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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그래 Jul 19. 2022

오겡끼데스까, 와따시와 겡끼데쓰.

사계_여름 [Relieve your stress : 세인트 존스 워트]


너 스트레스 때문에 약 필요해 보이는데, 여기에 원하는 거 있으면 내가 도와줄게.

한적했던 일요일 주말, 하우스 메이트였던 일본인 친구 메구미상의 연락이었어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같은 하우스에 살았었지만, 사실 평소에 대화는 거의 하지 않는 사이였고 그녀는 공장에서 일하는 친한 대만 친구들이 있어 그녀들이 있는 하우스로 이사한 지 꽤 시간이 흐른 뒤였습니다.


사진은 호주에서 유명한 CENOVIS 라는 브랜드의 영양제 홍보물이었는데요. 처음엔 사진만 보고 '대체 뭐지? 나한테 약 파는 건가?' 하고 잠시 생각하다가 메시지를 보니 이해가 가더라고요.


 쪽지를 받기 며칠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제가 신경이 굉장히 예민해진 상태로 쉬는 시간에 밥을 먹지  하고 있으니  친구가 괜찮냐고,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었던 적이 있었는데요. 저는 당시에 함께 일하는 오지(Aussie:호주인) 직원과의 트러블(사실은 괴롭힘에 가까운) 때문에 밥을  먹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은 채로 있었거든요. 오후 근무자인 저희는 쉬는 시간이 저녁 식사 시간이었는데요. 일하다가 저녁 식사 시간이 되면 도시락 그릇까지 먹을 정도의 먹성을 보여주던 애가 스트레스 때문에 밥을  먹겠다고 하니 걱정이 됐었나 봅니다.


그게 신경이 쓰였는지 정말 고맙게도, 주말이라 도시 나가는데 필요한 거 있냐며 사다주겠다며 연락한 거였습니다. 저희는 호주의 멜버른이라는 큰 도시에서 차로 약 3시간 정도 떨어진 외곽에 살고 있었는데요. 멜버른으로 나가려면 주말에 큰맘 먹고 나갔어야 했을 때였습니다.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영양제가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스트레스 완화 제품으로 보이는 거 하나 사달라고 말했더니 몇 시간 후 사서 직접 집까지 가져다줬습니다. 정말 다행히도 블로그에 기록해놨던터라 여전히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데요. 그때 저는 주말에 집에서 쉬다가 배고파서 라면 끓여 먹고 설거지하고 있을 때였어요. 메구미는 저희 집까지 와 영양제를 주고 다시 돌아갔고요. 저희는 당시 외노자였다보니 현금을 거의 들고다니지 않아 메구미가 떠난 후 저는 다시 인스타그램 DM으로 고맙다 말하며, 약값을 이체해주겠다고 했는데요.  




 - don’t care about st. john. I hope you will be good.

(- 세인트 존스워트 약값은 신경쓰지마, 난 너가 좋아지길 바라.)



이렇게 답장이 왔습니다. 그리고는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왔습니다. 타지에서 한국 친구도 아니고 외국 친구한테 이런 챙김을 받는다는 건 생각도 못 했거든요. 너무 고맙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나중에 퇴사할 때, 메구미상에게 작은 선물 하나 주고 왔습니다.






당시 선물받았던 영양제인데요. 이 영양제를 선물 받을 당시에는 뭔지 잘 몰라서 찾아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는 영양제같은 걸 시중에서 파는지도 몰랐고, 있는지조차 몰랐기 때문이에요.


더군다나 이름도 St. John's Wort(세인트 존스 워트). 굉장히 생경하여, 뭔가 싶어 인터넷에 여기저기 검색해보니 주로 유럽과 서아시아에서 서식하는 허브과 식물이라 나왔습니다.


그런데 항우울 효과가 있어 우울증 치료제로 예부터 이용돼 온 약재료라 영양제로도 나오는 거더라고요. 그래서 세인트존스워트 자체를 허브차로도 만들어 먹는다고 해요. 불면증 치료스트레스 해소에 효능이 뛰어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티소믈리에 과정을 마치고 티블렌딩 과정을 공부하며 요즘은 여러 허브류 식물을 공부하고 다루게 됐는데요. 세인트 존스 워트를 마주했을 때,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그 친구가 떠오르더라고요. 수많은 허브들 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때의 일이 있지 않았다면 아예 몰랐을 식물이었을 텐데 말이에요. 그리고 이 허브를 몰랐다면 맛에서는 별다른 특징이 느껴지지 않아 블렌딩 재료로 딱히 쓰지 않았을 테지만, 저에게 의미가 있고 효능이 좋다보니 비슷한 특징을 가진 티블렌딩을 할 때 목적에 맞게 부재료로 조금씩 사용하고 있습니다.


타지에서 받았던 따뜻함, 여러분께 공유해봅니다. 혹시나 이런 따뜻함을 받거나 나누신 적이 있다면 그때를 떠올리며 이번 블렌딩 티를 마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おげんきですか Megumiさん? 私は元気です!

 - 오겡끼데스까 메구미상? 와따시와 겡끼데쓰 (메구미상 잘 지내니? 난 잘 지내)


- ありがとう ございました

 - 아리가또 고자이마시타. (그리고 정말 고마웠어!)


세인트 존스 워트(St. johns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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