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지나온 시간들

우리는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진정한 나 자신을 잃은 채 껍데기만 있는 나의 모습으로 살아가기도 하고, 소중한 가족을 마음속에 두지 않고 지내기도 하며, 진리를 잃은 채 살아가기도 하고, 크게는 나라를 잃은 채 살아가기도 한다. 심지어는 나 자신이 무엇을 잃고 있는지조차도 모른 상태에서 그냥 수동적인 삶을 살아가기도 한다.


우리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나에게 왜 소중한 것일까? 나한테 소중한 것이 존재하고는 있는 것일까? 그런 소중한 것들이 있다면 나는 왜 그러한 것을 지키지 못하고 잃어버린 것일까?


한번 잃어버린 나의 소중한 것이 다시 나에게 돌아올 수 있을까? 내가 노력을 한다 해도 잃어버린 것을 찾을 수나 있을까? 왜 나는 나에게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없었던 것일까? 아무리 외부의 힘이 강하더라도 왜 그것을 극복하지 못했을까?



<길>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시인은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감이 잘 오지도 않고 왜 잃어버렸는지도 알 수가 없다. 단지 잃어버린 것만을 알고 있고 그것이 그에게 중요한 것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왜 그는 자신이 잃어버린 것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일까? 시인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손을 주머니에 넣고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설 뿐이다.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찾기 위해 나선 길은 돌담을 따라 끝없이 이어져 있기만 하고, 아무리 가도 그 돌담은 끝나지를 않는다. 돌담 중간에 있는 쇠문마저 잠겨 있어 들어갈 수도 없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무리 오래도록 그 길을 걸어가도 끝은 보이지 않고 저녁에서 다시 아침이 되어서도 돌담은 계속되기만 할 뿐이다.


힘에 지쳐 돌담을 만져보니 내가 잃어버린 그 소중한 것은 단단히 쌓여 있는 돌담 안에 있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돌담은 내가 넘어갈 수도 없고, 굳게 잠긴 쇠문도 열리지 않아서 돌담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다.


그 소중한 것을 다시 찾고 싶지만,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눈물이 날 뿐이다. 그저 하염없이 하늘만 바라볼 뿐이다. 이럴 줄 알았으며 잃어버리지 말걸, 너무나 커다란 후회로 가슴이 미어지기만 한다.


풀 한 포기 나지 않은 생명이 없는 그 거친 길을 그래도 하염없이 가야만 한다. 어딘가에 돌담이 무너져 있는 곳이 있을 줄도 모르기에 그저 가야만 한다. 돌담 안에 있는 것은 너무 소중해서 나의 존재와 같을 수밖에 없기에 어디까지 가야 할지도 모른 채 그냥 갈 수밖에 없다.


나의 목숨이 언제 끝날지는 모르지만 내가 오늘도 살아가는 이유는 그 소중한 것을 되찾기 위함이다. 진정한 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가 추구하는 삶의 의미, 나의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그 무엇, 그리고 잃어버린 조국, 그 소중한 것을 다시 되찾기 위함이 내가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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