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도깨비”를 이제야 보기 시작했다. 방영 당시 단 1회도 볼 기회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나도 OST는 많이 들었지만 지나간 드라마를 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친한 블로그 이웃의 소개로 아무 생각 없이 보기 시작했다. 1회 보고 그만 볼 생각이었는데 끝까지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금요일 저녁마다 1~2회 정도 보고 있다. 5년이나 지난 이 드라마를 보게 된 것도 어쩌면 나에게 행운인 듯하다. 금요일 저녁이 기다려지며 작은 행복을 느낀다. 드라마에 나오는 김인육 님의 <사랑의 물리학>이라는 시가 마음에 와닿았다.
<사랑의 물리학>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만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질량은 끌림이다. 그래서 가까이 다가올 수밖에 없다. 작은 부피의 크기라 할지라도 밀도가 크다면 질량이 클 수밖에 없다. 작은 부피이더라도 밀도에 의해 질량이 커질 수 있다. 비록 지나가다 만난 인연이라도, 생각지도 않았던 우연이라도 밀도가 큰 질량을 가지고 있기에 지나칠 수 없었던 인연이었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아니었기에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 같을지 모르지만, 그 끌림은 필연을 만들 수밖에 없다. 사랑이다.
제비꽃은 흔하다. 장미나 백합처럼 우아하지 않다. 그저 들에 양지바른 곳에 피어 있는 흔한 풀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는 소중할지 모른다. 우아함과 아름다움이 아니어도 흔한 제비꽃이 누구에게는 절대적이다. 사랑은 그러기에 조건이 아니다. 마음이고 받아들임이다. 다가옴이며 다가섬이다. 무시하고 지나칠 것 같은데도 나에게는 너무나 예쁜 제비꽃이다.
그런 제비꽃이 나를 잡아끌었다. 어떻게 해보지 못한 채 그냥 잡아당겨졌다. 나로 모르게 끌려갔다. 그 끌림이 너무 커서 저항할 수 없었다. 지구가 지구 상의 모든 것을 잡아당기듯 나의 모든 것을 제비꽃 하나가 잡아끌었다. 끌림은 공간을 초월할 수밖에 없었다.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가까워지며 내 심장이 벌렁거린다. 심장이 너무 뛰어 그 크기가 하늘부터 땅까지 이어진다. 설렘이다. 오늘도 내일도 그렇게 그 심장의 날뜀, 즉 설렘은 이어진다. 그러기에 주기적인 진자 운동일 수밖에 없다. 계속되기 때문이다. 하늘부터 땅까지란 그 설렘의 크기이다. 얼마나 설레고 얼마나 보고 싶고 얼마나 그리우면 하늘부터 땅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것일까?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을 만큼, 모든 것을 줄 수 있을 만큼이기에 그렇다.
진자운동은 서서히 감쇠한다. 시간에 따라 줄어든다. 시간 속에 많은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어떤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작아질 수밖에 없다. 사랑도 변한다. 줄어들 수 있는 요인이 제거되지 않는 이상 계속 감쇠되어 나중엔 아예 그 아름다웠던 나의 설렘의 진자운동은 정지하고 만다. 그 설렘을 이어가지 못하는 한 그렇게 진자운동은 끝나고 말 운명이다.
첫사랑은 초기 조건이 엄청나다. 워낙 큰 진폭이기에 시간이 지나도 계속 내 마음에 남아 있다.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 시간의 흐름 속의 변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한 첫사랑은 끝나지 않고 영원히 남아 있다. 후에 다시 첫사랑을 만난다면 그 영원함을 잃는다. 그러기에 첫사랑은 만나지 말아야 한다.
사랑의 물리학은 한마디로 설렘이었다. 영원한 나의 마음에 남아 있는 운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