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_여름 [해변에서 즐기는, 비파우롱]
- (복근) 있어요?
- 아니 없어요
- 없었어요?
- 없어요
- 아 있었는데?
- 아니 없어요 그냥
한 때 밈이 됐던 ‘없어요’ 시리즈입니다. 저는 사실 복근이란 게 있었는데요.. 정확히 말하면 복근이 보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복근은 원래 모두가 있는 거래요. 파묻혀서 안 보일 뿐이지..’
얼마 전 지인의 인스타 스토리에서 위와 관련된 내용을 보고 신나게 웃었는데 제 배를 보니 막상 웃기만 할 때는 아니더라고요.
올해엔 저도 휴가 가서 좋은 몸 좀 뽐내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헬스장으로 향해보는데요. 사람이 바글바글합니다. 아 역시나 저만 빼고 다들 갓생살고 있었던 거였어요. 그렇게 다가올 여름휴가를 위해 3개월 헬스이용권을 끊어 봅니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됩니다. 여름휴가를 3개월 앞둔 때가 헬스장 성수기라는 사실을요. 다행인 건지 모르겠으나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아가나 싶어 한 편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봅니다.
휴가와 해변을 생각하며 일단 운동을 시작하긴 하지만 3개월 전까지 한참이나 안 움직이던 몸을 고작 3개월 한다고 몸짱이 될까요? 그래도 3개월이라도 하는 게 어딘가 하는 생각으로 정신승리를 해봅니다.
지난 여름 편에 이어 한 번 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볼게요. 우리는 바람대로 3개월 뒤 기대했던 멋진 몸을 만들었다는 행복한 가정을 해봐요. 식스팩도 장착했겠다, 모든 준비가 됐네요.
거칠게 작열하는 여름 땡볕 더위를 뒤로하고 피서를 떠납니다. 그리고 서핑을 해요.
몇 시간 동안 물놀이를 열심히 했더니 허기도 지고 갈증이 어마어마하게 납니다. 이럴 때 시원한 음료가 생각이 나죠.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시원한 음료를 벌컥벌컥 원샷하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지금이 바로 그 순간입니다.
얼음 최대한 많이 동동 띄워, 시원한 음료로 갈증을 해소해본다고 상상해보세요. 이 갈증을 해소하는 순간에 단순히 물만으로는 많이 아쉬워요. 힘을 많이 쓰면 몸에서 당을 필요로 하는 게 느껴지잖아요. 이 문장을 읽고 공감하신다면 당신도 어른일 확률이 높습니다. 어렸을 때는 어른들이 하는 ‘당 땡긴다’라는 말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어느순간부터 이 말이 이해가 가더라고요. 그건 저도 어른이 됐다는 걸까요? 이런 이유를 포함해서 어른이 된다는 건 정말 피하고 싶은 일이네요.
말이 잠시 삼천포로 빠졌는데, 다시 아까 전 그 장면으로 돌아가 집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뜨거운 태양 아래서 오랜 시간 서핑을 해서 지치고 목이 마른 상태입니다. 시원하면서 지금 단 게 미친 듯이 당기는 기분이에요. 하지만 단순히 달기만 한 건 2% 아쉬워요.
상상만 해도 입맛에 침이 사악 고일만큼의 새콤하고 상큼한 살구, 복숭아와 같은 햇과일 향이 가미해지면 더할 나위 없는 조합이 완성되지 않겠어요? 거기에 살짝 씁쓸한 차의 뒷맛까지 더해지면 여기가 극락인가 싶을 거예요.
맥주처럼 톡 쏘는 걸 원한다면, 스파클링 워터와의 조합도 너무 좋겠어요. 기껏 복근 만들었는데 다이어트와 근성장에 도움 되지 않는 탄산과 당의 조합을 먹어도 되나 싶죠?
어차피 휴가 끝나면 돌아갈 몸입니다. 마음을 비우고 우리 조금만 더 행복하게 살기로 해요.
그리고 여러분 명심하세요, 복근은 원래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파묻혀서 안 보일 뿐.
잠시 보내주고 또 다음휴가 때 3개월 열운동해서 존재를 드러내보도록 하죠. 물론 3개월만에 되찾을 수 있단 전제는 장담 못 합니다. 여러분의 몫이겠지만 저부터 한 번 해보겠습니다.
지금부터 휴가까지 3개월, 함께 꼭꼭 숨겨놓은 복근찾으러 가시죠.
레시피는 추후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