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판정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전보다 나아지긴 했는데..

by 노란곰웅이

어릴 때는 정말 총체적 난국이었다. 늘 먼갈 잃어버리고 자책했다. 심장이 내려앉던 그 불쾌한 기분은 아직도 선명하다. 삶에서 받을 스트레스를 그때 몽땅 몰아서 받았었지. 그래서 그런가 아주 예민했던 내가 이제 조금 예민한 사람이 되었다. 체념해서 오히려 상태가 좋아진 케이스랄까. 기질은 변하지 않아도 강도는 변했다.


물론 스무 살이 넘어서도 나의 산만함은 이어졌지만 그때보단 확실히 나아졌다. 하도 뭘 잃어버리는 탓에 이제는 자리를 뜰 때면 두세 번씩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고, 약속시간에 매번 늦으니까 일찍부터 미리 챙겨놓고 알람 맞춰서 나간다.


서둘러야 할 것 같은 일이 있으면 며칠 전부터 미리 챙겨놓고 대본 혹은 주의점 돌발상황에 대한 대비도 한다. 남들이 보면 유난일 수 있지만 늘 위기에 놓였던 나에겐 생존처럼 느껴졌다. 긴장도를 늦추면 다시 산만해지고 높이면 예민해진다.


ADHD라는 개념을 알게 된 후에 너무 심각하게 공감이 되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전문가 유튜브 채널과 책을 읽어보니 약도 약이지만 개인이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했다.


몇 년 전에 무기력하고 힘이 없는 날이 계속되어서 병원을 찾았는데 그곳에서 나와 이야기를 좀 나누더니 갸웃하고는 ADHD검사를 권유받았다. 약을 먹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ADHD는 의학적으로도 모호한 부분이 있다는 말도 많다. 그래서 딱히 나에게 탓할 거리를 제공하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도 나는 산만함과 동거동락하겠지만 마냥 나쁜 점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수 없이 떠오르는 생각은 영감이 되기도 하고, 글을 적는데도 거침이 없다. 모든 일은 다 장단점이 있다. 그냥 조금 모자라도, 산만해도 이해해 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서 감사하다.


’ 매일 나아지는 나와 살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