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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제이 Sep 27. 2021

1화.봉쥬르 파히

“어머, 당신 불어 해?” 

“아뇨. 한 달 전부터 기초반 학원 다녀요.” 

“수업은 어떻게 들으려고?”


프랑스로 MBA 공부를 하러 가게 됐다는 소식을 전하면, 열에 아홉은 같은 질문을 했다. 사실 외국어를 하나 더 배우고 싶다는 욕심은 있었지만, 몇 달 만에 재무, 전략, 마케팅, 등의 경영학 수업을 들을 만큼 불어 실력을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더불어, 아슈쎄 파히 ( HEC Paris는 불어 발음으로 읽어야 한다. 프랑스의 자존심이므로!)는 경영전문지 Economist에서 매년 선정하는 European Business School 순위에서 3년 연속 1위인 세계적인 경영대학으로  영어로 수업을 합니다. –라는 주석은 그 질문 뒤에 어김없이 이어지는 나의 부가 설명이었다.


사실 삼십이 넘은 나이에 성공에 대한 대단한 욕심, 야망보다는 내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된 해외유학 결심이었다. 그리고, 좋은 와인과 치즈가 있는 곳이라면 나이 먹어 더 서러울 법한 타향살이도 제법 폼나게 향을 음미하면서 내 지나온 인생도 뒤돌아보고 걸어가야 할 인생 길도 내다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듯 MBA를 마친 후 하고자 했던 것이 뚜렷하지 못했지만, 그만큼 그것을 찾고자 하는 열망이 컸기에 새로운 것에 겁내지 않고 마음을 활짝 열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다양한 공부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과 여러 밤에 걸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병의 와인을 비웠다.

투자 은행에 가서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할까, 유럽에서 폼나는 다국적 회사에 다니면서 여름과 연말에 한 달씩 휴가를 다니면 행복할까, 사회적 비즈니스에 종사하며 가난 퇴치에 동참하면 행복할까, 하루가 멀다 하고 종잡을 수 없이 사방으로 뻗치는 관심사로 혼란스럽고 치열했던 그 이 년의 시간은 허기지고 외로웠던 만큼 야물어지고 성숙했다.


MBA를 준비하던 시기에 주변에서 환영하는 사람 하나 없고 뜯어말리는 사람만 가득했던 나처럼 주변의 만류가 기대가 그 시선이 아직은 쉽게 저버려지지 않아 무엇이 맞는 것일까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뭐 나 역시 그 과정을 거쳤기에 밀어붙이면서도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 걸까 많은 고민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으니까. 2009년의 나 자신에게 혹은 아직도 고민 중인 사람들에게 의사 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정보는 과연 무엇일까. 단순히 MBA 후 얼마나 월급이 올랐고, 승진이 얼마나 빨랐고 하는 학교마다 자랑스럽게 발표하는 졸업생의 통계자료일까? 혹은 다녀와 봤자 별거 없이 엇비슷한 월급에 비슷한 일을 한다는 친구의, 혹은 그 친구의 또 다른 친구의 수많은 일화들일까? 사실 MBA의 효용성에 대해 단순히 수치화 하기에는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너무나 많은 질적인 배움이 있고,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그 배움은 단순히 학교 안에서만 얻어졌던 것이 아니며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교류, 그리고 다시 가난한 고학생으로 돌아가서 생활인으로서 살아내야 했던 그 장소 에서의 경험이 오히려 더 큰 인생의 수확이었다.


멀쩡한 심지어 나름 승승장구했던 직장을 뿌리치고 7년에 걸쳐 매달 부어 온 적금을 깨어 들고 그렇게 훌렁 떠난 프랑스에서의 2년의 시간이 인간 본연의 나에게 어떤 의식의 변화를 남겼는지가 그래서 나는 지금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를 말해주고 싶다. 그래서 MBA 교실 안의 이야기보다는 교실 밖 세상에서 하루하루 살아냈던 신변잡기 적인 주변 일들을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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