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홍빛 하루

잔인했지만 따듯한

by Scarlett Jang

거센 폭풍우가 휘몰아친 후 바닷가는 참으로 고요하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잔잔하게 움직이는 물결과

햇살에 부딪혀 반짝이는 윤슬은

전날의 악몽들을 모두 잊게 만든다.


아직 머릿속에는 사고 난 기억들이 생생한 데,

내 주변의 일상들은

다행스럽게도 너무나 평온하다.


나의 삶은 불의의 교통사고로

완전하게 찌그러진 내 차처럼 뒤틀어져 버렸지만,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은

다행스럽게도 사고 전날처럼 그렇게 흘러간다.




나처럼 예민한 사람은 사고가 나서 입원한 상황에서도

예민함의 극을 보이는 것 같다.

불편한 잠자리, 입맛에 맞지 않는 식사, 시끄러운 주변의 소음들.

모든 것이 불평투성의 것들이었다.


여기 병원 입원실에 있는 다른 이들도 분명 아플 텐데,

인상을 온전히 구기고 있는 것은 나뿐인 것 같다.

100%. 상대차주의 잘못으로 벌어진 사고였기에

나의 부정적인 사고들은 더욱더 나를 세상에 원망이 가득한 이로 만들고 있었다.


입원 중에는 며칠 푹 쉬어도 될 텐데,

어딘가 불안한 마음은

여전히 무언가 할 것을 찾고

침침한 눈으로 책이라도 몇 장 보려고 애를 써본다.



며칠 동안 두통과 함께 구토와 미슥거림이 계속되었다가

오랜만에 속이 좀 진정되었다.

연일 가족과 직장동료들이 병문안을 와도 아무것도 못 먹었는데,

오늘은 처음으로 가족들과 함께 병원 아래 카페에 가서 함께 차를 마셨다.


새빨간 딸기차가 마치 내 마음 같았다.

잔인하게 피로 물들여진 상처 입은 내 삶의 일부 같기도 하였고,

가족들 덕분에 따듯하게 사랑의 온기로 채워진 내 심장의 색 같기도 하였다.


인생사 새옹지마

참 많이 들은 말이지만,

다시 깊게 새겨지는 말이다.


이렇게 큰 사고를 예고 없이 당했으니,

꽤 오랫동안은 액운이 들지 않겠지…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