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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맘 쑥쌤 Oct 25. 2020

엄마블로거의 첫 블로그 교육이 끝나고

베스트셀러 코너라니!!! 두근두근!!

  얼마 전 뉴스가 시끄럽기 전, 남편과 나는 아이들 독감주사를 맞히기 위해 며칠을 예행연습을 하고 소아과를 다녀왔다. 모든 거사가 끝나고 커피 한잔을 주문하려고 1층에 내려갔는데 내 눈에 단 번에 띄는 <ㅇㅇ서점>이라는 표지판이 보이길래 내려가 보자 했다.


  남편은 집에 많은데 또 무슨 책이냐고 하지만 온라인 주문과는 다른 서점의 책 냄새와 직접 사 오는 쇼핑의 맛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다른 쇼핑 같았으면 결혼 9년 차 어차피 나에게 필요한 건 운동화나 단화 한 켤레와 편한 바지와 티셔츠, 선크림이면 충분하기에 미뤘을 테지만 옆 동네 서점 코너는 오늘 아니면 못 올 것만 같았다. 귓속말로 속닥속닥 첫째에게 아래 서점에는 카봇 색칠놀이가 있을지 모른다며 엄마가 오늘은 주사를 맞았으니 쏘겠다고 해서 넘어왔다. 우리는 결국 지하 1층을 찾아갔다.




얼마만에 서점인지, 오랜만에 나갈 때를 대비해서 나도 신발 좀 사둬야겠다

   아이 둘이 보채기 전에 나는 꼭 한 권의 책을 골라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아이들이 불러도 초집중력을 발휘하며 책을 골라냈다!! 목차부터 누가 썼는지 어떤 말투로 무슨 글을 쓴 건지 후루룩 살펴본다. 그리고 딱 내 마음에 들어온 책을 한 권 계산했다. 나는 10년 차 작가면서도 글이 형식과 힘이 들어가 있지 않고 정갈하고 편안한 책을 골랐다. 그리고 작가도 나도 육아맘이었다.


  사실 내가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데에는 브런치에 글을 올릴만한 목차를 정하기 위한 목표가 있었고, 글을 쓰는 솜씨나 형식 따위는 배운 바도 없고 쓸 돈도 없다. 나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 들은 강의는 여태 유튜브 무료 영상으로 본 어느 작가님 인터뷰 하나와 그리고 이 책이 전부다. 나는 돈이 생기면 온통 아이 잠바와 내복, 그도 아니면 장난감과 책을 질러버리는 평범한 엄마다.





  블로그를 할 때도 “저는 핸드폰으로 글을 쓰는데요?” 라고 말하면 다들 놀란다. 정확히는 핸드폰과 블루투스 키보드 두 개를 가지고 한다. 뭐.. 키보드는 둘째가 물을 좀 쏟아서 고장 나서 급히 더 샀다가 물이 마르니 몇일만에 좀 뻑뻑해도 쓸만해서 갑자기 두 개가 되었지만 여전히 5년째, 핸드폰으로 글을 쓰는 게 편하다. 지금도 브런치 글을 그렇게 쓰고 있다.


  나는 육아우울증을 떨치기 위해 블로그를 시작한 이후 쭉 똑같았다. 그냥 열심히만 해왔을 뿐 목표를 가지고 달려온 길은 아니었다. 나름의 목표를 만들자면 그때 그때 아이들이 갖고 싶은 책과 장난감 회사 서포터즈나 체험단에 당첨되는 것, 또는 집에 필요한 전자제품이나 생필품이 당첨되면 남편에게 어깨가 으쓱으쓱해진다. 물론 애드포스트라는 매달 광고비도 있지만 블로그 5년 차, 한 달에 15만 원인데 이것도 감지덕지하며 오른 상황이라 내 하루 시간과 노동력! 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



그러던 어느 날, 블로거 친구가 글쓰기 모임을 스크랩을 했고 무료라 뭐라도 배울 수 있지 않겠냐며 덩달아 신청했다.



