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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마지막 집, 요양원

by 초보 글쟁이

엊그제 출근 전 뉴스를 보다 원로배우 이 순재님 부고를

알게 되었다.

우리 땐 대발이 아버지, 요즘 아이들은 아마도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 순재님을 생각할 것이다.

국민 배우의 별세에 안타까운 마음과 동시에

'정말 밝은 삶을 사시고 죽음도 복 받으셨구나' 싶었다.

슬프지 않을 복 받은 죽음이 어디 있겠냐 싶겠지만

난 이곳에서 근무한 후로 죽음도 복을 받아야 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항상 한다.

온전한 정신으로 계시다가 주무시는 듯이 가시면

얼마나 좋겠는가

말 그대로 호상이었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들의 꿈일 것이다.

와상 어르신들, 특히 아무것도 못하시고 식사도 경관식으로

하시며, 하루 종일 눈만 껌뻑이며 계시는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우리 층 2번 방은 경관식을 드시는 어르신들 방이다.

그곳에 계시는 조○○ 어르신은 우리가 들어갈 때마다

손을 흔들며 애타는 표정으로 우리를 아는 체하신다.

그런데, 우리는 어르신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

뭔가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거 같은데,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는 거 같은데 알아들을 수 없으니

손을 잡고,

"어르신 미안해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요"

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왼팔밖에 못 움직이시니 혹시라도 자세가 불편할까 싶어

자주 봐드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지난여름에 어디서 파리 한 마리가 들어와

어르신의 얼굴에 앉았는데 쫓아내지도 못하시고 얼굴만

찡그리시는데 내가 속상해서

"이놈의 파리새끼 어디 사람 얼굴에 앉아?"라며

한참을 쫓아다니다가 기어코 잡아버린 일이 있었다.

속상한 마음에

"어르신, 빨리 건강해지셔서 팔로 얼굴에 파리 좀 쫓아봐요"

라고 말을 했는데, 건강해지시고 싶은 마음은 나보다

어르신이 천배, 만 배는 더 할터이라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같은 방에 계시는 김○○ 어르신은 그나마 불편한 게

있으시면 소리를 지르셨다.

"어르신 어디 아파요? 불편해요?"하고 물으면

"으으으" 하고 표현도 하셨는데

병원에 며칠 입원하고 오신 뒤로 더 안 좋아지셔서

눈에 초점도 맞지 않고 하루 종일 눈을 감고 계신다.

말씀이라도 하실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파도 표현할 수 없는 어르신들에 마음이 아팠다.

요즘 반려견이나 반려묘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것도

있다던데, 사람의 뇌를 읽을 수 있는,

그래서 어르신들의 생각이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기계도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입사하고 며칠 되지 않았을 때 한 어르신이 돌아가셨는데

선생님들이

"어르신 좋은 날 잘 가셨습니다"라고 하시길래

이해를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어르신은 아무런 것도 혼자서 할 수 없는 어르신이었다.

관절 구축도 심했고 욕창도 잘 낫지 않아

통증이 심했을 것이다.

하루하루가 힘들었을 어르신의 마음을 아마도

선생님들은 알지 않았을까 싶다.


사람들은 그런다.

요양원은 죽어서 나온다고....

그런 생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요양원도 어르신들의 또 다른 집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집에서 지내다 돌아가시면

'죽어서 집에서 나왔네'라는 말은 하지 않듯이

요양원도 집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르신들이 마지막으로 머무는 곳에서의

생활이 고통스럽지 않았으면 싶고,

오랜기간동안 많이 고생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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