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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Aug 03. 2021

모든 꽃이 봄에 피지는 않는다

우리들은 각자가 재능이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다. 나의 때가 언제 올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의 재능, 나의 포텐셜은 아무 때나 터지는 게 아니다. 때가 이르러야 꽃은 피고 그리고 나서야 열매가 맺힌다. 


  닐스 보어는 코펜하겐 대학에서 학부를 마치고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으로 공부를 하러 갔다. 내심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인 톰슨 교수 밑에서 학위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톰슨 교수는 이미 나이도 많았고, 워낙 일이 많아 바빠서 보어를 자신의 학생으로 받아줄 수 없었다. 그래서 톰슨은 보어를 자신이 제자였던 맨체스터 대학에 있는 러더퍼드에게 가라고 했다. 케임브리지 대학과 톰슨 밑에서 박사학위를 하고 싶었던 보어는 속으로 많이 서운했을 것이다. 


  하지만 교수가 학생을 받아주지 않는데 방법이 없었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할 수 없이 보어는 맨체스터의 러더퍼드 밑에 가서 공부를 했다. 이때 보어가 가지고 있었던 그의 포텐셜이 한꺼번에 터졌다. 스승인 러더퍼드의 원자 모델을 보완한 보어 원자 모델로 1922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다. 그 전해인 192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이었다. 그 후 보어는 당대에 아인슈타인과 논쟁을 벌일 수 있는 유일한 이론물리학자가 되었다. 


  봄이 온다고 해서 모든 꽃이 한꺼번에 같이 피는 것은 아니다. 봄에 많은 꽃들이 피지만, 여름에 피는 꽃도 있고, 가을에 피는 꽃도 있다. 동백꽃은 겨울에 피기도 한다. 심지어 무화과는 꽃도 피지 않으면서 열매를 맺기도 한다.


  우리들의 때는 각자가 다르다. 20대에 크게 성공하는 사람도 있지만 50이 넘어 성공하는 이들도 있다. 이론물리학자들의 가장 전성기는 20대 초중반이다. 하지만 현대 과학에 있어 상대성이론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양대 산맥이라 하는 양자역학의 창시자였던 막스 플랑크는 40대에 이르러 흑체복사 이론을 만들었고 이로 인해 양자역학의 문이 열렸다. 이론물리학에서 40대는 사람의 일생으로 생각하면 환갑이 넘은 것과 비슷하다. 그 나이에 쓴 이론물리학의 논문으로 노벨상을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들 사람들은 말했지만, 플랑크는 그 나이에 그것을 이루었다. 그의 나이 60세인 191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는다.


  플랑크가 자신의 이론을 완성한 후 자신보다 21살이나 어린 아인슈타인을 같은 학교인 베를린 대학으로 불러들인다. 대학에 자리를 잡고 있지 못했던 아인슈타인에게 플랑크는 물리 연구소장 자리를 맡긴다. 당시 잘 알려져 있지도 않고 젊었던 30대의 아인슈타인에게 그러한 중요한 직책을 맡기는 것에 대해 주위에서는 말이 많았다. 하지만 플랑크는 알고 있었다. 아인슈타인이라는 어마어마한 꽃이 곧 필 때가 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우리 자신을 정확히 모른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때가 언제가 될지는 더욱더 알 수가 없다. 내가 무슨 꽃인지 언제 피게 될지 잘 모른다. 나는 장미일까? 아닌 것 같다. 그럼 라일락일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모르지만 그리고 언제 나의 꽃이 활짝 필지 알 수 없지만, 오늘의 할 일을 하다 보면 나의 포텐셜이 크게 터지고, 나의 때가 이르러 아름답고 향기 좋은 꽃으로 활짝 필 날이 언젠가는 있을 것이다.


  꽃이 피기 위해서는 많은 조건과 원인들이 조합을 이루어 다 맞아야 한다. 적당한 온도와 적당한 습기, 그리고 알맞은 햇살과 충분한 영양분, 그러한 것의 조합이 이루어지고 시간이 지나야 한 송이의 꽃이 탄생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꽃만 피기를 바란다며 그는 생화가 아닌 조화이길 바라는 것과 같을 뿐이다. 향기도 나지 않고 그다지 가치도 없는 만들어진 꽃인 것이다. 생명력이 있고, 후대도 창조해 낼 수 있는 살아있는 꽃은 힘든 과정을 거친 후에야 핀다.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일찍 피었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늦게 핀다고 해서 나쁜 것도 아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 피는 코스모스를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다. 코스모스는 가을에 피기에 더 가치가 있는 것이다. 


  나의 꽃이 언제 필지는 모르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그때가 올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리는 것이다. 만약 기다리지 못한다면 그때를 스스로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 기다리며 오늘 할 일을 꾸준히 해야 하는데 기다리다 너무 지쳐서 그리고 조급해져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다면 그때는 영영 오지 않을 것이다.


   나의 때가 여름이면 해바라기처럼, 나의 때가 가을이면 코스모스처럼 그렇게 활짝 피어나는 때가 언젠가는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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