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의 구조를 살펴보면 전자는 핵 주위를 돌고 있다. 전자가 핵 주위를 도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자기력 때문이다. 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되어 있다. 중성자는 전하가 없으니 양성자가 가지고 있는 전하로 인해 핵은 양전하를 띤다. 전자는 음전하이기 때문에 핵과 전자는 서로 끌어당겨진다. 만약 전자가 정지 상태에 있다면 그냥 핵으로 빨려 들어가 버리고 만다.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지구 상에 그 어떤 물질도 현재와 같이 존재할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자와 핵 사이의 전자기력에 의해 끌어당겨지는 힘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전자는 핵 주위를 계속 돌고 있는 것이다. 만약 전자가 양전하를 띠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악몽과 같은 일이 발생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 우주 공간에는 그 어떤 물질도 만들어질 수 없다. 오직 핵과 전자만 그 무한대의 우주 공간에서 떠돌아다닐 뿐이며, 그 이상의 어떤 물질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또 발생할 수 있다. 전자가 계속해서 핵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면 운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뜻이다. 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경우 그 물체는 운동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고전 물리학에 따르면 운동을 하는 물체는 시간이 지나면서 속도가 줄어들게 되며 이로 인해 운동에너지도 감소하게 된다. 그렇다면 전자도 마찬가지로 점점 운동에너지가 감소하면서 속도가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가 달리기를 하다 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의 에너지도 점점 줄어들게 되어 나중에 완전히 기진맥진 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그렇다면 핵 주위를 돌던 전자의 속도가 줄어들게 될 텐데 이로 인해 전자의 궤도는 어떻게 될까? 당연히 전자의 궤도도 점점 줄어들면서 전자는 나선형을 그리며 핵 주위로 끌려들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말 이런 일이 생길까? 그렇지 않다. 전자는 나선형을 그리며 점점 핵 쪽으로 함몰되지 않는다. 그럼 어떤 일이 일어날까?
전자는 나선형 궤도처럼 연속적인 궤도를 돌지 않는다. 오직 궤도가 띄엄띄엄 떨어진 궤도를 돌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현재 코로나로 인해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일정한 거리가 있는 불연속적인 궤도를 돌뿐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바로 빛 때문이다. 전자가 어떤 궤도를 돌고 있다가 에너지가 감소되면 핵에 더 가까운 쪽으로 궤도가 내려간다. 아래 궤도에서 돌다가 빛을 받아 어느 정도 에너지가 증가하면 다시 위의 궤도로 뛰어오른다. 이렇게 낮은 궤도에서 높은 궤도로 전자가 뛰어오르는 것을 “양자 도약(Quantum Jump)”라고 부른다. 전자는 이렇듯 불연속적인 궤도만을 돌고 있을 뿐이다. 이런 궤도를 양파껍질을 계속 벗기는 것에 착안하여 껍질(shell)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핵에서 가장 가까운 궤도를 s 껍질, 그다음 가까운 것을 p 껍질, 그다음을 d, 그다음을 f 껍질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전자는 이 s, p, d, f 궤도를 불연속적으로 돌고 있다.
전자가 핵 주위를 돌다가 에너지를 잃으면 낮은 궤도로 내려앉아 계속 돌게 된다. 만약 돌지 않는다면 바로 핵에 끌려갈 수밖에 없게 된다. 힘이 들어도 그 궤도라도 유지하면서 계속 돌다 보면 빛이 그 전자에 와닿는 순간이 온다. 전자는 그 순간 빛이 가지고 있던 에너지를 듬뿍 받아 다시 위에 있는 궤도로 점프해서 도약하게 된다. 그 위에 있던 궤도에서 돌다가 다시 빛 에너지를 받으면 또다시 그 위에 있는 궤도로 도약한다. 가장 바깥 껍질까지 도약해서 그 궤도를 돌다가 빛 에너지를 받으면 어떻게 될까? 그런 순간이 일어날까? 일어난다. 가장 바깥 궤도를 돌다가 더 많은 빛 에너지를 받는 순간 그 전자는 자신을 구속하고 있던 핵의 전자기력을 벗어나 그 핵으로부터 영원히 작별을 고하고 이별을 선택한다. 이것이 바로 “자유전자(free electron)”다. 그렇게 그 전자는 완전한 자유를 얻어 마음대로 돌아다닌다.
우리도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상태에서 양자 도약을 할 수는 없을까? 분명히 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그것은 각자의 몫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