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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는 왜 수면 위로 날아오르는 걸까?

by 지나온 시간들

https://youtu.be/bk7McNUjWgw




날치는 흔히 말 그대로 영어로는 flying fish이다. 가슴지느러미가 다른 물고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크다. 어류라 물속에서 지내지만, 수시로 물 밖으로 튀어나와 하늘을 나는 듯이 비행하기 때문에 날치라 불린다.


어렸을 때 울릉도에 간 적이 있는데, 배를 타고 울릉도를 한 바퀴 돌 때 날치 떼 수백 마리가 배 주위에서 날아가며 앞으로 가는 것을 직접 눈앞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실로 엄청난 장관이었다. 햇빛에 반사된 날치의 은빛 찬란한 모습은 아직까지도 눈앞에 선하다.


날치는 수면을 전속력으로 헤엄치다가 상체를 일으켜 꼬리로 수면을 타면서 꼬리지느러미를 1초당 약 50~60회를 움직이는데 이것이 로켓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리고는 가슴지느러미를 활짝 펴 수면 위로 튀어 오르는데 이때의 속도는 약 시속 50~60km/h 정도 된다. 수면 위 공중에서 꼬리지느러미를 이용해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꼬리지느러미는 착수 시 비행기의 랜딩기어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하며, 보통 수면에 닿을 정도의 비행을 주로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수면에서 2~3미터 높이로 튀어 오르기도 한다.


날치가 어류임에도 불구하고 물속에서 지내지 않고, 수면 위로 튀어 올라 날아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날치의 포식자인 만새기라는 어류 때문이다. 이 만새기는 날치를 특히 좋아해서 눈에 띄는 순간 바로 잡아먹으려 날치에게 달려든다. 만새기 또한 빠른 물고기 중에 하나라서 날치가 이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는 물에서 헤엄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왜 그럴까? 물의 저항은 공기보다 훨씬 크다. 물의 밀도가 공기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날치는 저항이 큰 물속에서 헤엄을 치다 보면 만새기에게 잡아 먹힐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더 빨리 도망가기 위해 저항이 작은 수면 위 공기로 튀어 올라 도망가는 것이다. 이로 인해 날치는 적은 힘으로 더 먼 거리를 가기 위해 공중을 날 수 있도록 가슴지느러미가 다른 어류에 비해 상당히 크게 진화되어 왔다. 만새기가 빠르기는 하지만 날지는 못한다.


날치가 수면 위에 올라오면서 가슴지느러미를 활짝 펼치면 그 크기가 생각보다 엄청나게 커서 흡사 나비 같은 모양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커다란 가슴지느러미는 충분한 양력을 날치에게 부여해 마치 비행기가 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렇게 수면으로 튀어 오르고 다시 내려가고 다시 튀어 오르면서 날치는 어떻게든 만새기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을 한다. 이런 방식은 만새기보다 2배 정도 빠른 속도로 앞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그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나 또 다른 장애물이 날치를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조류 중에서 가장 빠른 군함새이다. 군함새는 만새기가 날치를 쫓고 있다는 것을 하늘에서 보고 알 수 있다. 이 경우 군함새는 날치가 만새기를 피하기 위해 수면 위로 날아오를 것을 예상하여 날치에게 서서히 접근한다. 군함새의 특징은 다른 조류처럼 물고기를 잡기 위해 물속으로 머리를 박으면서 먹이를 잡는 기술이 없다. 따라서 공중에 튀어 올라 수면밖에 있는 날치가 가장 중요한 군함새의 먹잇감이 된다. 그래서 군함새는 날치가 수면 위로 튀어 오르는 것을 기다렸다가 공중으로 날아오른 날치를 잡아채는 것이다.


울릉도에서 내가 본 날치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물속에서 수면을 박차고 튀어 올라 가슴지느러미로 날아가면 반사된 은빛 햇볕은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날치는 너무나 불쌍한 물고기였던 것이다.


날치가 수면 위로 날아오르는 것은 목숨을 건 생존의 문제였던 것이다. 수면 아래에서는 만새기가 수면 위에서는 군함새가 날치를 잡아먹기 위해 수시로 쫓고 있어 언제 자신의 목숨이 사라질지도 모를 상황이었던 것이다.


우리의 삶도 날치처럼 그렇게 치열한 것은 아닐까? 어떤 생명체이건 만만한 삶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날치는 언제쯤 편안하게 자신의 집에서 쉴 수 있는 것일까? 힘들게 수면 위로 튀어 오르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삶을 날치도 꿈꾸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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