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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일랜드 Jul 11. 2024

아침

2023.10.13

요즘 아침이 좋다. 온몸과 정신을 다해 감수성에 취해 눈물을 글썽일 때도 있고 카페와 그 공기조차 내편인 듯 감싸주는 느낌이 들어서 아침 출근시간이 점점 더 빨라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전날의 매출을 정리하고 기사를 둘러보다가 글을 쓰기도 한다. 이른 시간에도 간간히 손님이 오기도 한다. 그분들에게 커피를 내려드리는 시간도 좋다. 이른 아침의 커피는 조급하지 않고 향도 더 진한 느낌이다. 나는 손님과의 희미한 교감들이 좋다. 그들의 아침에 커피 한잔으로 함께한다는 것이 기분 좋은 일처럼 느껴진다.

아침이 무척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나는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 인상 쓰며 아이들을 챙기고 아이들을 보내면 바로 다시 눕기 바빴다. 아이들이 엄청 귀찮았고 내 삶도 귀찮았다. 그저 누워서 뒹굴거리다가 배고프면 잡히는 대로 먹고 또다시 누워서 인터넷을 하거나 티브이를 보거나 했었던 것 같다. 물건을 사거나 시장을 보는 것도 귀찮고 힘들게 느껴져 온라인 주문으로 연명했으며 그것이 더 싸다는 나름의 합리화로 바깥출입 자체를 거의 하지 않고 살았던 것 같다. 나는 왜 그런 삶을 자초하면서 살았을까? 나는 남편과 자식도 있고 부모와 자매들도 있다. 가끔씩은 가족들마저도 힘들고 귀찮고 대면하기 싫어질 때도 있었다. 우울증이었는지 아니면 대인기피증이었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어떤 병을 앓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 스스로 나를 보호하기 위해,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완벽히 차단하고 만남을 자제해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그즈음 심각하게 혼자였다. 아이들에게 악담을 퍼붓고 폭력까지 행사하며 나 자신을 바닥까지 몰고 갔다. 남편에게 모든 원망들을 쏟아내면서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착각하고 살았다. 그렇게라도 해야 그나마 숨이라도 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야 돌이켜보면 그건 병이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랬다. 내가 밖으로 한걸음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돈 때문이었다. 집안에서 계속 스스로 돈에 집착하고 남편과 아이들에게까지 돈. 돈. 거리는 내 모습을 내가 스스로 인지하면서 부끄러워졌다. 나는 매일을 뒹굴거리면서 인터넷 쇼핑으로 돈만 쓰고 살면서 열심히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애쓰고 다니는 남편에게 계속 능력타령을 하고 비교하며 자존심 무너지는 말들을 쏟아냈다. 아이들에게도 부모로서 응당 제공해야 할 것들을 해주면서 생색내고 돈씀씀이를 따지고 들면서 과정보다는 결과만 중요시하는 악마 같은 사람이 되어있었다. 스스로 너무너무 자괘감이 들었고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수없이 많은 날을 보냈다.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악마처럼 남 탓만 하고 살고 있는 자신을 보고 느끼면서 자존감이 무너져 내렸다. 더 살고 싶지 않은 나락까지 가서야 나는 집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바닥을 맛보니 무서울 게 없었다. 식당 설거지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렇게 내 노력으로 돈을 벌어보고 싶었다. 알바를 알아보고 다니면서 내가 얼마나 따지고 편한 것만 찾아대는 것인지 알게 되었다. 체력이 80 노인보다도 못하다는 것도,,,, 나는 조금씩 움직이고 밖으로 나가는 연습을 했다. 의식적으로 하루에 한 번은 외출을 하려고 애썼고 알바면접이든 뭐든 달력에 일정이 가득하게 스케줄을 잡아댔다. 면접은 꼭 일을 하려는 목적보다는 외출의 목적이 더 컸으며 그렇게라도 누군가를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나를 조금씩 드러낸다는 것에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알바를 시작하게 된 것이 삶에 조금 활기가 되어준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밖으로 한걸음 나오자 수년동안 보지 못했던 아니 보려고도 하지 않았던 새로운 세상과 사람들이 가득했다. 나는 지금 한 걸음씩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무섭고 두렵고 여려운 일이지만 그 시선들이 싫지만은 않다. 그렇게 한 걸음씩 내 길을 찾아가 보려고 한다. 45세의 나이에 나는 이제 걸음마를 뗀 아이처럼 위태위태 갈팡질팡 어려운 한 걸음씩을 내딛는 기분이다. 세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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