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가 된 후 어르신들과 네 번째 명절을 함께 보내고
있다. 처음 명절은 입사한 지 15일 만에 맞은 추석이었다.
아무것도 몰라 선임 선생님들 뒤만 졸졸 따라다니던
기억뿐이다.
안 그래도 바쁜 날이었을 텐데, 나는 그저 인원만 채우는
존재였을 것이다.
입사 후 몇 달은 정신없이 지나갔으니, 명절이라 더 바쁘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두 번째 명절은 설이었다.
행사가 있는 날 근무를 했는데, 근무자들은 한복을 곱게 입고
어르신들께 세배를 드렸다.
덕담을 부탁드리자 한 어르신이 말했다.
"항상 우리 선생님들한테 고마워요" 라며
다치지 말고 일하라는 어르신 말씀에 눈물이 찔끔
나왔더랬다.
그리고 그 해의 추석이야기는 지난번 글에 있다.
https://brunch.co.kr/@kled75/104
그리고 또 올해 설...
여느 명절과 같이 면회도 많고 외출도 있고 정신없는
하루였다.
아니 달라진 것이 있는 명절이었다.
우리 요양원에 세배 존이 만들어졌다.
연휴 전부터 보긴 했지만 보호자들이 세배를 할까
싶었는데 아주 인기가 많았었다고 한다.
그날 내 담당방 어르신께서 외출하고 들어오셨다는 연락을
받고 어르신을 모시러 나갔다.
인사를 하고 어르신을 모시고 들어가려는데
보호자님이 어르신의 팔을 살며시 잡아당겼다.
"엄마, 이거"
얼핏 보니 오만 원짜리 현금인듯했다.
이곳에선 현금 쓸 일도 없고, 어르신이 갖고 계신다 해도
관리와 보관이 되지 않아 자칫 잃어버릴 수도 있어 어떻게
해야 되지? 란 생각이 잠깐 들었다.
그러는 사이 보호자님은 세배 존 의자에 어르신을 앉히셨다.
그제야 상황을 이해했다.
가족이 어르신께 세배를 하고
그중 가장 어린아이 손에 세뱃돈이 건네졌다.
좋아하는 그 어린아이 모습에 어르신도 가족들도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도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서였을까.
이번 명절에는 어르신들 표정도 한결 밝아 보였다.
면회 후 상태가 불안정해지는 어르신도 많지 않았다.
1호실의 한 어르신은 명절 때마다 유독 심술을 부리곤 했다.
명절인데 반찬도 별로고 집에도 못 간다며 우리에게 투정을
내셨다.
올해 설 아침 식사를 받으신 뒤에도 말씀하셨다.
“반찬이 이게 뭐고?”
또 시작이신가 싶어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르신, 점심에는 떡국이랑 전도 나온대요. 맛있는 거 많이
나와요.”
“그래? 그럼 점심 많이 먹어야겠네.”
그러고는 웃으시며 수저를 드셨다.
누군가는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을 안타깝게 바라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에도 분명 명절은 있었다.
가족과 인사를 나누고, 아이가 웃고, 어르신이 웃고,
그 모습을 보며 함께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곁에는 늘 우리 요양보호사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