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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휴먼을 향한 여정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 세계가 갖는 의미와 그 한계

by 권석준 Seok Joon Kwon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 1961-)는 모국인 프랑스나 영미권 문학계보다는 한국에서 훨씬 더 명성이 높은 소설가로 알려져 있다. 1991년 첫 장편 ‘개미’로 문단에 데뷔하자마자 그는 독서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데뷔 후 지금까지 19편의 장편, 2편의 단편의 생산성으로 주제의 스펙트럼도 넓혔다. 그가 작품 속에서 다룬 주제는 불사나 사후 세계, 항성 간 여행과 우주 탐험, 종족의 키메라화와 개량, 지능이 있는 이종족이나 외계인 등에 이르기까지 광폭의 행보를 보인다. 소설 속에 녹여낸 수많은 과학적 개념과 장치, 기술을 고려하건대, 그의 작품은 SF로 분류될 수 있지만 동시에 엄밀한 과학적 설정과 핍진성에 얽매이는 것은 아니기에 하드 SF로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그의 SF는 그 대중성과 화려한 상상력으로 인해 인기가 세대가 바뀌면서도 유지되긴 하나 정작 평론가나 SF 팬들 사이에서는 작품에 대한 평가가 들쭉날쭉하고 과학적 설정에 대한 호불호도 꽤 갈리는 편이다.


그는 커리어를 잡지사의 과학 기자로 시작했다. 국립 언론학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한 베르베르는 기자 시절 당시 새로운 문물로 각광받던 PC는 물론 현재의 형태와는 다소 다르지만 인공지능이나 로봇, 그리고 우주 과학까지 다양한 영역을 취재했다. 기자를 그만두기 전 마지막으로 취재한 대상은 아프리카 개미였다. 취재를 위해 코트디부아르로 향한 그는 개미에 매료되어 준전문가 수준으로 연구에 빠지기도 하였다. 이러한 연구는 기자 시절부터 습작처럼 써내려 온 소설에서 마침내 주인공을 인간이 아닌 개미로 설정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으며 이 작품은 120여 회의 개고를 거쳐 마침내 첫 장편 ‘개미’이자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개미’는 그가 기자 시절 수년간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개미 제국을 근접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감독한 PD처럼 풀어낸 이야기 속에서 구현된 새로운 SF였다.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개미가 군집 생활을 하는 종일뿐만 아니라 인간과 대등한 수준의 지성을 갖춘 종으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특히 주인공 개미들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사회학, 정치학, 문명을 보여주는 주체가 되는데 베르베르의 상상력은 인간과 이들이 의사소통을 하는 페로몬 장치 같은 설정으로까지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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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하이테크 개발 성과와 기초과학 연구 성과를 해제하는 글을 씁니다. 과학과 사회, 학문의 생태계 지속 가능성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이드잡으로 하이테크 스타트업 컨설팅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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