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혜미 Oct 06. 2022

돌아올 공을 생각하라.


 자, 이제 드디어 서비스 자세를 몸에 익혔다. 그다음 내가 해야 할 일은 돌아 올 공을 생각하며 서비스를 주는 것이다. 어떤 서비스를 주느냐에 따라 돌아올 공의 궤적은 거의 정해진다. 네트 바로 위로 넘어가도록 낮게 주면 상대는 낮은 공을 겨우 받아치니 낮게 돌아오고 통통통 한껏 띄어 보냈다면 공격으로 돌아올 것이다. 회전을 넣어 서비스를 주었다면 돌아오는 공도 회전을 받아 돌면서 돌아온다. 


서비스를 줄 때는 돌아올 공을 생각해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삶에서도 돌아올 공을 생각한다. 육아에서 돌아올 공을 생각한다는 것은 일방적으로 내뱉지 않는 것이다. 지금 당장 나의 컨디션과 내가 맞다고 믿는 신념에 의해 아이가 소화한 후 다시 내뱉을 공은 생각하지 않고 던지는 공. 특히나 대화, 교육, 놀이에 있어서 나는 돌아올 공을 생각하지 않고 얼마나 많은 공을 던졌나 돌아본다.


돌아올 공을 생각한다는 건 상대를 생각하는 것이다. 상대의 궤적을 파악하는 일. 더 나아가 상대가 보낼 공을 다시 받아칠 나를 생각하는 일. 


아이가 받아치는 공의 궤적을 생각한다. 아이가 받아치는 공은 내가 던진 공에 의해 결정된다. 다정함을 넣어 던지면 다정함으로 받아치고 분노의 감정을 실어 보내면 아이도 분노로 받아친다. 그렇다면 아이의 모든 아웃풋이 모두 엄마의 영향이라는 말일까? 엄마는 모든 말과 행동을 절제하고 검열하며 지내야 하는가? 결코 그런 말이 아니다. 


탁구는 1:1(혹은 2:2) 스포츠임을 잊지 말자. 내가 쳐낸 공을 누가 받아 칠지, 어떻게 받아 칠지 예측할 수 없는 단체 경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아이가 사회에서 만나는 다양한 어른과 친구들 또한 아이를 만드는 환경이다. 나는 아이가 좋은 어른을 만나기를 바라며 아이에게 나라는 사람이 아이가 만날 세상의 어른의 전부가 아님을 늘 생각한다. 그러니 아이들에게 엄마를 통해 보여 지는 세상과 그 속의 어른이 100%를 차지한다고 믿지 않는다. 아이의 세상은 그만큼 좁지 않다. 


그러나 나와 아이의 관계는 그 누구도 개입할 수 없다. 너와 나의 게임이다. 아이가 나에게 내뱉는 아웃풋은 나의 인풋일 경우가 많다. 내가 아이에게 던진 공에 따라 아이가 던지는 공의 궤적이 달라짐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니 한 발짝만 뒤로 서서 이 공을 아이가 어떻게 받아 칠지에 대하여 생각하고 첫 공을 던지자.


엄마라고 늘 좋은 공만 던질 수는 없다. 헛스윙을 하기도 하고,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아이가 도저히 받아칠 수 없는 공을 던지기도 한다. 이럴 땐 조금 솔직해보는 건 어떨까. 오늘 나의 공은 이럴 것 같아. 오늘은 엄마의 감정이, 엄마의 몸이, 엄마의 마음이 조금은 힘들고 아파서 던지는 공이 내 생각대로 잘 가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이해를 구하는 과정, 양해를 구하는 과정. 이 과정은 어른과 어른, 혹은 탁구와 같은 스포츠에서만 아니라 아이와 나의 관계에도 필요한 과정이다.  보낼 공에 대해 먼저 말해주고 공을 보내면 아이는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방법과 속도대로 공을 받아칠 수 있다. 한 존재를 인정하고 배려한다는 건 상대방이 지켜왔던 속도와 방법을 기다려주는 일이다. 아이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 또한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주는 것이다. 나는 양해를 구하고 공을 던지고 아이가 본인의 속도대로 받아치는 공을 기다려서 다시 치면 된다. 이러면 성공적으로 경기를 시작할 수 있다.


아이와 대화의 물꼬를 틀 때, 아이와 함께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 아이에게 어떤 제안을 할 때, 아이가 받아 칠 공을 생각하자. 나에게 돌아올 공을 생각하며 던지자. 이후 경기는 아이와 핑! 퐁! 즐겁게 받아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전 05화 서비스는 서비스(service)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