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by 지나온 시간들

<아직은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신석정

저 재를 넘어가는 저녁해의 엷은 광선들이 섭섭해합니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

그리고 나의 작은 명상의 새 새끼들이

지금도 저 푸른 하늘에서 날고 있지 않으십니까?

이윽고 하늘이 능금처럼 붉어질 때

그 새 새끼들은 어둠과 함께 돌아온다 합니다.

언덕에서는 우리의 어린양들이 낡은 녹색 침대에 누워서

남은 햇볕을 즐기느라고 돌아오지 않고

조용한 호수 우에는 인제야 저녁 안개가 자욱이 내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늙은 산의 고요히 명상하는 얼굴이 멀어가지 않고

머언 숲에서는 밤이 끌고 오는 그 검은 치맛자락이

발길에 스치는 발자욱 소리도 들려오지 않습니다.

멀리 있는 기인 둑을 거쳐서 들려오던 물결 소리도 차츰차츰 멀어갑니다

그것은 늦은 가을부터 우리 田園을 방문하는 까마귀들이

바람을 데리고 멀리 가버린 까닭이겠습니다

시방 어머니의 들에서는 어머니의 콧노래 섞인

자장가를 듣고 싶어 하는 애기의 잠덧이 있습니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

인제야 저 숲 너머 하늘에 작은 별이 하나 나오지 않았습니까?

아직은 때가 되지 않았다. 좀 더 기다려야 한다. 삶은 기다림의 계속됨인지도 모른다. 나의 때는 언제일까? 그때는 진정 오고 있는 것일까?

따스한 햇살이 아직 비추고 있으니 해야 할 일이 더 많이 남아 있다. 저 하늘의 새들도 아직 자유롭게 날고 있을 뿐 집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는다. 때가 돼야 저 새들도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풀을 뜯으러 나간 양들이 아직도 저 산과 들에서 돌아오지 않았으니 아직 해야 할 일이 더 남아 있다. 저녁 안개가 내려오기 시작은 했지만 아직은 더 기다려야 한다.

그 사람의 모습은 아직 보이지도 않고 발자국 소리 역시 들리지 않는다. 그 사람도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야 저 숲 너머로 조그만 별이 하나씩 나오고 있다. 나의 노력과 시간이 의미 있었음을 알 수 있는 시간은 오고 있다. 그러한 때를 위하여 이제까지 나는 존재하여 왔으니 나의 살아있음을 곧 느낄 수 있으리라.

나의 시간들은 다가오고 나의 꿈이 이루어지는 그러한 때가 곧 다가온다. 하지만 아직은 좀 더 기다려야 하리라. 찬란한 그때가 오면 나의 기쁨과 진정한 행복이 무엇이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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