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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거스 Oct 12. 2020

지그문트 바우만 '리퀴드러브'

관계맺음, 그 뒷 이야기를 알고 싶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사랑을 여러 관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개인과 개인 간의 사랑에서부터 집단(문화)과 집단(문화) 간의 사랑까지 인류애로 설명할 수 있는 모든 사랑에 대해 갈등을 버리고 포옹하라고 말하고 있다.


 약 2년 전에 내가 제주도에서 거주할 때 난민문제로 한창 시끄러웠다. 브로커들이 만든 가짜난민이라느니, 여성 강간에 죄의식이 없다느니 하는 확인할 수 없는 말들은 제쳐두고라도 그들은 제주도에서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데 문제가 없을까. 제주도에서는 처음 예멘인들이 제주도에 도착하였을 때 1차 산업 관련 취업을 제안했었다. 제주도는 어업, 감귤농업 등이 주요경제활동인데 비해, 청년층은 호텔 등 서비스 분야에서만 일하려 하고, 노년층들은 체력적으로 힘에 부쳐 1차 산업을 이끌어가는 동력이 부족하다. 제주도 입장에서는 1차 산업을 증진시킬 수 있고, 예멘인들도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윈윈전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멘인들은 거절하였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당장 돈을 벌지 않아도 의식주가 해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땡볕에서 힘들게 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약 100여 년 전, 조선인들이 하와이나 쿠바의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며 부당한 대우와 인종차별을 겪으면서도 현지정착을 위해 애쓴 슬픈 역사가 있다. 과거 힘없을 당시에 느꼈던 조선인들의 울분을 기억한다면 적법한 취업제안을 거절하는 예멘인들의 태도가 좋게 보이진 않는다. 물론 예멘인의 문화가 한국처럼 근면함을 중시하지 않으며, 한 세기 동안 사람들의 가치관은 많이 달라졌는데 ‘라떼시전’을 하냐는 비난을 받을 수 있지만, 힘든 역사를 겪었던 한국의 입장에서 예멘인들의 태도는 같이 살아가기에 결코 좋은 태도는 아니다.


 이 사안은 개인 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과거 한국의 많은 드라마들이 경제ㆍ사회적으로 다른 계급의 남녀가 많은 고난 끝에 행복하게 결혼하는 엔딩을 맞이하였다. 그럼 그 후는? 결혼한 후 그들은 지속적으로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까. 다른 세계가 서로를 받아들이는 것과, 받아들인 후 그 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되며, 지속하는 것이 훨씬 어렵고 지리한 과정이 될 것이다.


숙련된 사공이라면 더 이상 향해에 적합하지 않은 부분을 수리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차라리 그것을 예비부품으로 갈아 끼울 것이다. 그러나 인간관계의 뗏목에서는 예비부품 자체를 사용할 수 없다.


 리퀴드러브의 저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말한 것처럼 인간관계에서는 대체품을 사용할 수 없다. 이미 형성된 관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시, 관계를 개선시키거나 인연을 끊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대부분의 상황이나 이념에서는 인연을 끊기보다 개선시키는 쪽이 바람직하고 마땅히 그래야 된다고 간주된다. 하지만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지에 대한 방법이나 방향은 잘 알지 못하는 채로, 이질적인 두 세계가 섞일 때 한 쪽에게 너그러움이나 희생을 강요하기도 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쪽에게 인류애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이러한 방법들을 조율하는 더 많은 담론이 생겼으면 한다. 연애나 결혼관계의 지속성을 고민하는 드라마나 소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고, 사회적 계급이나 난민 등의 이슈에서 바람직한 방향을 고민하는 토론문화가 생겼으면 좋겠다. 우리가 지속과 공존을 계속 접하다 보면 내용이 깊어지고 방법이 다양해질 것이고, 실제 이런 관계성을 맞닥뜨렸을 때 조금 더 유연한 사고로 현상을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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