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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그래 Sep 26. 2022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사계_[여름] 구다이마이트(Good day, Mate..!)

To. My House mate, Rebeii (하우스메이트였던 리베에게 바치는 차)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음료 소개를 먼저 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 볼게요. 세계 3대 음료인 커피, 차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마테입니다.


마테는 특히나 남미지역에서 굉장히 인기가 많은데요. 아르헨티나, 브라질과 같은 남미국가에서는 물처럼 마시는 전통 음료입니다. 편의점에서 태양의 마테차라는 이름을 보신 적이 있다면 그 마테가 맞고요. 유명한 축구선수인 메시를 비롯한 많은 남미의 운동선수들이 신체를 깨우고 에너지를 북돋기 위해 마시는 음료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비타민과 식이섬유 함유량이 높아 '마시는 샐러드'라고 불리며 장 건강과 변비 예방, 체지방 감소에도 효능이 뛰어나 다이어트에 관심있는 분들께도 좋은 음료입니다.)


제가 만들어 소개해 드릴 차도 마테(Mate)를 베이스로 한 블렌딩 티인데요.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할 당시 리베(Rebeii)라는 남미 친구에게 바치는 차이기도 합니다.


그럼 오늘 이야기도 시작해볼게요.






호주 워킹홀리데이 시절, 시골 주택의 한 쉐어하우스에서 지냈었는데요. 쉐어하우스는 여러 개의 방이 있는 하나의 집에서 방을 나눠 쓰며 주방이나 거실 등의 시설을 공유하며 쓰는 형태입니다.


그 곳엔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하러 온 각국의 많은 친구들이 모여 살았습니다. 제가 살던 쉐어하우스는 집주인이 한국인이어서인지 약 8명 정도의 하우스메이트 중 한국인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었고요. 오늘 이야기에서 말씀드릴 ‘리베’라는 우루과이 친구와 두 명의 일본인 친구도 함께 살았습니다.


같은 아시아인 일본인은 한국인과 생활면이나 식문화 등 많은 점이 비슷하기에 서로의 생활 방식이나 문화적인 부분에서 트러블이 생기는 일은 없었는데요.


여기서 리베라는 친구의 행동 방식은 한국인 친구들과 다른 점이 많아 종종 트러블이 생기곤 했습니다.


단지 우리의 시선으로 당시 그 친구에 대해 말해본다면 다 함께 사용하는 주방을 깨끗하게 사용하지 않았고요. 특히 함께 사용하는 냄비나 그릇을 설거지 할 때 세제를 사용하지 않고 하는 점, 그리고 집에서 실내화를 착용하지 않고 맨발로 생활했다는 거였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언어도 잘 통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그 집에 있던 한국인 친구들이 영어를 그리 잘 구사하진 못했고요. 물론, 그 친구도 영어가 주 언어는 아니다 보니 서툴렀다는 점입니다. 사람 관계라는 게 소통이 잘 되면 친밀감이 쌓여 간혹 트러블이 발생하더라도 크게 문제 삼지 않고 넘기게 될 텐데 소통이 안 되니 작은 트러블도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 거죠. 그렇게 서로 답답한 상황만 반복되며 사이는 악화되어 갔습니다.


그래서 절반을 넘게 차지하는 한국인 하우스메이트들과 생활면에서 많은 부분이 충돌하던 그 친구는 집주인마저 한국인이었던 하우스에서 꼰지름의 대상이었습니다.


“신디(집주인 이름)! 저희 리베랑 너무 안 맞아요, 힘들어요. 이번에도 설거지 더럽게 해놨어요.. 혹은 주방 너무 더럽게 써요. 혹은 집을 맨발로 다녀요.” 등등..


이런 이유를 들며 수시로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집을 관리하는 주인 입장에서도 다수의 세입자에게 그런 말을 지속적으로 듣게 되니 다수의 편에 서게 됐고요. 더군다나 집을 더럽게 쓴다는 건 어떤 집주인이라도 반기지 않을 일이니까요.


그렇게 누적된 불만으로 인해 집주인은 리베라는 친구를 내쫓기로 했고요. 얼마 가지 않아 그 친구는 떠나게 됐습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는 것이 맞죠. 그런데 마음 아팠던 건 사실 여기는 한국이 아닌 한국인이 조금 더 많을 뿐인, 서로 같은 타지인데 다수의 의견 앞에 아무 힘없이 쫓겨나듯 나가게 된 그 친구가 안쓰러웠습니다.


