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요양보호사를 만든 열여덟 명의 선생님들

by 초보 글쟁이

내가 요양보호사로 일을 한지 벌써 1년 6개월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 시설에 입사했을 때 우리 층에는 내 위로

열여덟 명의 선임 선생님들이 있었다.

해야 할 일도 많았고, 외워야 할 것도 많았다.

한 번 알려준다고 해서, 한 번 해본다고 해서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알려줘도 까먹기 일쑤였고, 어떤 일부터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일이 태반이었다.

두 가지 일을 시키면 하나는 꼭 까먹었다.

그러다 보니 여러 선생님들에게 혼도 나고 지적도 받았다.

어느 순간엔 내가 이렇게 멍청한 사람이었나 싶어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다.

매일 혼이 빠진 채 이리저리 헤매던 나를 보고

어느 선생님이 말했다.

“삼 개월만 버텨봐. 그러면 괜찮아질 거야.”


그때는 그 삼 개월이 너무 멀게 느껴졌다. 어떻게 버티나

싶었다. 그런데 막상 일을 하다 보니 삼 개월이라는 시간을

생각할 틈조차 없었다.

매일 바빴고, 매일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새 삼 개월이

지나 있었고, 어느새 1년이 지나 있었다.

정신없이 지내고, 실수도 많았고, 그럴 때마다 호되게

혼이 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나는 한 사람 몫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선임 선생님께서 “잘한다”는 말을 해주셨다.

그래서 물어봤다.

“이제 한 사람 몫 좀 하나요?”

선생님은 웃으시며 잘하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고,

그 말이 참 기뻤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처음 내가 일하는 걸 본

선생님들은 내가 금방 그만둘 줄 알았다고 한다.

한 달만 일하고 그만둘 거라는 얘기도 있었다고 했다.

나는 그런 말을 한 적도 없었는데 말이다.

그래서인지

“어차피 그만둘 사람이라면 빨리 그만두게 하자”는

마음으로 더 호되게 가르치셨다고 했다.

그런데 한 달, 두 달, 세 달이 지나고 평가를 했을 때

선생님들이 내게 후한 점수를 주셨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에게 가장 큰 재산은 열여덟 명의

선생님들이었다.

같은 일이라도 선생님들마다 방식이 달랐고,

나는 그 열여덟 가지 방법을 모두 배운 셈이다.

그게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혹시나 또 혼이 날까 봐 조용히 와서 알려주시던 선생님,

다른 선생님께 혼나고 풀이 죽어 있는 나를 화장실로

데려가신 선생님께 또 혼이 나나 싶었는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라며 다독여주시던 선생님,

다치지 말라고 늘 조심하라고 말씀해 주시던 선생님,

남자 어르신이 신체를 만져 놀라고 당황하는 나를

위로해 주셨던 선생님,

그 얘기를 듣고 놀랬을 거라면서 한동안 그 방 담당에서

제외해 주시던 팀장님,

평소엔 웃고 농담하시다가도 일 앞에서는 누구보다

단호하던 선생님,

“깜빡할 수도 있지”라며 괜찮다고 말해주시던 선생님,

수술 후 복귀했을 때 힘쓰는 일은 하지 말라며

대신 일을 나눠주시던 선생님들과 팀장님.

삼 개월만 버티라고 용기를 주셨던 선생님은

지금도 잘하고 있다고 늘 칭찬해 주신다.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모르던 신입 요양보호사를

한 사람 몫을 하는 요양보호사로 만든 건

바로 그 선생님들이었다.

힘들 때마다 선생님들이 힘이 되어주었고,

위로가 되어주었다.


막내로 10개월을 보내고 내 밑으로 신입 선생님이

들어왔을 때

나도 그런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도

나를 “우리 막내”라고 부르는 선생님들이 계신다.

아직 부족해서일지도 모르고,

아직 더 배워야 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여전히 배우는 중이고,

여전히 열여덟 명과 함께 이 일을 하고 있으니까.

요양보호사는 혼자 일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서로를 버티게 해주는 사람들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이다.



입사하고 한 명의 선생님이 정년으로 퇴직하실 때

그동안 수고하셨노라 웃으며 보내드렸다.

그런데 그 후 다른 선생님이 몸이 좋지 않아 회사를

그만두실 때 너무나 서운하고 아쉬웠다.

남몰래 일을 잘 알려주셨기에 더욱 그랬다.


그런데 오늘 팀장님의 퇴사소식에 더 놀랬다.

건강이 좋지 않아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점잖으셨고 정말 팀장님 직책에 한치의 틀림이 없는

분이신데 아쉬운 마음이 너무나 크다.


언젠가 "힘들죠?" 라며 다 알고 있다는 듯 물어봐주셨던

팀장님.

그때 그 말이 지금까지 나를 버티게 해 준 힘이었다.


팀장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쾌차하세요.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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