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9
두구동, 특히 공덕초 앞의 가게나 주택들은 주차난이 심하다. 다들 주차에 예민하고 큰 짐차나 공사차량들도 많이 지나다니다 보니 좁은 골목길 주차로 인해 서로 얼굴 붉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나는 앞의 사장이 해왔듯이 동방이엔지 주차장을 이용하는 대신 직원들의 음료를 50% 할인해주고 있다. 거기에 사모님에게는 공짜로 음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남자화장실도 열쇠를 공유하면서 그쪽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전 사장은 동방이엔지 사모님의 눈치를 너무 많이 보는 것 같았다. 이 동네가 주차로 예민하고 힘들다는 것을 감안하고도 태그커피를 마치 동방이엔지 사내 커피숍처럼 이용하는 것도 의아했는데 점차 그 수위가 높아지는 게 느껴졌다. 추석연휴에 아직 정식 입사도 하지 않은 직원이 와서 동방이엔지에서 왔다고 말하면 할인을 해줄 거라고 들었다면서 음료 할인을 받아갔다. 그는 고양이랑 강아지 밥을 주러 사무실에 나왔다고 했다. 이 회사는 신입사원에게 회사 복지 혜택으로 태그커피 50% 할인을 들먹이는 것일까? 참,,, 이상하다 싶었다.
오늘은 사모님이 내려와서 공짜커피로 투샷을 받아가면서 앞전 태그커피 사장은 자신의 회사 야유회 때 쓰라며 커피쿠폰을 준비해 줬다고 말했다. 그녀가 혹시 쿠폰을 주고 갔냐고 물었다. 나는 그런 걸 전달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 회사 야유회 때 공짜커피쿠폰을 만들어서 주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었던 것 같긴 하다. 그렇지만 그걸 당당히 나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게 너무 어이없고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런 사람도 있구나,,, 이렇게 뻔뻔할 수도 있구나,,, 내가 그 회사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이토록 많은 것을 당당히 요구하게 만드는 큰 혜택인가 다시 곱씹어 생각하게 만들었다. 주차가 이 동네에서는 이렇게 힘들고 큰 일인 것인가? 나는 어떻게 어떤 태도로 이런 상황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추석 때 직원들이랑 드시라고 사모님께 준 차선물세트에 대해 직원들은 아직도 전혀 모르는 눈치다. 직원들이 그녀의 눈치를 엄청 본다는 것을 알기에 섣불리 물어보지도 못했다. 괜히 직원들만 힘들어질까 싶어서,,,, 물론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계속 지낼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른 주차할 곳을 알아보고 차츰 거리를 두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처음부터 그 사모님과는 맞지 않음을 직감했지만 나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참는데도 한계가 있음이다. 사모님이 과연 어디까지 요구할지 두렵기까지 하다. 그녀에게 질리기 전에 빨리 관계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
젊은 직원들이 안쓰러울 뿐이다. 직원들이 사모의 눈치를 보며 하나 둘 태그커피에 발길을 끊을 것이 눈에 선하다.
그래도 그녀에게는 특단의 자세로 대해야 할 것 같다. 더 이상 끌려다녀서는 안 될 것 같다.
남자직원들이 써야 된다며 카페 남자화장실 열쇠를 챙겨가던 사모님이었다. 그때부터 이거 뭐지? 생각했지만 그저 나만 눈감고 귀 닫고 입 다물고 지나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나는 그 회사 직원도 아니고 그녀가 카페일을 일일이 참견할만한 위치도 아님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분인 것 같아서 도저히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비 오는 금요일 오늘 아침에 나는 연꽃 소류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우산을 쓰고 10여분을 걸어서 내려왔다. 공기도 좋았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긴 했지만 많이 춥지도 않은 딱 좋은 상쾌한 가을날이었다. 한동안 이렇게 소류지에 주차하고 왔다 갔다 해볼 생각이다. 나는 그 회사 주차장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을 이리저리 찾아볼 것이고 한 걸음씩 그곳과 멀어지게 될 것이다. 밤을 꼴딱 새우면서 고민고민을 해봐도 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다.
마음은 이미 결론을 내어 버렸다. 동방이엔지 직원들은 하나둘 태그커피를 떠나갈 것이다.
그것도 견뎌내야 할 것이다.
그들은 어쩌면 이미 옆 프랜차이즈 커피를 맛보기도 했을 것이며 나름의 계산과 판단을 했을 것이다.
나는 나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선택을 해야만 하기에 그들이 떠나감은 온전히 내가 감수해야 할 몫일 것이다.
그래도 마음은 편할 것이고 다른 손님들에게 더 정성을 들이며 지내게 될 것이다.
밤새 잠을 한숨도 못 이루었다. 동방이엔지 사모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지 서로 납득이 되고 기분상히 않은 선이 될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 생각이 많은 밤이었다. 그래도 나름의 합리적 이유를 곱씹어가면서 그녀에게 나의 의견을 잘 전달해주고 싶었기에 머리가 더 많이 복잡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나에게 아무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요구했던 것들이 전혀 자연스럽지 못했으며 태그커피의 주인은 현재 나로 바뀌었고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될 거라는 것을 인지 시켜주고 싶었다. 이렇게도 생각해 보고 저렇게도 고민해 봤지만 사실 결론은 없었다. 그저 그녀에게서 멀어지고 싶은 마음만 간절할 뿐이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그래도 요즘의 일상은 그리 나쁘지 않았으며 저조한 매출을 매워줄 수 있는 가을의 바람과 햇살이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한마디로 나의 가을날은 순식간에 침울해져 버렸다. 그녀가 아무 생각 없이 던지는 말속에 나를 그녀의 회사에 소속된 사람 대하듯이 상하 수직의 느낌이 강렬했으며 나는 그녀에게 그런 취급을 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그저 동등한 입장에서 주고받았다고 생각했으나 그녀는 일방적으로 그녀가 나를 배려해주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각자의 입장이 분명 있을 것이다. 나는 태그커피의 예전에 젊고 어린 사장이 아니다. 나는 나이도 먹을 만큼 먹고 세상물정을 조금은 알아버린 중년을 바라보는 나이다. 내 행동 하나하나가 그녀에게 어떻게 비칠지 감이 오지는 않는다. 그녀의 마음을 짐작할 수 없어서 사실 관망하는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다. 그녀에게 입이 떨이 지지 않아서 전하지 못한 말들이 한가득이다. 그녀가 그걸 알거나 눈치라도 채고 있을까? 나는 정말 그녀가 생각하듯이 그녀가 베푸는 배려 속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것일까? 얼마나 더 고마워하면서 눈치를 보고 원하는 것을 챙겨주어야 하는 것일까? 한걸음 더 나아가기 전에 얼른 발을 빼는 것이 상책이다. 답은 정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