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받지 못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돌봄을 합니다.

by 초보 글쟁이

얼마 전 한 어르신의 면회가 있어 어르신을 면회실로 모셔다

드린 적이 있었다. 보호자님께 인사를 드리고 돌아가려는데

나를 부르시더니 상의 주머니에 무언가를 슬쩍 넣어 주셨다.


꺼내 보니 5만 원권 지폐였다.

놀라서 바로 보호자님께 돌려드리자

“여기 아무도 없어요. 괜찮아요.”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극구 사양하며 다시 돌려드렸다.


이 이야기를 다른 선생님들께 말씀드리니 요양병원에서는

간병인들에게 보호자들이 가끔 그렇게 하기도 한다고 했다.

아마도 부모님을 조금이라도 더 잘 돌봐달라는

마음에서 일 것이다.

그 마음을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마음이 시렸다.


면회를 오실 때마다 우리 간식을 챙겨주시는 보호자들이

계신다. 감사한 마음이지만 사실 우리는 그것을 일일이

기억하지는 못한다. 교대 근무이기도 하고, 그런 것들로

어르신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보호자들의 마음을 알기에 우리는 늘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요양원에서 일하다 보면 고마운 마음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보호자들의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받기도

한다.


면회를 오셨다는 말을 듣고 어르신을 모시고 면회실로

들어가면 우리에게는 인사 한마디 없이 어르신의

상태부터 확인하는 보호자들도 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엄마, 잘 지냈어? 선생님이 때리지는 않았어?”

마치 들으라는 듯 그렇게 말하면, 어르신을 모시고 간

요양보호사는 멋쩍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 돌아선다.

하지만 그 기분이 어떨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오래 일한 선생님들께 물어본 적이 있다.

일하면서 보호자들 때문에 서운했던 적이 없었는지.

한 선생님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면회가 끝나고 어르신을 모시러 갔더니 보호자가 케이크

상자를 주더라는 것이다. 어르신 드리라는 건가 싶었는데,

요양보호사 선생님들 드시라 해서 감사하다고 들고 왔다고

한다. 그런데 면회하면서 보호자들과 어르신이 먹고 남은

케이크였다고 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내가 묻자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어르신 드리고 남는 건 버렸어. 그 뒤로 그 보호자들이

주는 건 받지 않았어.”

“어떤 기분이셨어요?”

“솔직히 말하면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길래 먹던 걸 주나 싶었거든.

그런데 별의별 보호자들이 다 있어.”

선생님은 애써 웃으며 말했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치매 증상이 심한 어르신이 입소하셨을 때였다.

본인 뜻대로 되지 않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먹이 먼저

올라왔고 욕도 서슴지 않으셨다. 낯선 곳에서 집에도

가지 못하니 화가 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증상이 더 심해지자 가까이 가기도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제대로 케어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보호자가 방문했다.

생활실 소파에 앉아 계신 어르신께 다가가 보호자가 제일

먼저 한 말은 이것이었다.

“엄마, 왜 이래? 우리 엄마 안 그랬는데 왜 여기 와서

이상해졌어? 선생님들이 뭐라고 했어?”

그때 어르신은 그저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계셨을

뿐이었다.

집에서도 증상이 심해 이곳에 오셨을 텐데,

보호자는 모든 원인을 우리에게서 찾고 싶은 것처럼 보였다.


입소한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어르신 말만 듣고 시설을

옮기는 경우도 있다. 그 이유의 대부분은 요양보호사

때문이라고 한다. 정확한 이유는 보호자만 알 뿐이다.


면회를 올 때마다 인사를 해도 받지 않는 보호자도 있다고

들었다. 요양보호사와는 대화조차 하지 않고 사무실을

통해서만 의견을 전달하며 늘 불만과 요구사항이 많다고

했다.


이 일을 계속하다 보면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 때가 있다.

나름 정성을 다해 돌보고 이야기도 잘 들어드렸던

어르신에게서

“똥 치우고 오줌 치우는 것들이 선생이라고 대해줬더니

꼴값 떤다.”라는 말을 들었을 땐 참담한 기분이었다.

비록 나에게 한말은 아니었지만 그 선생님은

그저 밤늦게 TV를 켜지 못하게 했을 뿐이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모두 부질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며 나는 한 가지를 느낀다.

어르신의 노후는 시설이나 요양보호사의 노력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호자의 이해와 믿음,

시설의 노력,

그리고 요양보호사의 마음이 함께할 때

비로소 어르신의 시간이 조금 더 편안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시설 입구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마주하는 직원을 존중해 주세요. 더 나은 서비스로 보답하겠습니다.


존중받지 못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여전히 어르신을 돌보고

있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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