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다름을 알아야 한다.
마흔 명의 어르신들과 열아홉 명의 요양보호사와 한 명의
간호사가 있는 우리 층은
주말 드라마처럼 흥미롭고, 때로는 공포 영화처럼 기묘하고,
때로는 코믹 영화처럼
다양한 일들이 매일매일 일어나고 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는데
요양원에서의 인생은 멀리서 보면 비극 같겠지만
나름 희극도 있다.
입원으로 며칠 출근을 하지 못했을 때
집에만 있으니, 웃을 일도 그다지 없는데
출근을 하니 어르신들 덕분에 또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
덕분에
"여기 오니 웃네요"라고 했더니
다른 선생님들도 공감하셨다.
요양원에서 매일 웃음이 끊이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마흔 분 어르신들의 성품을 알고
그에 맞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1. 7번 방 복 00 어르신은 본인의 간식을 드릴 때도
아무도 모르게 살짝이 드리는 걸 좋아하신다.
아마도 본인만 특별하게 여기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다.
처음 어르신이 입소하셨을 때만 해도
저 분과 잘 지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괴팍(?)하셨다.
술, 담배를 즐기셨는지 입소 때 가져오신 옷마다
담배 냄새가 났고, TV에서 음식이 나올 때마다
'한 잔 했으면 좋겠다'하셨다.
결정적으로 혼자 사셨는지 본인 마음대로 하지 못하시는걸
싫어하다 못해 그 일로 지적당하고 하지 말라고 하는 걸
분에 못 이겨하셨다.
한 번은 화장실에서 발을 씻으신다고 화장실 바닥에 물이며
비눗물이 있길래 혹시라도 어르신이 미끄러져
낙상이라도 될까 싶어
"어르신 여기서 발 씻으시면 안 돼요 미끄러져서 넘어지실 수
있어요"라고 했다가 정말 살면서 듣지도 못한 욕을 그때
다 들었다. 나는 어르신이 다치실까 싶어 말한 거였는데
'네가 나를 가르치냐? 내가 발 씻는 것도 못하냐?'라고
화를 내셨고
나이트 근무였는데 오전 퇴근할 때까지 욕은 욕대로 먹고,
다음날 공지 노트에 복 00 어르신께 아이 다루듯이 말하지
말라는 글을 보고 내 얘기구나 싶어 내가 이 일을 계속해야
되나 싶었다.
그런데, 그런 어르신이 변했고
지금은 나한테 '이쁜이'라고 하시고 매번 '고마버~'라고
하신다.
다른 선생님들 말론 내가 '궁둥이를 흔들면서
참 부지런하게 움직인다'라고 하셨단다,
다리가 짧아 종종걸음으로 걷는 걸 그렇게 보셨나 보다
복 00 어르신이 변한 건 내가 아닌 선임 선생님들의
노력이었다.
바로 '수긍'과 '호응'이라고 해야 하나?
어떤 말씀을 하시던
"네 어르신 말씀이 맞아요 우리가 잘못했네요"
"누가 그랬어요? 죄송해요 이해해 주세요"
"몰랐어요 이젠 안 그럴게요"
"어머나, 이제껏 우리가 이걸 이렇게 했어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어르신"
나는 하지도 못할 말을 하시는 선임 선생님,
너무 존경스러워서 남편한테도 그러세요?라고 물으니
"절대 못하지" 하시던 조 00 선생님이셨다.
"복 00 어르신 같은 분은 너무 윽박지르면 안 돼 듣고
살살 말씀드려야 해 특히 귀가 안들리시는 분은
우리 표정으로 듣는 거니까 웃으면서 말씀드려야 해"
또 한 가지를 배웁니다.
2. 종종 식사를 거부하실 때가 있다.
항상 누워계시니 입맛이 있을 수가 있겠냐 싶겠지만
우리에겐 어르신의 식사가 중요하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드시게 하고 싶은데 거부하시면
할 수 없이 자녀들을 등판(?)시켜야 한다.
"어르신, 이 식사는 어르신 아드님이 식사값을 내는 거예요
안 드시면 버려야 해요"
"어르신, 이 우유는 따님이 사서 보내신 거예요 안 드시면
돈 아깝잖아요" 하면 몇 모금, 몇 수저를 더 하신다.
자녀들 돈은 아까우신가 보다.
그런데 평소 자녀에게 버려졌다 생각하시는
어르신께는 절대 자식 얘기는 금물이다.
3. 기저귀 케어는 신중하고 빠르게
간혹 인지가 있던 없던 몇몇 어르신들은 기저귀 케어 때
부끄러워하시고 수치심을 느끼시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다리를 오므리신다.
기저귀 케어 전
"어르신 기저귀 좀 볼게요"하고 말씀드려도
놀라시는 게 느껴진다.
그럴 땐 빠르고 신중하게 기저귀 케어를 끝내야 한다.
시간이 길어지거나, 쓸데없는 말로
어르신께 더 수치심이 들게 할 수 있으니
"어르신 금방 끝낼게요"
"이제 다 끝나가요"
"이제 다 끝났어요 잘 참으셨어요"라며
어르신을 안정시켜야 한다.
"소변 양이 많네요"
"변 냄새가 너무 나요"
"기저귀 안 갈면 냄새나는데 어쩌라고요?"라는 말은
절대 절대 금물이다.
기저귀 케어 때마다 어르신들의 거부가 심해지면
우리만 더 힘들어질 뿐이다.
어르신들은 하루하루가 다르다.
어저께까지만 해도 가능했던 서비스를
오늘은 거부하실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눈치 빠른 요양보호사가 되는 수밖에 없다.
매일 어르신들과 생활하다 보면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