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어른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삶을 살자, 마음을 만지고 세우는 삶을 살자"는 소망이 있었기 때문에 신나게 걸어왔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엄마들을 상담하며 깨달았던 시간과 세 딸을 키운 시간을 담아 엄마의 오랜 철학을 담아낸 책이 세상에 나왔을 때 책의 주인공들은 누구보다 기뻐했지요. 엄마가 아이들을 키운 시간만큼 큰 사랑을 담아 엄마를 응원하며 엄마가 엄마를 다시 키우는 시간을 지지해 주었어요.


요즘은 강연이나 초중고 친구들을 만나 특강을 할 시간들이 있어요. 그 외에도 엄마에겐 여러 가지 일들이 있지요. 그러나 여전히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다 양보할 수가 없더라고요. 정말로 세 딸이 엄마보다 더 바빠지면 엄마는 더 자유로워지겠지요.


 얼마 전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 <MBTI유형에 따른 끼리끼리 학습 플래닝>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왔어요. 그런데 마침 1~4교시 수업이라 강사 사전모임도 있어 집에서 6:30에 나섰지요.


  


 샛별이 반짝 인사하는 시간에 나선 것이 참 오랜만이었지요.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고 친구들과 여러 가지 대화를 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다시 한 번 이른 시간부터 학교를 오고 가는 친구들, 하루 종일 마스크를 하며 공부하는 친구들이 참 대견하게 느껴졌지요.

 

 부지런히 나선만큼 일을 마치고 집에 복귀했을 때도 초등 저학년인 아이와 함께 점심을 먹을 수 있어 참 행복했어요. 물론 엄마가 없어도 요리 좋아하는 막내는 언니들을 진두지휘 하여 만난 것을 잘해 먹곤 해요. 심지어 혼자 볶음밥을 해먹기도 하고요. 물론 다 되어있는 제품을 볶아먹지만 ㅎ 계란후라이도 해서 올려먹는 딸이랍니다.


이 날은 이른 이동이라 언니들도 학교에 가고 혼자 있을 막내에게 이것저것 얘기해 놓았던 날이지요. 그런데 집에 와보니 딸들의 침대 위 모양새가 평소와 다르네요. 저희 딸들은 기상하면 각자 자기 이불을 다 개어놓는데 이 날은 이불을 갠 것 같지가 않아 웬일인가 하고 자세히 보니 나름 아늑한 아지트가 만들어져 있는 거예요.

 



 알고 보니 혼자 있을 동생을 생각하며 둘째가 만들어 놓은 것이었어요. 저희 둘째는 겁이 좀 있는 편이라 가끔 엄마가 옆에 없어 허전하면 잘 때 주변에 이불 벽을 만들어 그 안에 쏙 들어가더라고요. 자세히 보니 동생을 위해 이불 벽을 만들어 놓고 동생이 필요한 책과 간식들을 그 옆에 다 놓아둔 거예요.


 세 딸들 중 혼자 있는 것을 가장 싫어하고 힘들어하는 둘째는 혼자 있을 땐 잘 안 움직여요. 필요가 있어도 무서워서요. 그래서 동생도 그럴까 봐 학교 가기 전 동생에게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고 필요한 것들을 옮겨 주고 갔더라고요. 아침 등교 준비가 분주한 걸 아는데 너무 기특하더라고요. 첫째 날의 풍경보다 둘째 날은 좀 더 간소화되었죠? ㅎ 베개 울타리 안에 이불로 폭신폭신 구름나라를 만들어 놓았어요.

 



엄마도 친구들이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열강을 하고 있었지요.

잘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아이 생각은 잊고 내 앞에 있는 아이들에게 집중하며 시간을 보내고 옵니다. 이 또한 엄마에게 참 의미가 있는 시간이지요.


 아가씨 때부터 아이들을 유독 좋아했지요. 그래서 유치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었고요. 세월이 흐르면 만나는 아이들을 나이도 세월의 흐름만큼 많아졌네요. 그런데 저보다 덩치가 큰 아이들도 참 예쁘고 소중하네요. 그래서 행복하고 감사해요.

아이들과 소통하며 함께하는 시간도 너무 행복하지만 다 끝나고 가정으로 가는 시간 또한 엄마에겐 소중한 시간입니다.





가정에 와 아이와 반갑게 인사하고 밥을 먹고 시간을 보내는데 아이가 커튼으로 옷장을 가려놓았어요.


"낮인데 왜 커튼을 쳐 놓았어?"

"만지면 안 돼. 깜짝 이벤트야. 언니 놀라게 해 주려고" 하며 보여준 커튼 안에는 언니를 위한 수공예 현수막이 걸려 있었어요.

엄마에겐 도화지 한 장에 쓴 메모를 전해주었고요. "엄마!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보는 순간 감동~~~!!


엄마의 시간 그리고 아이들의 시간

각자 다른 시간 속에서 모두 성장하고 있는 소리가 들려 감사하고 흐뭇했어요.

참 많이도 자랐습니다. 엄마가 없어도 척척이고요.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마음에도 저장, 핸드폰 사진첩에도 저장, 그것으로도 다 모자란 맘을 글 공간에 기록으로 저장합니다. 그리고 그 날밤 남편과 딸들의 모습을 이야기 나누네요.

"조금 더 지나면 우리 딸들이 더 바빠지겠지. 그때까지만이라도 더 시간을 내어주고 싶어."라고 말하게 되는 엄마입니다. 아직도 엄마는 조금 느린 걸음을 걷고 있습니다. 걸으며 놓치고 않고 싶은 소중한 시간이 제게 있기 때문이지요.


시간은 참 빠르게 흘러 아이들이 저보다 더 바빠지는 시간도 금방 올 것 같아요. 그 때까지 온전히 제 시간이 아닌 함께 하는 시간 아름답게 채워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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