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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일랜드 Jul 11. 2024

장애

2023.10.14

오늘 매일 가게를 찾던 낮병원 환자인 단골 한분이 이제는 카페를 못 오신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지체장애가 있으며 카페옆 다움병원의 낮병원 프로그램을 하기 위해 5-6달 전부터 평일 오전 9시 10분-20분 사이에 꾸준히 카페를 들러 아이스아메리카노와 함께 약을 복용하고 잠시 땀을 식힌 후 병원시간에 맞춰서 일어나시던 분이셨다. 그는 내가 카페를 인수하고도 꾸준히 와주었고 거리를 두려는 나에게 자기의 정신장애에 대해 설명해 주면서 세상이 하도 험하고 무서우니 자기가 어렵고 무서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자기는 그렇게 누군가를 해코지하는 사람은 아니며 그저 자기 자신만을 망가뜨리는 병이라고 말했다. 한번 술을 마시면 끝없이 마시고 담배를 피우면 100개비 200개비를 한꺼번에 피운다고 했다. 그렇게 스스로의 몸과 정신을 망치는 병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병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며 또박또박 설명하는 그를 보면서 전혀 장애를 느낄 수 없었을 정도였다. 그는 이가 다 썩어 있었고 머리도 가발을 엉성하게 얹어 외모만으로는 어눌해 보이기도 했다. 그는 나와 대화를 하고 싶어 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손님이 오거나 가게가 바빠지면 조용히 기다리다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어느새 사라지고 없어지기도 했다. 처음에는 나도 무섭기도 하고 아침에 종요할 때 둘만 있을 때는 갑자기 돌변해서 이상한 짓을 하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는 그저 대화상대가 필요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는 먼 거리의 낮병원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낮병원은 정신병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등 대학생들이 실습을 나와서 환자와 프로그램을 함께하면서 봉사를 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젊은 실습생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있다고 했다. 그는 병원에서 요주의 인물인 듯 보였다. 여자한테 말을 할 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거나 해서 결혼하자고 고백을 해서 놀라게 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래서 상담사 선생님들이 그에게 여자와는 말을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고 그의 입으로 말을 해주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말소리가 잘 안 들려서 가까이 간 것뿐인데 그게 그렇게 문제가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에게 상대에 따라서 놀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특히 결혼하자고 말한다는 것은 좀 심각하다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물꼬를 뜬 우리의 대화는 하루에 아주 조금씩 쌓이고 쌓이게 되었다. 나는 카페에 오는 어떤 손님 보다고 그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그는 연산동에 살며 호랑이 같은 홀어머니와 함께 1층, 2층에서 따로 생활한다고 했다. 형편이 나쁜 것은 아니라 기초수급자가 아니며 다른 환자들은 지원금이 나오니 직업을 구하려는 의지조차 없지만 자신은 모아돈 돈이 떨어져 가서 일자리를 꼭 구해야 된다고 했다. 낮병원 원장이 정신지체 장애인의 직업활동을 연결해 주고 지원해 주는 걸 알고 여기 병원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어떤 일이든 구해서 돈을 벌고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럴 수 있을 정도로 멀쩡해 보였다.

누구나 강박이 있을 수 있고 조절이 안 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경중이 있을 수 있지만 작금의 시대를 살면서 자신이 정상이라고 멀쩡하다고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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