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거스 Oct 19. 2020

오건영 '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

 동학개미가 된 나를 위한 공부

 

 올해 초 ‘동학개미운동’이란 그 전에 생각할 수 없던 현상이 일어났다. 2월경부터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펜데믹이 시작된 후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경제위기가 닥쳤고 주식시장도 급격히 하락하였다. 이때부터 놀랍게도 한국 사람들이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 금융문맹국이란 말을 들을 만큼, 다른 나라들에 비해 경제나 노후 대책이 없다는 우려가 많았던 한국이다.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파는 족족 내국민들이 다시 사들여서 코로나 상황임에도 주가가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 한국 기업을 외국자본으로부터 지킨다는 농담반 진담반인 동학개미운동은 나 같은 주식 문외한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나도 처음으로 주식계좌를 개설하였다.

 

 누군가 주식을 알고 싶으면 일단 한 주라도 사보라고 했는데, 정말 주식을 매수하자 경제에 관심이 생겼고, 투자하고 싶은 회사의 자금력이나, 부채 등의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전까지 월급을 받으면 최대한 많이 저축하는 게 최고라고 생각했던 내가 소액이라도 투자를 하기 위해 믿을만한 기업을 찾고, 그 기업이 성장하기를 응원하게 되었다.   ‘환율과 금리로 보는 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는 작년의 나였다면 결코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책이다. 얼마 전 지인이 추천했을 때 금융지식을 쌓고 싶어 바로 구매하였다.

 

 책 제목대로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나라들을 중심으로 환율과 금리에 따라 경제가 어떻게 침체되고 번영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G2라 불리는 중국과 미국의 패권의 흐름, 한국의 IMF 사태 등의 흐름을 알 수 있었고 특히 일본, EU의 금융위기를 흥미롭게 읽어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은 일본, 한국경제를 우려하는 뉴스에서 종종 들어왔지만 일본의 침체된 경제 상황을 뜻한다는 것만 알았지 그 원인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이 책에서 그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1980년대 미국은 일본과의 무역에서 과도한 적자를 줄이기 위해 일본과 두 번의 합의를 하였다. 엔화가치를 높이는 첫 번째 합의로 일본 수출품 가격이 높아졌고, 일본 금리를 인하하는 두 번째 합의로 내수가 증진되자 일본에서 외국 물품의 수입이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미국과의 무역적자는 점차 줄었지만 물가가 오르기 시작하자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일본 은행이 금리를 빠르게 인상하였고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다. 최대한 많은 대출을 끼고 주택을 매입했던 일본 가정들은 집값하락 등으로 인한 부채부담이 심각해졌고, 일본 정부는 적극적인 자산 가격 안정화 대책을 내놓지 못한 탓에 일본의 장기침체가 시작됐다. 


 몇 년 전 그리스가 경제위기로 부도가 날 수 있다는 뉴스가 거의 매일 난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그리스가 EU에서 해결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책을 읽으니 그리스의 입장도 이해가 되었다. 유로화의 환율은 EU 국가의 평균 경제력으로 결정된다. 경제적으로 평균 아래인 그리스는 자국의 능력 대비 통화가치가 지속적으로 절상되어 수출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반대로 국력이 높은 독일은 통화가치가 저평가됨으로써 수출로 성장을 이루기가 쉽다. 그리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희생으로 잘 살게 된 독일이 책임져야 하는 것을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세계적인 불황이나 경기침체를 한두 가지 요소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과거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위험은 분명 줄어들 것이다. 2018년 미국 주식시장이 과열양상을 보이자 Fed는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금리인상의 부담감 때문에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하자 Fed가 금리인상 스탠스를 과감히 버렸고, 2019년 미국주식은 다시 반등하였다. 일본이 자산가격 하락에 따른 디플레이션을 방조했기 때문에 장기간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실수에서 미국은 교훈을 얻은 것이다. 


 예전에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그리스 부도위기’ 등의 경제상황은 사회나 문화 현상을 이해하는 원인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컸다. 일본의 우파정치가들이 잃어버린 10년이란 슬로건으로 자신감이 떨어진 국민들의 마음을 이용해 역사왜곡을 단행한 사건이나, 그리스 경제위기 시 미술관 경비들의 파업으로 피카소 그림을 도난당했던 일 등 경제 상황에 뒤따라 오는 다른 상황들에만 관심을 가졌다. 책을 읽으면서 경제 문제를 사회ㆍ정치ㆍ문화적 시각이 아닌 온전히 경제적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뉴스에서 경제면을 보면 경제상황이 일어나게 된 원인 등을 파악하기 위해 이리저리 머리를 굴릴 것 같다. 

이전 03화 지그문트 바우만 '리퀴드러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