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친정엄마, 딸들에겐 부르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름이다.
특히 결혼하여 아이를 낳아보면 친정엄마의 마음을 알게 된다고 하여, ‘너도 자식 낳아 길러봐라. 그럼 내 마음을 알 테니’라는 말은 친정엄마들의 고정 멘트가 된 것처럼 대부분의 딸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가장 먼저 친정엄마가 떠오르고, 그래서 눈물을 흘리며 감사하게 된다고 한다.
반면 친정엄마라는 말만 들으면 다른 감정으로 슬프고, 상처가 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처럼 상처라기보다는 아쉬움과 미련이 더 많아서일 수도 있고, 아님 일찍 죽거나 오랜 시간 병중에 있어서 그 이름만 들어도 안타깝거나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또는 어려운 시가살이로 친정에 잘하지 못해서 늘 그리워하는 부모로 인해 여러 가지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대부분의 딸에게 친정엄마는 그리움의 대상이고,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연약해지는 모습에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이 먼저 드는 아픈 새끼손가락 같은 존재다.
어릴 적 엄마들이 자식들을 향해 가졌던 마음처럼.
부모를 떠나 산 지 30여 년이 훌쩍 넘어버린 시간, 이제는 원망도 후회도 없지만 친정엄마를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은 그렇게 밖에 살 수 없었던 엄마의 마음도 있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병원일이 많고, 힘들어서 아이들을 잘 돌볼 수 없어서 오빠 둘만 낳고 그만 낳으려 했는데 어쩌다 생긴 날 낳으면서 아마도 맘 적으로 더 힘들었을 것 같다. 두 아이도 남의 손에 키우며 제대로 못 돌봐 주는데 또 하나가 생겼으니 누구의 탓도 아니지만 외면하고 싶었던 현실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힘들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면 먼저 딸을 찾아 하소연하는 엄마를 보며 그렇게 아들을 위해 살았고, 또 늘 아들 곁에 있는데도 정작 마음으로 의지가 되는 것은 딸인가 보다.
그런 걸 보면 친정엄마와 딸은 서로를 애틋해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가장 만만한 상대인 것 같다. 걱정되고, 속상함에도 불구하고, 타박하는 말투로 서로 응대를 하고, 잘 먹고, 잘 지내라는 말도 예쁘게 하지 않고, 꼭 면박을 주듯이 던지는 말투지만 서로는 아마 알 것이다. 딸과 엄마들만이 할 수 있는 멘트라는 것을.
오늘도 딸들은 엄마를 위해 기도를 한다.
언제까지 살던 마지막까지 건강하게 살다, 하루도 아프지 말고 잠을 자듯 편안하게 아버지 곁으로 가길.
아버지의 투병을 힘들게 지켜봤기에 엄마는 부디 마지막까지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