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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Aug 24. 2021

불행은 어디까지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힘들다. 그리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 그래서 행복이 힘든 것인가 보다. 평범하게 사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다른 사람하고 좀 다르게 살고 싶은 경우도 많다. 즉 평범을 거부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그들도 그리 행복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행복하기 위해서일까? 삶은 꼭 어떤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일까? 행복하기 위한 목적을 위해 우리는 열심히 살아가다가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을 다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노력한다고 해서 행복이 내가 원하는 만큼 주어지는 것일까? 


  나는 단지 행복을 위해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바라건대 단지 커다란 불행만이라도 나에게 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행복을 몰라도 좋다. 그저 나를 절망에 빠뜨리는 그러한 불행만이라도 피했으면 한다. 나도 웃으며 즐겁게 살고 싶지만,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가슴이 찢어지고 간장이 녹아내리는 그러한 것만이라도 나에게 오지 않으면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행복하지 않아도 좋다. 커다란 불행이 없다면 나는 웬만한 것으로도 행복을 느낄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도 상관없다. 그것은 나에게 절대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지 않았던 일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 감당하지 못하는 것들이 나의 어깨를 찍어 누를 때 앞이 보이지 않기에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은 마음밖에는 없다. 그래도 다시 일어나 걸어야 하는 나 자신이 스스로 불쌍하다. 그냥 그 자리에 영원히 주저앉아 있고 싶을 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그냥 그 자리에서 죽은 듯이 멈추고 싶을 뿐이다. 


  다가온 불행이 끝났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다음에 그보다 더 큰 불행이 또 온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불행을 크게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사실이 그렇지가 않으니 나의 능력을 넘어서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다. 나의 능력과 한계는 거기까지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받아들이고 그냥 맡긴다고 하더라도 마음은 편안해질지 모르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그러한 것에 익숙해져 갈 뿐이다. 그러는 사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모두 잃었고, 그 시간은 어떤 수를 쓰더라도 다시 찾을 수가 없다. 


  삶은 나를 배신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삶을 배신할 수가 없다. 모든 것이 나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지나온 것들이 그렇게 얽혔을 뿐이다. 


 하지만 소원할 뿐이다. 더 큰 불행만이라도 나를 비켜 가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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