그 친구를 무조건적으로 옹호할 마음도 없긴 하지만 나가게 하는 것에 동조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거기서 은따를 당했었나 봅니다(농담 아님).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리베의 입장에 마음이 갔습니다. 그렇다고 힘을 실어주거나 도움이 될 만한 행동은 전혀 못 했지만요.


나쁜 친구는 전혀 아니었거든요. 손목을 많이 써야 했던 제 포지션 특성상 퇴사 직전에는 손목이 너무 아파 항상 압박붕대를 칭칭 감고 일을 나갔었는데 그걸 보고는 리베 자신이 사용하는 자석이 달린 밴드같은 걸 선뜻 빌려주기도 했고요. 쓰고는 반드시 돌려줘야 한다는 말을 거듭했던 걸 보면 본인에게 나름 중요한 물건이기도 했던 것 같은데 말이에요. 사실 그게 효과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마음이 고맙잖아요. 마음이 따뜻했던 친구였습니다. 그리고 항상 밝았어요. 약간 안 좋게 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실없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항상 얼굴에 웃음을 머금고 있었던 친구였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느 주말 중 하루는 피자를 직접 만들어 대접해주기도 했고요. 사실 피자를 만들 때조차 크게 위생을 중요시하고 만들진 않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탈 없이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모습은 집에서 마테를 정말 자주 마시는 모습이었는데요. 마테는 ‘봄빌라(자체 거름망이 있는 금속 빨대)와 고드(컵)’라는 전용 도구를 가지고 마셔요. 리베가 혼자 마시다가 마시던 빨대를 들이밀며 옆에 있던 저에게 한 번 권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사진 오른편에 위치한 마테 전용 컵과 빨대(고드와 봄빌라)

차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최근에 알게 된 점이지만 남미에서는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자신이 마시던 마테 음료를 돌려 마시는 문화가 있다더라고요. 그걸 꼭 받아줘야 한다는 말을 최근에 알게 되고는 뒤늦게 놀랐습니다.


마테를 권한다는 것은 나를 자신의 친구로 받아들인다는 의미여서, 마시지 않는다면 그걸 거부하는 의미로 받아들인다고 해요. 물론 이는 전통적인 관념이기 때문에 현재도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만 어쩌면 큰 의미였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고맙기도 했고요. 사실 그 순간에는 흠칫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한 입 마셨던 저 자신에게 잘했다고 해주고 싶더라고요. 다행이었습니다.


지금은 덜 하지만, 우리도 하나의 사발에 막걸리를 돌려 마시는 풍습이나 찌개가 담긴 냄비 하나에 여러 개의 숟가락을 푹 담가 먹는 문화가 있었잖아요. 혹은 지금도 친한 사이에는 음료를 마시다가 같은 빨대를 거리낌 없이 공유하기도 하고요. 사실 그게 위생적으로 안 좋다는 건 모두 알고 있잖아요.


굳이 변호를 해보자면 그 친구에게서 나타났던 많은 모습이 문화적인 면에서 받아들이는 위생 관념의 차이가 있었던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뭐가 옳고 그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미안한 마음은 더 커졌습니다. '내가 그들 집단 속에 있었다면 그들과 어울리려 최선을 다 하더라도 온전히 나 자체로 존중받을 수 있었을까? 반대로 우리가 유난히 깔끔떠는 재수 없고 별난 사람으로 비춰지며 왕따를 당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들 때문에요.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마테를 베이스로 한 티블렌딩 수업을 할 당시 그 친구가 생각나 당시 워킹홀리데이 당시의 호주 인사말을 가져와 티를 만들어 봤습니다.






티의 이름은 구다이마이트(Goodday Mate)입니다.


‘구다이마이트(Goodday Mate)’는 호주 인사말로 쓰이는 표현인데요. 미국권 영어 발음과 다르게 굿데이 메이트가 아닌 구다이마이트라는 발음으로 쓰이고요. 조금 더 빠르게 굴려서 말한다면 그다이마잇!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친구를 뜻하는 Mate[메이트]의 스펠링이 마테[Mate]와 같아 고안하게 된 네이밍입니다.


제가 블렌딩한 구다이마이트의 특징은 그린 마테에서 나오는 약간의 씁쓸한 맛을, 그린 루이보스의 산뜻함과 둥근 단맛으로 다른 부재료들과 함께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아주고요. 은은하게 청사과의 향이 느껴지도록 블렌딩하여 그리니쉬한 느낌이 나는 음료입니다.



* 리베, 이렇게나마 뒤늦은 사과의 마음을 전해. 그리고 어디서건 잘 지냈으면 해.

너를 생각하고 만든 이 티를 너가 마실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 Have a Good day, Mate..!



- 레시피는 추후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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