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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일생을 생각하며

by 지나온 시간들

어떤 것이 계속해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인간이 음식을 전혀 섭취하지 않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인간 내부에 존재하던 모든 에너지는 소모되어 더 이상 살아갈 수 없게 된다. 모든 생명체가 다 그렇다. 에너지가 없다면 더 이상 존재가 불가능해진다. 생명체뿐만 아니라 별과 같은 우주 공간에 있는 물체도 마찬가지이다. 별도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그 에너지로 인해 일생을 보내다가 언젠가는 죽는다. 별이 에너지를 더 이상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별도 우주 공간에서 인간처럼 죽게 된다.


별이 일생을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핵융합을 통해 생성된다. 이 핵융합 에너지는 흔히 핵폭탄을 만들어내는 원리인 핵분열보다 훨씬 크다. 별 내부에서는 핵융합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별의 중심으로부터 밖으로 향하는 열적 압력의 형태로 방출된다. 만약 별 내부에 이 압력만 존재한다면 별의 일생은 유지될 수가 없다. 이 압력과 평형을 이루어주는 별 내부에 존재하는 질량이 있는 입자 간의 만유인력이 별이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 두 힘 간의 평형이 별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


우리 태양은 우주 공간에서 가장 표준적인 별의 일종으로서 그 수명은 약 100억 년 정도이다. 태양이 탄생한 지 50억 년 정도 되었으니 딱 반을 산 것이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존재하듯 별도 수명이 존재한다.


평균 수명은 말 그대로 평균일 뿐이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80이라면 80을 넘겨서 더 오래 사는 사람도 있지만, 평균 수명보다 더 일찍 죽는 사람도 있다. 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태양보다 더 오랜 기간을 사는 것도 있지만 훨씬 빨리 죽는 별들도 있다. 어떤 별은 별이 되려고 우주먼지와 가스들이 모이긴 하지만 별로 탄생하지 못한 채 그냥 사그라져 버리는 일도 있다. 어떤 아기는 엄마의 자궁 안에 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죽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것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열복사 압력과 만유인력의 평형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이러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별 내부에 존재하는 원소들의 함량과 그 질량이다.


만약에 별의 질량이 너무 작거나 너무 크다면 별은 표준적인 수명을 살지 못하고 일찍 죽을 운명에 처하게 된다. 우리 인간이 같은 해에 태어나더라도 이 세상을 떠나는 시기는 모두 다르듯이 별도 마찬가지로 같은 시기에 탄생되었더라도 이 우주 공간에서 사라지는 시간은 모두 다르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해 보면 우리 태양 질량보다 0.08배 작은 질량의 경우에는 결코 별 내부에서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마저 얻지 못하게 된다. 또한 우리 태양 질량의 약 100배가 넘는 별의 경우에는 너무 질량이 큰 관계로 만유인력이 열적 압력을 이겨내지 못해 폭발해서 사라져 버리게 된다.


대체적으로 질량이 큰 별이 질량이 작은 별보다 일찍 죽는다. 왜 그럴까? 에너지를 만들어 낼 별 내부에서의 원소들이 많아 더 오래 살아야 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 만약 별 내부에 더 많은 수소가 있게 되면 더 빨리 에너지를 만들어내게 되어 질량이 작은 별보다 더 일찍 죽게 된다.


이 우주 공간에는 수천억 개 이상의 별들이 있지만, 그 무한대에 가까운 모든 별도 어느 시기가 지나면 죽게 된다. 우리 태양의 마지막 죽음의 모습을 예상해 볼 수도 있다. 가장 표준적인 별이기에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 태양은 평균 질량을 가지고 있는 별이기에 어느 시간이 지나면 태양 내부의 수소 연료가 다 소모되고 늙게 된다. 이 단계에서 만유인력이 우리 태양의 열적 압력을 압도하게 된다. 이로 인해 태양은 스스로 자신을 태양 중심 쪽으로 끌어당긴다. 수소를 타 태워버린 우리 태양은 이제 연료가 다 소진되어 밖으로 향하는 열적 압력이 없게 되어 만유인력에 의해 계속 수축되어 찌그러지게 된다. 그리고 더 이상 자신의 삶을 살아갈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 중심의 핵 주위의 플라스마와 가스들이 폭발되면서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 버린다. 우리 태양은 그렇게 이 우주 공간에서 사라져 버릴 것이다. 그리고 그 잔해는 이 우주 공간을 영원히 떠돌아다닐지 모른다.


우주 공간에 100억 년이나 사는 별들도 죽는데 인간은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사람은 100억 년의 1억 분의 1도 안 되는 시간을 이 지구 상에서 보내다 떠나야 할 운명인 것이다. 우주 전체의 기간으로 본다면 찰나에 불과할 뿐이다. 그 짧은 시간을 살면서도 우리는 왜 그리 많은 일들을 겪어야 하는 것일까? 지구 상에 존재하는 다른 동식물처럼 그저 소리 없이 왔다가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어느 사찰에 갔을 때 “아니 온 듯 다녀가자”라는 플래카드가 갑자기 생각난다. 물론 그 사찰에서는 방문객들이 쓰레기 좀 제발 많이 버리지 말아 달라는 뜻으로 써 놓은 것 같기도 하지만, 새겨보면 우리 인생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천상병 시인의 말처럼 그저 이 세상 잠시 소풍 왔다 가는 것처럼 사는 것은 힘든 것일까? 엄청난 것 생각하지 말고, 욕심 같은 것도 다 내려놓고 그저 아니 온 듯 다녀가고자 하는 것마저 노력이 필요한 것일까?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내려놓지 못하는 한 그 굴레에서 영원히 벗어나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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