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안색

by 지나온 시간들

왠지 느낌이 이상했다. 지난 1년간 아버지께서 너무 편찮으신 관계로 아버지 보살펴 드리느라 어머니께서도 많이 힘이 드시긴 했지만 그런 피로에서 오는 안색이 아니었다. 마침 어머니 건강 검진 결과가 나와 자세히 살폈다. 정상적인 수치 아닌 것이 너무 많아 어머니께 어디 특별히 불편한 곳이 없는지 여쭈어보니, 건강 검진하면서 다른 것도 받은 게 있다고 하시면서 다른 종이 한 장을 주시길래 살펴보았다. 대장 쪽에 이상 소견이 있으니 좀 더 자세한 검사를 받아 보라는 내용이었다.


바로 충북대학교 병원으로 전화를 했다. 소화기내과 예약을 하려 하니 예약 환자가 너무 많아 자리가 없다고 하길래 많이 기다려도 좋으니 마지막 시간으로 간곡하게 부탁을 해서 간신히 예약을 했다.


대신 어머니가 충북대병원에 기록이 없어 3차 진료 기관 의뢰서를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 건강검진센터에 전화를 해서 진료의뢰서를 부탁을 했으나 동네 병원에서 받으라고 했다. 급하게 동네 병원에 전화를 돌렸는데 어머니 병원 기록이 없어 진료의뢰서를 써주기는 힘들다고 했다. 어머니께 평소 다니시던 교회 집사님 병원인 삼성 가정의학과로 급히 가서 집사님께 부탁을 했더니 바로 진료의뢰서를 써주셨다. 다음날 바로 어머니를 모시고 가서 한 시간 이상을 기다려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일단 대장 내시경을 최대한 빠른 시간에 했으면 좋겠다고 의사 선생님과 상의를 했다. 선생님도 느낌이 이상한지 최대한 빠른 날짜로 스케줄을 잡아주셨다.


그리고 대장 내시경 예약한 날 가서 수면 마취를 하고 검사를 했다. 검사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의사 선생님이 나를 불렀다. 그리고 내시경으로 대장 내부를 보여주셨다. 간단히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내시경 하면서 용종 같은 것을 제거하면 되었지만, 그 정도에서 되는 게 아니었고 큰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전이는 되지 않아 수술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다행이었는지도 모른다. 대장 내시경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 그냥 접었다. 그리고 보다 정밀한 상황 파악을 위해 CT와 추가 검사를 했다.


집에 어머니를 모시고 와 저녁을 먹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했다. 그냥 충북대병원에서 수술을 할지 서울로 가서 수술을 할지 결정을 해야 했다. 아버지가 저번에 뇌경색이라 누군가는 집에 있어야 했다. 혹시나 혼자 계실 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급하게 응급실로 모시고 가야 한다. 서울에서 수술을 하면 연세 많으신 어머니께서 청주에서 왔다 갔다 해야 하니 그것도 힘이 들 것 같고, 일단 수술이 급하니 충북대병원 외과에 예약을 잡기로 했다.


삼성 의학과 선생님 아내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다. 어머니 결과를 카톡으로 얘기해 주고 진료의뢰서 잘 써주신 것에 대한 고마움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친구는 아무래도 서울에 있는 큰 병원으로 가서 수술을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조언을 해주었다. 그 조언을 듣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친구의 판단이 더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음을 바꾸어 분당 서울대병원 원무과에 계신 아는 분께 전화를 드렸다. 그분은 수영동호회 회장님이셨는데 개인적으로 많이 친해 자주 저녁도 같이 먹고 얘기도 많이 하는 사이였다. 그분이 수술 경험이 많으신 의사 선생님을 추천해 주셨고 예약도 해 주셨다. 병원을 옮기기 위한 필요한 서류도 있어야 해서 다시 충북대병원에 가 어머니의 진료 기록과 검사기록, 영상기록을 다 복사해 받았다.


이제 어머니는 수술만 잘 받으시면 된다. 아버지 전립선 수술, 아버지 뇌경색, 어머니 수술, 너무 정신이 없이 많은 일들이 계속 생기고 있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잘 넘기고 있다. 생각을 많이 하면 안 된다. 그냥 단순하게 살아가야 한다. 생각이 많아지면 더 힘이 들게 된다. 힘을 빼고 담담하게 일상처럼 지내야 하는 때다. 욕심도 다 버리고 그냥 맡기고 살아야 한다. 만약 나라도 아프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되니, 어쨌든 부모님은 내가 지켜드려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만 해도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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