  운영자는 내 방문자수에 당황했고, 나는 그분의 글쓰기 재능이 좋아서 가입한 거라 괜찮다고 그렇게 시작했다. 그런데 아뿔싸! 운영자님의 설명에는 번역하는 일을 해온 경험이 써 있어서 글쓰기 강의나 피드백이 있는 줄 알았건만 내가 놓친 설명이 있었다. 댓글을 나누고 격려해주는 1일 1포스팅 (블로그 글쓰기를 ‘포스팅’이라고 한다) 하는 모임이었고, 그래서 무료였던 것이다!!! (솔직히.. 내 성격이 급하고 꽂히면 일단 질러서 다시 돌아가도 신청했을 것이다)


  이런.. 진짜 아뿔싸! 가 절로 나오는게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운영하랴, 체험단 리뷰도 쓰랴, 코로나로 가정보육까지 시간도 모자란데 댓글을 나누고 격려할 뿐 배울 수 있는건 없다는 얘기에 초당황!! 그러나 나는 거절을 잘 못하고 나중에 마음 졸이는 사람 중 하나였다. 게다가 이미 초반에 운영자분이 괜찮냐고 물었을 때 당당하게... 괜찮다고 말했던게 나라서 거절할 변명도 없었다.




그래! 나야 뭐! 하루에 한 번은 원래도 쓰니깐 그걸 공유하면 조회수도 올라가고 순위도 올라가고 일석이조지! 하던대로 쓰고 글 공유해야지!!
그렇게 또 열심히 단톡방에 남기로 결정했고 그때 우리 조 9명의 엄마들을 만났다.



  요새 코로나 때문인지 디지털 노마드, 스마트 스토어,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 여기저기 난리다. 오랫동안 블로그를 해온 나조차도 사업자등록증도 만들겠다고 남편에게 급히 핑계 대고 4만 5천 원의 거금을 쓰고 인스타그램 공구까지 알아봤으니 뭐.. 처음 듣는 사람들 마음은 오죽하겠냐만은 내 것을 오롯이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른다는 게 문제다. (이거 확인하려고 한 번 그 거금을 내야 하는 교육을 신청해야 하나 진짜 고민했었다.. 그러나 아무리 들어본 사람들 얘기나 올리는 글을 봐도 아니더라.. 그건 내 글이 아니다. 그 사람 글이지..)


  맨날 육아 블로거들끼리 또래 엄마들과 친해져서 애들 얘기 아니면, 업체와 문제가 생겼을 때, 좋은 체험이 떴을 때 알려주려고 댓글을 쓴다. 또는 찐 정보가 필요할 때 그걸 리뷰한 엄마 블로거를 찾아가서 물어보면 그게 진짜다!! 친한 엄마 블로거들끼리 “그거 진짜 괜찮아? 쓸만해? 좋아?” 물어보기나 했지 ”우리 블로그 공부할래?”라는 말은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막상 모임이 시작된 후 들어가보니 온라인 세상의 변화는 엄청났다! 전자책 강의, 블로그 강의를 듣기 위한 비용이 엄청났다!! “뭐라고요? 2~3시간 만나는데 무슨 그 돈을 줘요?!!”, “네? 무슨 한 달에 단톡방에 들어가서 몇 개 강의 듣는데 얼마라고요?!!” “단톡방에 800명이나 있는데 제대로 답변은 받을 수 있는거에요?!” 정말 신기하고도 새로운 세상이 열린 기분이었다. 한편, 지나친 인원과 비용에 어의도 없었고 결국 나는 그저 당장 우리 조원 9명과 함께 글을 쓰고 인증을 하기 시작했고, 내가 하나하나 알려주기 시작했다. 조원들 중에서는 왜 블로그강의를 하지 않냐며, 해보라고 격려해주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당황스럽고 신기한 세상이었다. 그러다 결국 60명이 넘는 전체 톡방에서 답을 해주고 알려주고 나서는 용기를 내보았고, 이 공간에서 내가 제일 블로그를 잘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열심히 아는 것들을 정리해서 공유했다. 그 땐 혼자 진짜 고생 많았는데 저품질 블로그에서부터 혼자 고생하고 파고들길 잘했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다음 유료모임에서 블로그 강의를 제안받고 고민하다 용기를 내어 도전했고 지금은 독립해서 나만의 강의 스터디 (엄마들을 위한 블로그 스터디, 빛날맘) 를 운영중이다. 그 때의 계기로 엄마들을 위한 블로그 강사가 되었는데, 난 아직도 그 때를 생각하면 믿겨지지 않는다. 내가 전공이 아닌 블로그 강의를 할 줄이야! (그 이후로도 스마트스토어, 공구를 할 줄이야, 유튜브를 할 줄이야, 역시나 한 번 용기내는게 어렵지 그 다음은 참 쉽다!)

