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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혜미 Oct 20. 2022

확신하기


스매시는 '확신'을 필요로 한다. 공에 대한 확신, 공을 쳐내는 나에 대한 확신. 확신 없이 라켓에 의심을 실어 주저하는 순간 공에 싣는 힘은 분산되고 그 공은 결정타가 될 수 없다. 스매시는 상대가 공을 받아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 하는 기술이 아니라 내가 나의 힘을 온전히 실어 내던질 수 있다는 확신으로 하는 기술이다. 상대의 약함에 대한 확신이 아니라 나에 대한 확신이다.


이 확신은 탁구뿐만 아니라 육아, 더 나아가 나라는 삶의 전반에 필요한 태도다. 아이의 삶은 아이의 것이듯 양육자의 삶은 양육자의 것임을 늘 기억한다. ‘나’라는 사람에게 주어진 삶은 오직 ‘나’만이 이끌어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다. 


나에 대한 확신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모든 확신은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 스매시라는 기술이 무엇인지, 그 기술로 점수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로 어떻게 공을 쳐내야 하는지 알고 내 몸에 익숙해지도록 훈련해야만 확신을 가지고 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에 대한 확신도 나를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 


흔히 아이를 양육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내 아이를 잘 아는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육아는 아이를 아는 것과 더불어 나를 알아야 한다. 육아가 아이와의 주고받음이라면 주고받는 행위자인 아이와 나를 잘 알아야 재밌는 경기를 지속할 수 있다는 건 자명한 진리다.


그 누구도 나와 너에 대해 안다고 확신할 수 없기에 안다는 것은 알아가는 과정일 뿐이고 알아간다는 건 시간을 쏟는 일이다. 이 시간은 게으름과 편법을 허용하지 않는다. 시간을 들여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 나는 언제 행복한지, 언제 슬픈지, 언제 외로움을 느끼는지, 나의 삶의 최고의 가치는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 행복한 시간과 슬픈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 이렇게 쌓아 올린 삶의 층위들이 ‘나’라는 사람을 나타낸다.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말자. 오늘 나의 감정들을 지나치지 말자. 내가 무엇을 바라는지 외면하지 말자. 내가 살아온 삶의 흔적들을 무시하지 말자. 나를 알아야 나를 믿을 수 있다. 


물론 아이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성장하며 배우고 깨달아야 하는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양육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이 아닐까. 아이가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은 스스로 ‘나 자신’을 탐구하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볼 때 시작한다. 아이에게서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빼앗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자신이 언제 뿌듯하고 언제 기쁘고 언제 슬픈지 아는 아이만큼 행복한 아이는 없기에. 나를 안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자신이 이끈다는 말과 같다. 자신을 아는 아이는 자신의 삶을 이끌고 자신의 삶에 확신할 수 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확신하는 사람들의 경기는 박진감 넘칠 뿐만 아니라 안정적이고 재밌다. 불안하지 않다. 보는 사람도 치는 사람도 즐겁다.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엄마와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아이의 경기라니. 얼마나 멋진가. 나는 오늘도 그런 경기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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