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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ul 31. 2021

길은 운명이다

우리는 항상 어떤 길을 걸을까 생각하며 고민한다. 내 앞에 수많은 길들이 놓여 있지만 내가 갈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다. 우리에게 삶이 한번 주어지듯이 내가 걸어가야 하는 길도 하나밖에 없다. 중간에 갈림길이 나와도 거기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역시 하나밖에 없다. 나의 존재가 하나이듯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도 하나뿐인 것이다.


어떠한 길을 선택해서 가느냐에 따라 나의 삶이 달라진다. 삶의 순간에서 나의 선택이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르는 경우도 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선택했을지라도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를 수도 있다. 내가 선택한 길일지라도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 길을 가는 도중에 내 인생의 모든 일들이 일어난다. 기쁨과 슬픔, 사랑과 미움, 그리고 행복과 불행도 내가 가는 그 길에서 일어나는 것들이다. 그 길을 가다 보면 넓어지기도 하고 오솔길이 되기도 하며 오르기 힘든 경사진 산길이 되기도 하고 거침없이 질주할 수 있는 내리막이 되기도 한다.


그 길을 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어떤 사람과는 오래도록 같이 가기도 하며, 만나 잠시만 이야기하다 헤어질 수도 있고, 함께 가고 싶어도 함께 가지 못할 때도 있고, 같이 가기 싫어도 같이 가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나의 평생의 인연은 내가 가는 그 길에서 모두 만날 수밖에 없다.


내가 선택한 길이지만 그 길을 가다 보면 소나기가 오기도 하며, 이글이글 타오르는 강렬한 태양빛이 내리쪼이기도 하고, 흐르는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이 불기도 하며, 하얀 눈이 펑펑 내려 내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내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나와 상관없이 나타날 뿐이다.


어느 날은 뛰어가고 싶기도 하고, 어느 날은 천천히 가고 싶기도 하며, 힘든 날은 아예 주저앉아 한 발자국도 가고 싶지 않기도 하지만 내가 선택한 그 길을 내 생명 다하는 날까지 가야만 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가다 보면 짐이 생겨 어깨에 짊어지기도 해야 하고, 너무 무거운 짐은 등에 짊어져야 하기도 하며, 가슴에 끌어안고 가야 할 경우도 있다. 다리를 다쳐 걸을 수 없는 경우도 있으며 허리가 아파 허리를 펼 수 없는 날도 있고, 먹을 것이 없어 배를 움켜쥐고 가야 하는 날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길을 가야 한다. 내가 원해서 선택을 했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선택된 길이건 나는 그 모든 것에 상관없이 그 길을 가야만 한다. 끝까지 다 가고 나면 그동안 내가 걸어왔던 길을 한참이나 돌아보리라. 그리고 나에게 말하리라. 내가 걸어온 길은 운명이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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