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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병원에 입원해 보니

by 초보 글쟁이

얼마 전 갑작스럽게 수술, 입원을 했었다.

정기검진에서 우연히 혹을 발견했는데 크기가 커서

진료 후 수술, 입원까지 3주 정도 걸렸다.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은 수술을 앞두고 있으니

불안하지 않냐며 잘 될 거라고 위로해 주셨지만,

나는 불안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입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왜냐? 일하면서 정말 사용해 보고 싶었던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환자용 전동 침대.

등받이도 올려주고 발치도 올라가고,

식판까지 달려있다니, 이 얼마나 멋진 물건이란 말인가?

집에서도 침대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 나이기에

전동침대는 정말 내가 갖고 싶은,

그러나 가격이 결코 만만치 않은,

그렇지만 너무나 사용하고 싶었던 물건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번에 사용해 볼 수 있으며,

5일 동안 아프긴 하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남이 갖다 주는 밥을 먹을 수 있다니 어이없었지만

입원을 기다렸었다.

그리고 5일 입원 후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을 했는데...


1. 전동침대 그렇게 편한 것도 아니더라


어르신들의 식사시간이 되면 어르신들을 앉히고 식사준비를

해야 한다. 와상 어르신이 대부분이기에 전동침대등받이를

올리면 되는데, 이게 정해진 각도에 따라 올라가다 보니

어르신이 침대중간쯤에 계시면 앉혀지는 것이 아니라

목만 꺾이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땐 어르신을 머리맡 끝까지

올려야 하는데 이것 또한 힘든 일이다.

누워계시는 어르신을 올리다 보니 힘을 써야 하고

그러다 보니 손가락 관절이 아프다.

두 명이 하면 좋지만 바쁠 땐 그럴 수도 없다.

조금씩 움직일 수 있는 어르신에게

다리를 사용해서 올라가시도록 부탁을 해보지만

어르신은 올라갈라고 용은 쓰는 거 같은데 그 자리에만

계실 뿐이다. 그럴 때면

"어르신, 우리도 손가락이 아파요 좀 도와주세요"

하고 말씀드리지만 온몸을 좌우로 파닥파닥 움직여도

그 자리이다.


그런데 내가 써보니 쉽지가 않더라,

아니 몇 번 등받이를 올렸다 내렸다 했을 뿐인

왜 사람 몸이 자꾸 발치 쪽으로 내려가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나 역시도 머리 위쪽 침상을 올리려면

올라가야하는데, 이게 안올라가진다.

다리에 힘도 없고 배에 힘도 못주니 그럴수 밖에...

수술 전에도 누워서 잘 안 올라가서 아예 일어나서

다시 누운 적도 있다.

그런데 수술을 하고 수술 부위가 아픈데 더 못

올라가겠는 거였다.

그리고 침대 매트는 왜 또 이렇게 내려가는지.....

식판이 그 사이에 껴서 나오지도 들어가지도 않았다.

그걸 겪고 있으니 뭔가 데자뷔 같기도 하고...

내가 지금 병원인지 요양원인지 조차 헷갈렸다.


2. 걷기 운동은 그렇게 쉬운 게 아니더라


시설에 있을 때면 어르신들께 복도에 나가서 걸어보시라고

권유할 때가 있다.

그렇때마다 다리가 아프다, 재미없다, 힘들다, 등등으로

거부하곤 하시는데

내가 병원 복도를 걸어보니, 보이는 거라곤 병실과 나와 같은

환자뿐이니 참 재미가 없기도 하겠다 싶었다.

다음엔 같이 걸으면서 말벗이라고 해드려야겠다.


3. 미음은 그렇게 맛있는 게 아니더라


월요일에 입원해서 금식, 다음날 수술을 하고 첫 식사가

목요일 저녁이었다. 미음이 나온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식판을 받고 보니 도배할 때 쓰는 풀이 나왔다.

아무러 간도 되어 있지 않은 풀 같은 미음

그래도 우리 시설에서는 간장이라도 주는데...

병원에선 멀건 국과 동치미가 끝.

미음을 드시는 어르신들이 계시는데 간혹 맛이 없어서

못 먹겠다고 하시는데 왜 그런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식사 수발할 때, 간장이랑 반찬이랑 적절하게 섞어서

드리고, 간혹 두유라도 챙겨드려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


4. 유치도뇨관 비우기


수술 후 며칠 동안 유치도뇨관(소변줄)을 하고 있었는데,

소변이 차면 소변통에 옮겨서

비워야 한다. 수술 당일엔 동생이 보호자로 있었는데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단다.

그건 내가 할 수 있는데... 그런데... 할 수가 없으니..

설명을 했다.

"일단 간호사 선생님께 비닐장갑과 알코올 솜을 얻어서

갖고 와"

장갑만 주더란다.

"장갑 끼고 소변백이 바닥에 닿지 않게 잘 들어서 관을 빼

그리고 열어서 관 입구가 소변통 입구에 닿지 않도록

잘 들어서 빼면 돼"

"뭔 말이야?"

"그러니까 아래쪽에 관을 빼서 그걸 잘 잡고 소변통 입구에

안 닿도록 해서 소변을 빼라고"

"그냥 소변 빼면 안 돼?"

"안돼. 그럼 감염된단 말이야 우리는 그렇게 안 해"

결국은 간호사 선생님이 해 주셨다.

내가 하지 못한 게 안타까웠다. 하는 일이 그거라 잘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전동침대 사용의 꿈을 갖고 입원했지만

정작 몇 번 써보지 못하고 퇴원했다.

이제 갖고 싶은 물건도 아니게 되었다.

건강하게 돌아가서 열심히 또 어르신들과 콩당콩당

지내면서 일해야겠다.

그런데 며칠 안 보인다고 찾으시려나?

기억은 하고 계실까?

벌써 어르신들이 잘 지내시나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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