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고 싶어요, 다들 나가주세요.
수년간 여러 종류의 사람들과 일을 하면서 내가 알게 된 사실은
나는 각자의 일을 알아서, 개별적으로 하는 타입과 합이 잘 맞는다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인가?)
어쩌면 신입 시절 가장 처음 나에게 일을 가르쳐줬던 사수가 그런 타입이라 이렇게 굳어졌는지도.
휴가를 낸다고 하면 그냥 내나 보다 했으면 좋겠고,
일찍 퇴근을 하면 그냥 퇴근하다보다 하길 원했다.
점심을 건너뛰면 일이 있는가 보지 해주길 바랐다.
일의 기한이 정해지면 내가 알아서 계획을 짜고 싶었고, 기한 내에 알아서 끝내기만 하면 되지, 중간중간 이것을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서를 또 써야 내는 짓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다.
글로 적다 보니, 사회성이 없고 조직생활에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은 오히려 나인가? 싶어진다.
회사 내의 천태만상 (천태만상~ 인간세상~♬)
case1 : 일은 잘하는 편, 매우 꼼꼼함. 지나치게 꼼꼼한 엑셀천재.
본인이 매우 꼼꼼하기 때문에 자신과 함께 일하는 사람도 그만한 강도로 꼼꼼해지기를(?) 강요한다.
하필 엑셀마저 너무 잘해서 꼼꼼한 결과물을 엑셀로 받아보길 원한다.
엑셀이라곤 셀병합밖에 할 줄 모른다면, 결과물을 만드는 데 눈물 좀 흘릴 것이다.
마이크로매니징의 끝판왕.
아직 기한이 안 됐는데도 그거 했니? 언제까지 할 거니? 캐묻고 다니는 질리는 스타일.
원래 방청소도 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하라고 하면 하기 싫어지지 않는가.
마이크로매니징은 동료로 하여금 일하고 싶은 의지를 완전히 꺾어놓는다.
case2 : 성격 좋고 유쾌하고 푸근하지만 일머리는 과연.
사담을 나눌 때는 참 즐겁고 좋은데, 일을 하려면 머리가 띵해진다.
빠른 길을 놔두고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하는 이런 사람들은, 본인이 해온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새로운 걸 습득할 줄 모르고, 상황의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냥 동네에서 만난 이웃정도의 관계면 어땠을까.
그럼 웃으면서 만나 웃으면서 헤어질 텐데.
case3 : 성격이 매우 까칠, 옆사람 절로 눈치 보게 만드는 고슴도치. 막말은 덤.
일을 잘하고 말고를 떠나 이런 사람은 그냥 인성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동료들이 함께 일하길 선호하지 않는데, 어떤 결과물을 내놓든 조직생활에 적합한 사람이라 할 수 있나.
대개 본인과 똑같은 상대를 만나도 본인의 문제점을 잘 자각하지 못한다.
이런 사람은 그냥 혼자 사업하는 게 좋겠다.
case4 : 입, 그놈의 입!
일을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내는 사람.
세상 궁금한 것도 많아 누가 누구랑 밥을 먹었다더라 얘기만 나와도 무슨 얘기가 오고 갔는지 못 참고 달려드는 사람.
회사의 가십은 모두 본인이 알아야 하고, 뜬소문 퍼뜨리기 1등.
이런 사람일수록 남욕하는 건 너무 사랑한 나머지, 본인을 제외한 모든 이들을 까고 다니는 모두까기 인형이 된다.
본인을 향한 공격을 계속 쌓고 있음을 알아야 할 텐데,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 아주 농후하다.
case5, 6, 7...
천태만상이라는 말이 정말 딱 맞게도,
천 가지 모습, 만 가지 형상을 회사에서 볼 수 있다.
위에 나열한 몇 가지의 유형은 아마 모든 회사에 한 두 명씩은 꼭 있을 인물형이라는 생각이 든다.
숱한 케이스의 인물형을 만나면서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참 많이도 받았다.
일하는 것이 힘든 게 아니라,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진짜 힘들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누군가는 회사에서는 일하고 월급만 잘 받으면 그만이지 인간관계에 너무 집착하지 말란다.
그러나, 가족들보다도 하루에 더 많은 시간을 얼굴 맞대고 있는 사람들이 회사동료기도한데, 그게 말처럼 쉽나 어디.
스트레스가 많은 요즘 같은 때에는 어디 절이라도 들어가고픈 마음이 굴뚝같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인 만큼, 집 밖도 안 나가고 돈이 딱딱 들어오는 사람이 아닌 이상,
어디에선가 누군가와는 마주 보며 살 수밖에 없을 거다.
꼭 맞는 퍼즐처럼 마음에 딱 들어맞는 사람을 만나면 더없이 좋겠지만, 아닐 가능성이 훠얼씬 높다.
세상이 원래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으니.
그런 생각으로 오늘은 책장을 뒤적이며 마음을 다독여주는 책을 들춰봐야겠다.
각자의 방식으로 이너피스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나를 지킨다.
(그렇지만 너무 힘들다면, 도저히 버틸 수 없겠다 느껴진다면, 자리를 박차고 그냥 나와도 좋다고 생각한다. 회사 그까짓 거, 뭐 그리 중요하겠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이다.)
▼내가 좋아하는 마음을 다독이는 책, 꼭 한 번 읽어보세요.
곽정은의 <마음 해방> - 고통스러운 생각에서 벗어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