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여름날에 비할 수 있을까?

by 지나온 시간들

남편과 함께 일하던 회사가 문을 닫고 남편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펀, 그녀가 살던 엠파이어라는 도시는 우편번호마저 사라진 채 죽은 도시가 되어버렸다. 펀은 어쩔 수 없이 아주 오래된 자신의 승합차만 의지한 채 길 위를 떠도는 노매드(Nomad)가 되었다.


유목민처럼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떠돌아다니며 살 수밖에 없는 노매드의 인생이란 겪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그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간신히 지탱해 가며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그래도 그녀의 마음에는 남아 있는 게 있었다. 먼저 떠나가 버린 그녀의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다. 길 위에서 만난 어느 한 청년에게 그의 여자 친구에게 편지를 쓸 때 시도 써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펀은 그녀의 결혼식에 낭송되었던 시를 청년에게 들려준다.


<Shall I compare thee to a summer's day? (SONET #18)>


William Shakespeare


Thou art more lovely and more temperate:

Rough winds do shake the darling buds of May

And summer's lease hath all too short a date:

Sometime too hot the eye of heaven shines

And often is his gold complexion dimmed;

And every fair from fair sometimes declines,

By chance or nature's changing course untrimmed;

But thy eternal summer shall not fade,

Nor lose possession of that fair thou ow'st;

Nor shall death brag thou wander'st in his shade,

When in eternal lines to time thou grow'st:

So long as men can breathe, or eyes can see,

So long lives this, and this gives life to thee.


<내 그대를 한여름 날에 비할 수 있을까? (소네트 18번)>


윌리엄 셰익스피어

(번역, 피천득)


내 그대를 한여름 날에 비할 수 있을까?

그대는 여름보다 더 아름답고 부드러워라.

거친 바람 이월의 고운 꽃봉오리를 흔들고

여름의 빌려온 기간은 너무 짧아라.

때로 태양은 너무 뜨겁게 내리쬐고

그의 금빛 얼굴은 흐려지기도 하여라.

어떤 아름다운 것도 언젠가는 그 아름다움이 쇠퇴하고

우연이나 자연의 변화로 고운 치장을 빼앗긴다.

그러나 그대의 영원한 여름은 퇴색하지 않고

그대가 지닌 미는 잃어지지 않으리라.

죽음도 자랑스레 그대를 그늘의 지하세계로 끌어들여 방황하게 하지 못하리.

불멸의 시구 형태로 시간 속에서 자라게 되나니.

인간이 살아 숨을 쉬고 볼 수 있는 눈이 있는 한

이 시는 살게 되어 그대에게 생명을 주리라.


찬란하고 화려할 것 같은 우리의 인생도, 저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이는 한여름이 금방 지나가듯, 어느새 금방 다 지나가 버리고 말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이 뜨거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어쩌면 인생의 노매드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이 우리를 어쩔 수 없는 곳으로 떠돌게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나의 의지는 무슨 소용이 있는 것일까? 삶의 흐름이 나를 인도하는 곳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그렇게 나의 시간은 힘들게 지나가야 하는 것일까?


나에게 있어 가장 아름다운 것은 나의 생명과 다를 바 없다. 나에게 생명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셰익스피어는 그의 시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것에 영원한 생명을 부여해주길 바랬다. 나에게 있어서는 그 어떤 것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에게 생명을 계속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것일까? 비록 우리의 삶이 노매드의 인생일지라고 마음 깊은 곳에는 가장 소중한 그 어떤 것이 영원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것이라도 있어야 이 노매드의 삶의 길에서 나의 존재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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