 


한 달간 나의 첫 블로그 교육
새벽 3시


두 번째 줌 강의, 파워포인트 배경까지 찾아서 또 열의넘치게 가득 들어간 내용


  오늘은 영상제작에 블로그 운영에 미루고 미루다가 교육 마감날짜가 며칠 안 남은지라 발등에 불 떨어져서 39명의 블로그를 돌며 댓글로 한 마디씩 남기고 왔다. 하나 둘, 단톡방에서 댓글로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거나 다음 모임에서도 잘 알려달라고 전해온다. 나는 전문 블로그 강사도 아니고 그쪽으로 꿈이 있던 사람도 지금도 큰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이 돈을 벌어서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이젠 애들 옷과 내복을 사주고도 남은 돈으로 연수비와 교육비를 내고 싶을 뿐이다. 뭐 남아서 저축도 하게 되면 더 좋겠다!! (지금은 이층집을 사고 남편을 퇴직시키겠다는 목표로 변했으니 진짜 사람일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얼마 전 급히 계란찜을 평소처럼 전자레인지에 랩 잘 씌워서 적당히 구멍 나오게 넣었는데 퍽! 소리가 나더니 또다시 돌려도 퍽! 결국 넘치고 넘쳐서 계란 두 개에 물 반을 넣었건만 저 날 식사에는 계란 프라이 한 개 반 정도 양을 먹을 수 있었다. 간단한 전자레인지의 계란찜 모드 5분 모드조차 실수한 내 모습을 사람들은 모른다. 아마도 내가 쉴 새 없이 답변하는 단톡방과 빠짐없이 올라오는 블로그의 글, 그 속에 예쁘게 편집된 유튜브 영상을 보면 상상이 안될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사람이, 아니 엄마의 모습이 어디고 다를까, 처음부터 블로그를 잘하게 태어난 사람이 누가 있을까 묻고 싶다.




   브런치에 글을 쓴지 한 달만에도 돌아보니 글 스타일이 달라졌다. 한때 같이 모임을 운영했던 운영자 언니의 글솜씨를 보다보니 훨씬 정돈된 글을 쓰게 된 것 같다. 또, 인스타에서 가베 꾸미는 것을 잘하는 엄마랑 친해져서 스터디에도 참여했던 적이 있었는데 곰손에 요리를 자주 망치는 내가 문화재라는 주제로 교구스터디 리더가 되어 운영해볼 줄이야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누군가는 각자 재능과 솜씨가 있을 수도 있지만 본인이 그걸 수줍게 여기며 장점이라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다. 유교문화에 겸손함이 미덕인 한국에서 자랐다면 더더욱 자기 자랑하는 사람을 보면 지나치게 나선다고 판단해버리니 더더욱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글쓰기가 좀 부족하거나 사진을 잘 찍는 특별한 재능이 없어도 꾸준하게 보고 노력한다면 천재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따라잡기가 가능했다. 내 특별한 재능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한다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재능은 나누고 베푸는 것이었고, 열심히 하는 열정과 의지였다. 그리고 나는 내 재능과 그 장점으로 블로그하는 엄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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